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종전 이후 계약 체결 유력… "실무 협상 우호적"분담금 10% 남아… 6월 체계개발 종료 전 완납할 듯1974년 첫 함정 수출국… 50년 K방산 협력사의 정점
  • ▲ 이재명 대통령과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일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 APEC 정상회의장에서 한-인도네시아 정상회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과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일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 APEC 정상회의장에서 한-인도네시아 정상회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KAI의 한국형 전투기 KF-21이 이르면 오는 6월 첫 수출이 성사될 전망이다. 중동전쟁 여파로 전 세계적으로 방산 계약 체결이 순연되는 분위기지만 전쟁 이후 각국의 방위력 강화 수요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인도네시아의 16대 초도 도입도 빠르게 구체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중동 전장에서 K-방산 신뢰도가 높아진 점도 계약 성사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3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KF-21 16대 초도 도입을 위한 가격·금융 조건 협상을 한국 측과 우호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당초 48대 도입 구상에서 예산 부담을 고려해 우선 1개 비행대 규모인 16대로 시작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미국과 이란 간의 종전 선언이 나올 경우, 상반기 내 이행계약 체결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일각에선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국빈 방한 기간 중에 계약이 체결될 것이란 기대가 나오기도 했으나 인접 지역에서 전쟁이 한창 진행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무기 도입을 공식화하기에는 정치적·재정적 부담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네시아 역시 최근 중동발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대규모 전투기 도입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실무 협상을 이어가며 '로우키 전략'을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무 협상 분위기는 우호적이지만 지금은 무기 거래를 대외적으로 발표하기에 적절한 시점은 아니다"며 "전쟁 종식 이후 오히려 방위력 강화 수요가 커지면서 계약 체결이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방산업계에서는 인도네시아가 KF-21의 첫 수출국이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2002년 개념연구로 출발한 KF-21은 2015년 인도네시아와 공동개발이 확정되면서 10여년간 표류하던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고, 그 연장선에서 지금의 첫 수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인도네시아의 참여가 없었다면 현재와 같은 개발 속도와 수출 논의 역시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한국 방산 수출 역사의 출발점이라는 상징성도 갖는다. 1974년 한국산 고속정 4척을 처음 도입하며 국내 함정 수출의 첫 역사를 썼고, 2003년에는 KT-1을 도입해 한국 첫 국산 군용기 수출국이 됐다. 2011년에는 T-50 16대를 들여오며 한국이 세계 6번째 초음속 군용기 수출국으로 올라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번 KF-21 계약까지 성사되면 함정·훈련기·고등훈련기·전투기를 잇는 50년 K방산 협력사의 정점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인도네시아는 당초 전체 개발비의 20%인 약 1조6000억원을 부담하기로 했지만, 지난해 양국 합의를 거쳐 분담금을 6000억원으로 조정했다. 현재 남은 금액은 약 6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체계개발 종료 시점인 6월 전후까지 잔액을 납부하면 공동개발 신뢰 회복은 물론 첫 수출 계약에도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중동 전장에서 K-방산 전반의 실전 신뢰도가 높아진 점도 KF-21에는 우호적이다. 천궁-II의 실전 요격 성과 이후 중동 국가들의 K-방산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인도네시아 역시 전쟁 종료 이후 KF-21 발표를 통해 외교적·군사적 상징성을 동시에 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프랑스 라팔과 튀르키예 KAAN 등 타 기종 도입과 병행해 KF-21 16대를 우선 들여오는 방식은 예산 분산과 전력 현대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 선택지로 평가된다.

    KAI 입장에서도 이번 계약은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KF-21 양산 체제가 본격화하는 시점에 인도네시아와의 첫 수출 계약이 성사되면 한국 독자 전투기의 첫 해외 레퍼런스를 확보하게 된다. 이는 동남아를 넘어 중동과 동유럽, 중남미로 이어질 수 있는 전략적 발판이 될 수 있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중동 전쟁 종식 이후 유가와 재정 불확실성이 완화되면 첫 수출 계약 발표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며 "인도네시아와의 첫 수출 계약은 KF-21의 해외 시장 확장성을 입증하는 상징적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