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TSMC와 점유율 격차 더 벌어졌지만2나노·수율 개선 … 테슬라 등 대형 수주TSMC 독과점 여파에 ‘대항마’로 삼성 주목
  • ▲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 테일러 신공장 건설 현장 모습 ⓒ삼성전자
    ▲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 테일러 신공장 건설 현장 모습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에서 이르면 내년 하반기 적자를 탈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2022년부터 이어진 적자 흐름이 완화하고 있고, 올해 들어 글로벌 빅테크향 수주가 확대되면서 예상보다 빠르게 실적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은 이르면 내년 하반기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몇 년간 낮은 수율(양품 비율)과 대형 고객사 확보 지연 등으로 부진을 이어왔지만 분위기가 반전되면서 실적 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홍콩계 증권사 CLSA도 최근 리포트를 통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턴어라운드 시점을 2026년 말~2027년 초로 전망했다. 다수 고객사로부터 첨단 공정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기존 레거시 노드는 비(非)모바일 고객을 대상으로 파생 공정을 개발 중이라는 점을 배경으로 들었다.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되면 회사가 앞서 제시한 2027년 흑자전환·시장 점유율 20% 목표는 최대 6개월가량 앞서 달성하게 된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은 최근 몇 년간 부진을 겪어왔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TSMC의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은 71%로 직전 분기 대비 0.8%포인트(p)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6.8%로 0.5%p 감소했고, 양사의 점유율 격차는 2분기 62.9%p에서 3분기 64.2%p로 확대됐다.

    그러나 올해 들어 실적 개선 시그널이 감지되고 있다. 2023년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의 영업손실은 5조1000억원까지 늘었으나, 올해 들어 그 규모가 빠르게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파운드리 부문 적자가 1조원 아래로 줄었다고 밝힌 바 있다. 직전 분기 발생했던 일회성 비용 감소, 선단 공정 중심의 수주 확대, 원가 절감 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증권가에서는 파운드리 사업 영업손실이 2분기 2조5800억원에서 3분기 약 7000억원 수준으로 축소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 파운드리의 이른 흑자전환 기대에는 차세대 2나노(나노미터·1㎚=10억분의 1m) 2세대 공정인 ‘SF2P’의 경쟁력이 깔려 있다. 회사는 당초 내년 양산예정이었던 SF2P의 양산 일정을 올해 말로 앞당긴 상태다. 이 칩은 1세대 2나노(SF2) 대비 12% 향상된 성능과 25% 개선된 소비 전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 받는다. 현재 수율이 60% 수준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다.

    수율 개선은 대형 고객 확보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은 지난 7월 테슬라와 165억달러(한화 약 24조2800억원) 규모의 차세대 AI6 칩 생산 계약을 체결했고, 삼성 시스템LSI 사업부의 자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600’, 애플 이미지센서, 중국 마이크로BT·카나안의 채굴 ASIC 등을 수주했다. 최근에는 AMD 최신 칩 위탁생산 가능성을 비롯해 구글·퀄컴·브로드컴 등과의 계약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특히 내년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팹(공장)의 본격 가동은 향후 실적 반전을 좌우할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테일러 공장은 삼성전자의 미국 내 두 번째 파운드리 거점으로, 기존 텍사스 오스틴 라인이 이전 세대 공정을 기반으로 중·저가 반도체 생산을 주로 담당해온 것과 달리 4~3나노 이하 첨단 게이트올어라운드(GAA·Gate-All-Around) 공정을 적용한 고성능 칩 전용 생산기지라는 점에서 성격이 뚜렷하게 구분된다. 현재 공정률 90%를 넘겼으며, 조만간 본격적인 양산 가동을 앞두고 있다.

    글로벌 시장 환경 역시 실적 반등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최대 경쟁사 TSMC의 사실상 독과점으로 가격 인상 등 부작용이 발생하면서 주요 기업들은 공급처 다변화 필요성을 높게 인식하고 있다. 단일 파운드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수록 가격과 공급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세컨드 파운드리’ 확보에 대한 요구가 확산되는 추세다. 이는 삼성에 중장기 수요 확보 측면에서 유리한 환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테일러 공장 가동 시점에 맞춰 글로벌 고객사와의 공급 협상이 빨라지고 있는 분위기”라며 “수율 안정화와 공정 검증이 일정대로 진행될 경우 적자 탈출 시점도 앞당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