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기 송금' 막는다…자금세탁 방지 목적거래소·개인지갑 모두 신원 확인 강화시장 위축·풍선효과 가능성 제기
  • ▲ 금융위원회. ⓒ연합뉴스
    ▲ 금융위원회. ⓒ연합뉴스
    가상자산 거래가 사실상 '실명제' 체계로 재편된다. 금융당국이 트래블룰(Travel Rule) 적용 범위를 전면 확대하면서, 그동안 가능했던 '쪼개기 송금'이 차단되고 시장의 익명성도 빠르게 축소될 전망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특정금융정보법 시행령 및 감독규정 개정안을 지난 30일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트래블룰 적용 대상을 기존 100만원 이상에서 전 구간으로 넓히는 것이다. 국내 가상자산 이전 거래의 약 60%가 100만원 미만인 만큼 사실상 대부분 거래가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트래블룰은 가상자산 이전 시 송·수신자 정보를 의무적으로 확인·전송하도록 하는 규정으로,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도입됐다. 그동안에는 100만원 이하 거래를 여러 번 나누는 방식으로 규제를 피하는 사례가 꾸준히 지적돼 왔다.

    해외로 자산을 이전해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과세를 회피하는 행태도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기존 제도만으로는 해외로 빠져나간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번 개정안은 수신 측 사업자에도 정보 확인 의무를 부과해 거래 관리 범위를 넓혔다. 거래소 간은 물론 개인지갑과의 거래까지 신원 확인 절차가 강화되면서 사실상 '코인 실명제'에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 거래 문턱도 높아진다. 거래 상대방의 신원 확인이 가능하고, 해당 사업자가 트래블룰 이행 체계를 갖춘 경우에만 이전이 허용된다. 1000만원 이상 거래는 의심거래로 분류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된다.

    실제 외부 이전 흐름은 나타나고 있다. 거래소의 외부 이전 금액은 2025년 하반기 107조3000억원으로 늘었지만, 트래블룰이 적용되는 국내 사업자 간 이전 금액은 23% 줄었다.

    시장에서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용자 절차가 복잡해지면서 거래가 위축되고, 규제를 피해 해외나 개인지갑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조치가 가상자산의 핵심 가치로 꼽히는 탈중앙화와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개자 없이 개인 간 자유로운 거래를 지향하는 구조와 달리, 모든 이전 과정에 신원 확인을 요구하면서 사실상 중앙화된 관리 체계로 편입시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금세탁 방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개인지갑까지 사실상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이용자 선택권이 크게 제한될 수 있다"며 "탈중앙화를 기반으로 한 가상자산의 특성과도 충돌하는 지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가 과도해지면 거래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