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법원, 소액주주연대·경제개혁연대 청구 모두 받아들이지 않아미등기 총수 보수 위법성·회사 손해 입증 부족 판단 … 원고 패소소액주주 측 즉각 항소 방침 … 오너 보수 분쟁, 결국 2심으로
  • ▲ DB하이텍 부천 본사 전경ⓒDB
    ▲ DB하이텍 부천 본사 전경ⓒDB
    DB하이텍 총수 일가의 고액 보수를 둘러싼 주주대표소송이 1심에서 소액주주 측 패소로 일단락됐다. 다만 소액주주 측이 곧바로 항소 방침을 정하면서 분쟁은 끝나지 않았다. 

    법원이 1심에서 미등기임원 보수의 위법성과 회사 손해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소액주주 측은 오너 보수와 지배구조 문제를 다시 2심에서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건이 단순한 개별 보수 분쟁을 넘어 미등기 총수의 역할과 책임, 보수 산정의 투명성, 주주대표소송의 입증 문턱을 다시 묻는 2라운드로 번지게 됐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경제개혁연대 등을 포함한 주주들이 김준기, 김남호, 조기석, 양승주 등 4명을 상대로 회사에 238억2900만원을 배상하라고 청구한 소송이다. 원고 측은 김준기·김남호 두 사람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DB하이텍에서 받은 보수가 같은 기간 등기이사 보수 총액과 배당 규모에 비춰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준기 DB하이텍 창업회장은 4년간 118억2600만원, 김남호 DB그룹 명예회장은 120억0700만원을 각각 수령했고, 두 사람 합계는 238억3300만원 수준이다. 같은 기간 회사가 등기이사들에게 지급한 총보수는 71억4000만원, 주주 배당금 총액은 1508억4300만원이었다. 

    소송은 시작부터 일부 원고의 자격 문제에 걸렸다. 법원은 원고 20명 가운데 19명에 대해 “소 제기 당시 또는 소송 계속 중 회사 발행주식을 전혀 보유하지 않아 주주대표소송의 원고 적격을 상실했다”고 판단해 이들의 소를 각하했다. 

    주주대표소송은 제기 시점의 주식보유 요건만이 아니라 소송 계속 중에도 주주 지위를 유지해야 하는데 해당 원고들은 그 점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취지다. 결국 소액주주 측은 본안 판단에 앞서 절차 단계에서부터 상당 부분 힘이 빠졌다. 

    남은 원고들의 본안 청구도 모두 기각됐다. 핵심은 법원이 김준기·김남호 회장의 보수를 곧바로 “과다하고 위법한 지급”으로 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은 두 사람이 단순히 창업회장·그룹회장 직함만 보유한 채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회사 내부 경영시스템에 따르면 김준기 회장이 회장·부회장 인사, CEO·CFO 임면, 신규 임원 선임·영입, 지배구조·지분 관리 업무를 맡았고, 김남호 회장은 경영책임자로서 경영계획·영업전략 발표회의 주재, 임직원 급여와 인사, 조직개편 등 주요 경영사항에 관여했다. 법원은 실제로 김준기 회장이 경영현안회의를 주재하고 주요 과제를 점검했으며, 김남호 회장도 경영계획과 영업전략 회의를 주재하고 중요 경영사항을 결재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보수 산정 절차 역시 원고 측 주장만큼 위법하다고 보지 않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DB하이텍은 2021년 임원보수규정을 제정해 이사회 승인을 받았고, 2020년에는 ‘지배주주 보수 지급 내부기준’을 마련해 그룹회장 보수는 전문경영인 CEO의 3배 이내, 최대 4배를 넘지 않도록 규정했다. 

    사업보고서에도 급여, 일반성과급, 특별성과급이 각 규정과 KPI 목표 달성도에 따라 지급됐다고 기재돼 있었다. 법원은 “적지 않은 금액”이라는 사정만으로 직무와 합리적 비례관계를 상실한 과도한 보수라고 단정할 수 없고, 그 점은 원고가 증명해야 하는데 원고 측은 주로 “아무 업무를 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에 머물렀다고 봤다. 

    주주총회 승인 문제도 원고 측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법원은 상법상 이사의 보수는 주주총회 결의 사항이지만, 김준기·김남호 회장처럼 등기이사가 아닌 미등기임원 보수에 대해서는 이를 직접 규율하는 명시 규정이 없다고 판단했다. 정관과 사내 규정도 이사 및 감사위원 보수만 주주총회 결의 대상으로 두고 있을 뿐, 미등기임원 보수까지 주주총회 승인을 받도록 정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결국 “주총 승인을 받지 않았으니 위법하다”는 원고 측 논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회사 손해 자체도 인정하지 않았다. 판결문은 DB하이텍의 자본금,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 재무상태에 비춰 봤을 때 해당 보수 지급으로 특별한 경영상 위험이 초래됐거나 회사재산의 훼손, 낭비, 자본충실 원칙 훼손에 이를 정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회사 감사위원회가 2025년 1월 손해배상청구 소송 제기 여부를 심의한 뒤, 참석자 전원이 그룹경영 책임자로서 중요 경영사안에 대한 자문과 종합 판단을 하고 있고 산업계 통상적 지급수준 등을 감안할 때 소송으로 회사에 부담을 줄 실익이 낮다고 보고 제소하지 않기로 한 점도 판결에 반영됐다. 

    결국 1심은 소액주주 측 문제제기를 “지배구조 비판”으로는 받아들였지만, 이를 곧바로 법적 손해배상 책임으로 연결하지는 않았다. 보수 규모가 사회적 논란의 대상이 될 수는 있어도 그것이 곧 위법하고 회사에 손해를 끼친 지급이라고 보려면 더 구체적인 입증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는 국내 주주대표소송이 넘어야 할 문턱이 여전히 높다는 점을 다시 보여준 판결로 읽힌다. 

    소액주주 측은 곧바로 2심 항소에 나설 예정이다. 이에 따라 쟁점은 다시 항소심으로 넘어가게 됐다. 2심에서는 단순히 보수 액수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미등기 총수의 역할과 책임, 보수 산정의 투명성, 그리고 회사 손해의 범위를 법원이 어디까지 인정할지가 다시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