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 후폭풍 속 회생 실패 … 청산 수순 돌입연쇄 파산에도 멈춰 선 유통 M&A 시장내수 부진·소비 위축에 구조조정 한파 장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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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유통기업 매물이 쌓이고 있지만 인수·합병(M&A) 시장은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다.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로 촉발된 이커머스업계 신뢰 붕괴가 연쇄 파산으로 확산되며 유통업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16일 서울회생법원은 이날 오전 인터파크커머스의 회생절차 폐지를 확정하고 파산을 선고했다. 지난해 8월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지 1년4개월 만이다.

    파산 선고에 따라 인터파크커머스는 청산 절차에 들어간다. 채권 신고 기간은 내년 2월20일까지이며 채권자 집회와 채권조사 기일은 내년 3월17일 서울회생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법원은 앞서 지난 1일 "채무자의 사업을 청산할 경우의 가치가 계속기업 가치보다 크다는 점이 명백히 밝혀졌고 법원이 정한 기한인 지난해 11월13일까지 회생계획안이 제출되지 않았다"며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한 바 있다.

    인터파크커머스는 인터파크쇼핑과 AK몰 등을 운영해온 이커머스 업체로 티몬, 위메프와 함께 큐텐그룹 산하에 속해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티메프 대규모 판매자 대금 미정산 사태가 발생하면서 판매자와 소비자 이탈이 가속화됐고 유동성 악화가 겹치며 같은 해 8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후 회생절차가 개시됐지만 상황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1년이 넘도록 잠재적 인수자를 찾지 못했고 판매자 신뢰 붕괴와 거래 위축이 장기화되면서 독자 생존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된 것으로 풀이된다.

    인터파크커머스 이전에도 티메프 사태의 또 다른 축이었던 위메프도 같은 수순을 밟았다. 위메프는 지난해 9월 회생절차가 폐지되며 파산에 이르렀고 변제율은 사실상 0%에 그쳤다. 피해자는 약 4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메프는 2010년 위메이크프라이스로 출범해 쿠팡, 티몬과 함께 소셜커머스 3강 체제를 형성했지만 오픈마켓 전환 이후 경쟁력을 잃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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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티몬 ⓒ뉴데일리
    반면 티몬은 지난 6월 새벽배송 업체 오아시스마켓에 인수돼 회생절차를 종결했지만 주요 결제대행(PG)사와의 계약이 무산되면서 영업 재개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리오픈 일정도 사실상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이처럼 유통업 전반의 구조조정 환경은 녹록지 않다. 법정관리 상태에 놓인 유통기업 상당수가 M&A를 통한 경영 정상화를 기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새 주인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3월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 역시 수개월째 인수 의향자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논의는 사회적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홈플러스 노조와 시민단체들은 지역경제 붕괴와 대규모 실업을 막기 위해 정부가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 중이다.

    이 같은 구조조정 난항의 근본 배경으로는 회복세가 더딘 내수 경기 흐름이 꼽힌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최근 소매판매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전년 동기 대비 올해 1∼3분기 소매판매액 경상 지수 누적 증가율은 1.9%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0.4%)보다 개선된 수치지만 팬데믹 이전인 2021년(8.2%)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물가 변동을 제거해 실질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액 불변지수 역시 올해 3분기 누적 증가율이 0.4%에 그쳤다. 2023년(-1.4%), 지난해(-2%)에 비해 플러스로 전환됐지만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2%)에는 크게 못 미친다. 백화점과 편의점 등 주요 유통 채널의 판매 실적을 반영하는 소매판매 지표가 회복보다는 저성장 정체 국면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기업 체감경기 역시 빠르게 식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500개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는 올해 3분기 102에서 4분기 87로 급락했다. RBSI가 100을 밑돌면 다음 분기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적자가 나더라도 시장 점유율이나 회사 가치에 베팅하는 인수자가 있었지만 지금은 내수 둔화와 소비 위축이 길어지면서 투자자들이 손실을 감내하려 하지 않는다"며 "매물은 쌓이는데 인수자는 사라진 전형적인 구조조정 한파 국면"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