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권고 반영해 광의통화 기준 재정의ETF·펀드 통계 제외 … 유동성 ‘착시’ 해소초대형 IB 발행어음은 새롭게 편입내년 1년간 병행 공표 … 정책판단 혼선 최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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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이 20년 만에 통화·유동성 통계를 전면 개편한다. 핵심은 대표 통화량 지표 M2에서 ETF·펀드 등 수익증권을 제외하는 것으로, 적용 결과 기존보다 통화 규모가 400조원 이상 감소하고 증가율도 절반 가까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수익증권 편입으로 시중 유동성이 실제보다 부풀려 보였다는 '착시 논란'에 대한 정교화 조치다.

    30일 한국은행은 IMF 통화금융통계 매뉴얼 개정과 금융시장 구조 변화를 반영한 통화·유동성 통계 개편 결과를 발표했다. 한은이 내놓은 새 기준을 적용하면 지난해 10월 기준 M2는 기존 4466조 3000억원 → 4056조 8000억원(-409조 5000억원, -9.2%)으로 집계된다. 이에 따라 전년동월 대비 증가율도 8.7%에서 5.2%로 3.5%p 낮아진다.

    이번 변화는 수익증권(Non-MMF) 제외가 핵심이다. ETF·주식형·채권형 펀드 등은 가격 변동성이 크고 즉시 현금화 안정성이 낮아 '광의통화' 개념과 맞지 않는다는 IMF 권고가 적용됐다. 다만 초대형 IB 발행어음·CMA 등 단기성 상품(+44조 7000억원)은 새롭게 편입되는 등 시장 현실이 반영됐다. 편제 방식 보완(+43조원)을 감안하면 M2 축소의 대부분은 수익증권 제거 영향(-497조 1000억원)이다.

    한은은 "최근 ETF·펀드 자금 유입이 늘면서 M2가 과하게 부풀려 집계된 측면이 있었다"며 "통화 통계의 실효성을 높여 금리 중심 통화정책 판단에 활용도를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편은 고환율 배경 논쟁에도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M2가 급증했다는 해석이 '원화 약세의 근거'로 활용돼 왔지만, 새 기준 적용 시 통화팽창 속도는 더 낮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고환율에 대해 "과도한 원화 공급보다는 달러 보유 확대와 해외투자 증가 등 수급 요인이 크다"고 밝힌 바 있다.

    통계 변경은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한은은 내년 1월 공표되는 11월 통계부터 향후 1년간 신 M2 통계와 구 M2 총액을 병행 공표할 예정이다. 2003년 이후 장기 시계열도 신 기준으로 재구성해 정책·연구 활용도를 높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