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싱가포르·UAE 등 해외시장서 초도 물량 잇따라 소진고가·한정 전략으로 기술 수용도 점검… 판매량보다 상징성초기 흥행 확인되며 차세대 폴더블 라인업 확장 가능성도
  • ▲ 지난 12일 삼성 강남 외부에서 '갤럭시 Z 트라이폴드'를 구매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고객들.ⓒ삼성전자
    ▲ 지난 12일 삼성 강남 외부에서 '갤럭시 Z 트라이폴드'를 구매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고객들.ⓒ삼성전자
    삼성전자의 두 번 접는 스마트폰 ‘갤럭시 Z 트라이폴드’가 국내 완판에 이어 해외 주요 시장에서도 잇따라 품절되며, 폴더블 기술 리더십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키고 있다. 판매 물량 자체는 제한적이지만 고가·초기 시장을 중심으로 한 전략적 출시를 통해 기술 상징성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9일부터 대만,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UAE), 중국 등에서 갤럭시 Z 트라이폴드의 정식 판매를 시작했다. 이들 국가는 모두 삼성전자가 글로벌 초도 출시 시장으로 선정한 프리미엄 핵심 시장으로, 고가 단말기 수요가 높고 신기술에 대한 수용 속도가 빠른 지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대만에서는 출시 당일 초도 물량이 모두 소진됐다. 대만은 그동안 폴더블 스마트폰 판매 비중이 높은 시장으로 꼽혀 왔는데, 기존 폴더블 수요층을 중심으로 두 번 접는 새로운 폼팩터에 대해서도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현지에서는 16GB 램과 512GB 저장용량 단일 모델로 출시됐으며, 판매가는 8만9900대만달러로 대만 스마트폰 시장 최고가 수준이다. 삼성전자 대만 법인은 사전 예약 단계부터 물량이 빠르게 소진됐다고 밝힌 바 있다.

    싱가포르 상황도 비슷하다. 1차로 공급된 물량이 전량 매진되면서, 삼성은 추가 공급을 위한 2차 대기자 명단을 운영 중이다. 현지에서는 고가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가 꾸준한 데다, 새로운 사용 경험을 제공하는 혁신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은 시장 특성이 이번 흥행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싱가포르는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고가 신제품의 시장 반응을 점검하는 테스트베드 성격의 시장으로 분류된다.

    UAE에서도 500대 한정으로 배정된 초기 물량이 출시 직후 수분 만에 모두 판매된 것으로 알려진다.  6GB 메모리의 512GB 스토리지 단일모델 1만1999디르함(AED)의 가격으로 출시됐다. UAE는 중동 지역 내에서도 초고가 스마트폰과 럭셔리 소비가 활발한 시장으로, 기술력과 상징성이 강한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업계에서는 트라이폴드가 실사용 제품이라기보다 ‘가장 앞선 기술을 보여주는 플래그십’으로 인식되며 빠르게 소진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에서도 같은 날 정식 판매가 시작됐다. 지난 9일부터 일일 한정 수량에 대해 사전예약을 거쳐 19일부터 판매가 개시됐다. 6GB 메모리의 512GB 스토리지가 1만9999위안, 16GB 메모리의 1TB 2만1999위안 두가지 모델이 출시됐으며 위성 통신 기능 탑재 등 일부 사양이 차별화됐다. 다만 자국 브랜드를 선호하는 중국 시장의 특성상 판매량 확대 자체보다 지역 특화 사양 등으로 초기 관심을 끌고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 ▲ 갤럭시Z 트라이폴드.ⓒ뉴데일리DB
    ▲ 갤럭시Z 트라이폴드.ⓒ뉴데일리DB
    국내 완판 흐름이 해외 주요 시장에서도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달 2일 공개된 트라이폴드는 지난 12일 출시 직후 완판됐고, 17일 온라인에 재입고된 지 2분 만에 다시 매진됐다. 360만원에 달하는 고가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Z 트라이폴드의 구체적인 판매량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 글로벌 공급 물량이 2500~5000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초기 시장 반응을 확인한 뒤 공급을 단계적으로 늘려, 장기적으로는 최대 1만 대 수준까지 공급을 확대할 가능성이 나온다. 대중적 판매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제한된 물량을 통해 기술 리더십과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지난 2일 임성택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도 신제품 미디어 브리핑에서 “갤럭시 Z 트라이폴드는 혁신의 최전선에서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린 새롭고 가장 진보된 제품”이라며 “스페셜 에디션에 가까운 제품이라 대량 판매보다 정말 원하는 분들이 구매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특히 애플이 아직 폴더블 스마트폰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두 번 접는 고난도 폴더블 폼팩터를 상용화했다는 점은 상징성이 크다.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과 물량 공세로 폴더블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기술 완성도를 앞세워 차별화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트라이폴드의 흥행이 단순한 기술 시연에 그치기보다 신규 폴더블 라인업 확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트라이폴드는 많이 팔기 위한 제품이라기보다 삼성이 어느 수준의 기술까지 구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모델”이라며 “국내와 해외에서 반응이 확인된 만큼 추후 후속 모델이나 응용 제품 출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