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난 논란 해소 위해 400만대 무상 장치 제공설치 비용만 최대 5억달러… 대규모 비용 부담 불가피관세 인하 지연 속 영업이익 감소와 겹쳐 수익성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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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기아가 미국 내 차량 도난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400만여 대에 도난 방지 장치를 추가 제공하기로 하면서, 비용 부담이 수익성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양사는 이미 미국 자동차 관세 인하 지연 여파로 영업이익이 큰 폭 감소한 상태여서 추가 비용 발생이 실적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미국 35개 주(州) 검찰총장(법무장관)이 진행한 관련 조사를 해결하기 위해 도난 방지 장비 설치 등 조처에 합의했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양사가 기존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 받을 수 있었던 차량을 포함해 해당 차량 소유주들에게 아연을 보강한 점화 실린더 보호장치를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적용 대상은 400만여 대로 알려졌다.

    이번 합의에는 향후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차량에 도난 방지 기술인 ‘엔진 이모빌라이저’를 장착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엔진 이모빌라이저는 자동차 키 손잡이 등에 특수암호가 내장된 칩을 넣어, 암호와 동일한 코드를 가진 신호가 잡히지 않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하는 장치다. 소비자 보상 및 조사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현대차·기아는 소비자들과 주 정부에 최대 900만달러(한화 약 133억원)를 지급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합의로 재무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있다. 미네소타주 법무장관 키스 엘리슨은 양사의 추산치를 인용해, 이번 사안과 관련 있는 모든 차량에 점화 실린더 보호장치를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이 5억달러(약 7369억원)를 초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상 차량이 대규모인 만큼 단순한 보상금 지급을 넘어 실질적인 비용 지출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이 같은 추가 지출이 이미 수익성 둔화 상황에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앞서 올해 3분기(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2조537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9.2% 감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같은 기간 매출은 46조7214억원으로 8.8% 증가해 3분기 기준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3조5809억원에서 1조원 이상 줄었다. 영업이익률도 5.4%로 2022년 3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대차는 실적 둔화의 주요 요인으로 미국 관세 부담을 지목했다. 회사는 미국 관세 영향이 3분기 실적에 본격 반영됐다고 설명하며, 한미 간 관세 협상이 지연되면서 자동차 관세 인하 효과를 누리지 못한 점이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도 “영업이익은 시장 경쟁 심화에 따른 인센티브 증가와 관세의 영향을 받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관세 인하 지연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한 상황에서, 차량 도난 논란 해소를 위한 장치 무상 제공과 보상·조사 비용까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로이터가 전한 점화 실린더 보호장치 설치 비용은 최대 5억달러를 웃돌 수 있어, 최대 900만달러 규모의 일회성 보상금보다 실질적인 비용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