최근 車 연비규제 대폭 완화 … 내연기관·HEV 힘 실려트럼프, 일본 경차 칭찬 … 토요타·혼다 등 반사이익 전망하이브리드·경차 탄탄한 현대차·기아도 수혜 입을 수도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자동차 제조사들이 준수해야 하는 최저 연비인 기업평균연비제(CAFE) 규제 완화 방안을 관련 업계와 정치권, 행정부 관계자들이 함께한 자리에서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자동차 제조사들이 준수해야 하는 최저 연비인 기업평균연비제(CAFE) 규제 완화 방안을 관련 업계와 정치권, 행정부 관계자들이 함께한 자리에서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 연비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동시에 일본의 경차를 미국 내에서 생산·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그 여파에 이목이 쏠린다.

    업계에선 이번 조치로 하이브리드 경쟁력을 갖춘 현대차그룹에 기회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내연기관에 집중하는 미국 브랜드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하서 현대차와 기아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국 자동차 연비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전임 조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우선' 정책을 사실상 폐기하고, 휘발유 차량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새 연비 기준 개편안을 발표하며 "바이든의 그린 뉴딜은 그린 사기이고 반경제적 정책이며 가솔린차를 없애려는 목표가 있었다"라며 "국민을 세뇌한 정책을 바로잡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동차 제조사들이 준수해야 하는 최저 연비인 기업평균연비제(CAFE)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제조사가 판매하는 차량의 평균 연비 최소 기준을 2031년까지 1갤런당 50마일(약 117㎞/ℓ)에서 34.5마일(56㎞/ℓ)로 낮췄다.

    CAFE는 지난 1975년 미 의회가 자동차 연비를 개선해 유가 급등에 대비하고자 만든 기준으로, 최근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생산을 확대하는 정책으로 활용됐다. 기후변화 대응을 중시한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해 해당 기준을 갤런당 50마일로 올렸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이를 낮춘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연기관차 연비 규제 완화 발표와 더불어 일본의 경차를 미국 내에서 생산·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그는 같은 날 "경차는 아주 작고 정말 귀엽다"라며 "미국 시장에서는 어떨지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월 일본을 방문할 당시 경차를 보고 매료됐다며 "미국에서는 경차 생산이 허용되지 않았지만 잘 팔릴 것 같으니 승인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숀 더피 미국 교통부 장관에게 경차의 미국 내 생산을 승인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 ▲ 토요타 2026년형 프리우스 하이브리드. ⓒ한국토요타
    ▲ 토요타 2026년형 프리우스 하이브리드. ⓒ한국토요타
    경차는 ▲길이 3.4m ▲폭 1.48m ▲높이 2.0m 이하 ▲배기량 660cc 미만이라는 기준을 충족하는 초소형 차량이다.

    일본에서는 경차가 신차 판매량의 3분의 1을 차지할 만큼 인기가 높다. 하지만 미국에선 큰 자동차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방 자동차안전기준(FMVSS)을 충족하지 못해 신차 생산·판매도 불가능했다. 경차 특성상 차체 강성과 충격 흡수 공간이 부족해 충돌 테스트를 통과하기 어렵고, 에어백 및 범퍼 강도 규정 또한 충족하지 못해 사실상 수입이 불가능했다.

    업계에선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로 하이브리드, 경차 라인업을 탄탄하게 갖춘 토요타가 큰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미국 내 경차 판매 길이 열릴 경우에도 토요타, 혼다 등 일본 완성차들이 큰 수혜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완성차 업체들은 당초 바이든 행정부의 연비 규제로 내연기관차보다 연비가 높은 전기차를 섞어 팔아야만 했으나,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완화로 하이브리드 판매만으로도 규제 충족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으로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갖춘 현대차와 기아도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가솔린차 위주의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더 큰 수혜를 본다는 점에선 부담이 될 수 있으나, 하이브리드카 경쟁력을 갖춘 현대차그룹에도 기회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미국 주력 판매 모델인 투싼과 스포티지 등 하이브리드 SUV의 연비는 L당 16~18㎞에 달해 연비 벌금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추가 전기차 모델 없이 CAFE 요건 달성이 가능해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소형차 미국 생산을 촉진하겠다는 발언도 현대차·기아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현대차·기아는 캐스퍼, 레이 등 경차 라인업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캐스퍼는 유럽과 일본 등에서도 인기를 끌며 수출이 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경차 시장이 틈새시장에 불과해 제조사들이 진출을 꺼렸다"라며 "이번 방침 변화로 새로운 기회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