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 지방 공급 확대 목표제 시행 … 106조원 비수도권 기업 공급 최근 5년 지방 벤처기업 18% 감소·유망창업기업 78.9% 수도권지방 중기 연체율 매년 상승에도 저리 금융 지원 … 부실 굴레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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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올해 기업금융 지원액의 45% 이상을 비수도권에 배정하는 '정책금융 지방공급 확대 목표제'를 시행하면서, 106조원 규모의 정책금융 자금이 비수도권에 의무 공급된다. 하지만 벤처·스타트업 등 혁신기업의 지방 탈출 현상이 심화하고 중소기업의 부실지표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기계적인 대출 할당이 향후 정책금융기관의 부실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지방 우대금융 활성화' 방안에 따라 국민성장펀드와는 별도로 올해 전체 기업금융자금 240조원 중 41.7%에 달하는 106조원을 비수도권 지역에 공급한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 IBK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4개 정책금융기관들은 연말까지 지방기업들을 대상으로 106조원의 KPI(핵심 성과 지표)를 채워야 한다.  

    정부는 지방 산업단지 내 자가 사업장을 취득한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첨단전략산업 기업에 최대 1.5%포인트(p) 금리 우대를 제공하고, 비수도권 소재 혹은 이전하는 중소·중견 기업에는 최대 2.0%p, 비수도권 지역 스타트업(창업 7년 이내)에는 최고 전액보증, 인구감소 지역 소재 기업에는 보증료율 감면 등 파격적인 혜택을 내걸었다.  

    문제는 이 막대한 자금을 소화할 우량 기업이 지방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국회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전체 벤처기업(3만7419개) 가운데 수도권에만 65.6%(2만4533개)가 몰려있었고 비수도권은 34.4%(1만2886)개에 그쳤다. 최근 6년간 추이를 살펴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020년 비수도권 벤처기업 수는 1만5855개에서 2025년 6월 1만2886개로 18.73% 감소했다.

    지방 혁신 유망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권향엽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아기유니콘' 사업에 선정된 비수도권 소재 기업 비중은 수도권 78.9%, 비수도권 21.1%로 나타났다. 정부가 세운 기준에 부합하는 지방 스타트업 비율이 20%를 겨우 넘는 셈이다. 아기유니콘 사업은 정부가 유망 창업기업의 혁신 사업모델과 성장성을 검증해 금융지원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금융 지원만으로는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라며 "핵심 R&D 사업은 인력 수급이 생존과 직결되는데, 금리 2% 깎아준다고 지방으로 이전하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실성 없는 목표액도 도마에 올랐다. 식당 구인조차 힘든 인구 감소 지역에서 수 백억원대 시설 투자를 단행하며 정책 자금을 받을 기업은 절대적으로 적다. 지방 소재 초기 스타트업이 대출을 받아도 통상 10억원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106조원의 목표치를 채우기 위해서는 무려 10만6000개의 스타트업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가장 우려되는 뇌관은 건전성이다. 이미 빚을 갚지 못해 쓰러지는 지방 중소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소기업 연체율은 0.72%로 1년 전보다 0.1% 올랐고 대기업 연체율도 0.09% 상승한 0.12%를 기록했다. 기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벤처기업 일반보증 대위변제는 1조4258억원 순증했다. 5대 지방은행(부산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전북은행, im뱅크)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액 역시 1년 전보다 75% 폭증했다.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높은 기업은행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업대출 연체율은 1.00%로 금융위기 당시 2009년 1분기(1.02%) 이후 최고 수준에 달했다. 

    빚을 갚지 못하는 기업이 폭증하는데도 단지 '지방에 소재한다'는 이유만으로 1.5~2.0%포인트의 금리를 깎아주며 막대한 규모의 대출을 제공하는 것은 부실 굴레를 키우는 악순환이 될 수 있다. 우량 기업이 적은 지방에서 국책은행 지점들이 106조원을 채우려면 결국 대출 심사 기준을 낮추거나 한계기업에도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 전문가는 "지방에 무리하게 내준 대출이 2~3년 뒤 부실로 터지면 국책은행과 보증기관이 또 다시 혈세로 돈을 대줘야 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