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AI 서버 출하량 28% 증가" … 추론 확산이 성장 견인ASIC 기반 AI 서버 비중 27.8% … 엔비디아 천하 막 내리나마이크론, 공격적 증설 … 삼성·SK 주도권 뺏기 사활 건다
  • ▲ 반도체 클린룸 전경ⓒ삼성전자
    ▲ 반도체 클린룸 전경ⓒ삼성전자
    AI 인프라의 무게 중심이 대규모 학습에서 추론 서비스로 이동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지형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엔비디아 GPU 중심의 AI 서버가 여전히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빅테크들의 자체 주문형 반도체(ASIC) 채택이 급증하며 생산능력(캐파) 확보 경쟁이 본격화됐다. AI 서버 출하량 급증에 HBM 수요 폭발, 패키징 병목까지 맞물리며 메모리·파운드리·후공정 전반에서 '선제 투자 경쟁'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21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AI 서버 출하량은 전년 대비 약 2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웹서비스(AWS), 오라클 등 북미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들이 데이터센터 투자를 지속 확대하고 있는 영향이다. AI 추론 서비스 확산에 따른 연산 수요 증가와 함께 노후 범용 서버를 AI 서버로 교체하려는 수요와 빅테크들의 자체 주문형 반도체(ASIC) 투자 확대가 맞물리며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빅테크들은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자체 칩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구글은 자체 '텐서처리장치(TPU)' 활용을 확대하고 있으며 메타 역시 자체 AI 가속기 'MTIA' 개발을 추진 중이다. GPU 중심 구조에서 점진적으로 벗어나려는 전략적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AI 서버 수요가 급증하면서 핵심 부품 확보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올해 북미 상위 5개 CSP의 합산 자본 지출이 전년 대비 약 40%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투자 중 상당 부분은 과거 클라우드 투자 호황기에 도입된 범용 서버를 최신 AI 서버로 교체하는데 투입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 블랙웰 GPU를 비롯한 주요 AI 칩 공급은 더욱 타이트해질 가능성이 크고, 가격 상승 압력도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업체들은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GPU 기반, 자체 ASIC 서버에 공통적으로 고성능 연산을 위해 HBM이 필수적으로 탑재되기 때문이다. 블랙웰과 구글 TPU에는 5세대 'HBM3E'가 각각 8개씩 들어간다. AI 서버 출하량이 늘어날수록 메모리 업체들의 수익성이 기하급수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압도적인 주도권을 확보하며 실적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HBM 시장 점유율은 58%에 달한다. 엔비디아와는 개발 단계부터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HBM3E를 사실상 독점 공급했고, 구글의 최신 TPU에도 HBM3E 8단 제품을 우선 공급하고 있다. 차세대 제품인 HBM4 역시 연내 양산에 돌입해 내년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범용 D램 가격 반등과 함께 HBM 공급망을 AMD, 브로드컴 등으로 다변화하며 하반기 실적 회복에 성공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차세대 HBM4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ASIC 고객 기반을 확대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평가된다. 증권가에서는 내년 메모리 슈퍼사이클을 바탕으로 양사의 영업이익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란 낙관적 전망도 내놓고 있다.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의 캐파 확보 경쟁도 이미 불이 붙었다. 미국 마이크론은 최근 대만 먀오리현에 위치한 PSMC의 'P5 팹'을 18억달러에 인수하는 의향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로 마이크론은 내년 하반기부터 D램 생산량을 늘릴 수 있게 된다. 마이크론은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시장에서 생산량을 확대해 고객 대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SK하이닉스가 충북 청주에 19조원을 투입해 첨단 패키징 팹 'P&T7'을 신설하고, 전공정 설비인 M15X의 조기 준공 및 가동을 추진 중이다. 전공정과 후공정을 유기적으로 묶는 통합 생산 체계를 구축해 HBM을 포함한 AI 메모리 대응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 역시 충남 천안에 첨단 패키징 거점을 구축하고, 하이브리드 본딩 등 고급 패키징 기술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가속기의 진화가 전공정을 넘어 패키징 경쟁으로 확산되면서 생산능력 확보 여부가 향후 실적과 시장 지위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며 "추론 AI 확산과 ASIC 수요 급증, 패키징 병목이라는 삼중 변수가 맞물리면서 반도체 업계의 선제 투자 경쟁은 당분간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