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업제품 지수 역대 최고 … 에너지발 물가 도미노 시작유가·환율 동반 상승… 곡물·식품 가격 상승 압력 확대옥수수·사료값 들썩 … 축산물 물가 상승 조짐호르무즈 변수에 비료 불안 … 곡물 가격 상승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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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시내의 한 마트에서 한 시민이 수입산 소고기를 살펴보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 지수는 118.80(2020년=100)으로 1년 전보다 2.2%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축산물 물가는 작년 동기 대비 6.2% 상승, 외식 물가도 3% 가까이 올랐다.ⓒ연합뉴스
중동 전쟁 여파로 치솟는 에너지 가격에 더해 유가와 환율까지 들썩이면서 국제 곡물·유지류·육류·유제품·설탕 등의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시차를 두고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란발 ‘애그플레이션’이 식탁 물가를 강타할 전망이다. 소비자들의 생활비 부담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애그플레이션은 곡물·축산물 등 농산물 가격 상승이 전체 물가 상승을 주도하는 현상을 의미한다.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비료 공급이 부족해져 곡물 생산이 감소할 경우 세계 식량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도 제기된다.5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동 전쟁이 조기에 종료되더라도 국제 유가가 전쟁 이전보다 43% 높은 배럴당 90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도 유가가 당분간 고공 행진을 이어가며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에너지 가격 상승이 내구재와 가공식품 가격에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는 점도 향후 물가 충격을 키울 요인으로 꼽힌다.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국제 유가 상승에 즉각 반응하는 품목은 석유류 등으로 제한적”이라며 “나프타 가격이 올라 비닐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라면 가격을 바로 인상하지 않는 것처럼 공산품 가격 상승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이어 “국제 유가는 3월에 상승했지만 한국 수입 원유 가격은 4월에 반영되는 구조를 고려하면 물가 상승률에 대한 시차는 통상 3~6개월”이라며 “2월 말 시작된 중동 전쟁의 물가 여파는 6월 발표되는 5월 소비자물가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국가데이터처의 3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에너지 물가지수는 142.89(2020년=100)를 기록해 2015년 1월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실제 에너지 물가 고공행진은 유가에 영향을 받는 공업제품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조만간 ℓ당 2000원을 넘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공업제품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달 118.80을 기록해 1985년 1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다. 이전 최고 기록은 지난해 12월의 117.30이었다.공업제품 물가지수 상승은 석유류(140.55·9.9%)가 주도했고 내구재·섬유제품·가공식품 등 다른 항목의 고공행진도 영향을 미쳤다.내구재(109.60·2.0%), 섬유제품(118.35·2.2%), 출판물(113.06·3.2%) 등도 1985년 1월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가공식품(2.8%) 물가지수는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조사로 인한 출고가 인하와 정부 정책 영향으로 지난달 125.22(1.6%)로 소폭 낮아졌지만, 지난 1월(125.42)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옥수수·사료 가격 상승…축산물 물가 압박 확대국내 사료 가격은 이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옥수수 수급 불안도 가격을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료 가격 상승이 본격화될 경우 축산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2차 물가 압력’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양계협회는 일부 업체들이 이미 4∼5%가량 가격을 인상했고 다른 업체들도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한우 안심 가격은 지난 2일 기준 100g당 1만4352원으로 1년 전보다 21.8% 상승했다. 돼지고기 앞다릿살은 4.3%, 닭고기는 15.4%, 계란 한 판 가격도 4.0% 각각 올랐다.축산업계 관계자는 “사료 가격 인상으로 원가 부담이 커지면 축산물 가격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업계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처럼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전쟁 이전 ㎏당 570원대였던 축산물용 배합사료 평균 가격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700원대까지 치솟은 바 있다. 사료 원료인 옥수수 등 곡물은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로 환율이 오를 때마다 원가가 크게 뛰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
- ▲ 미국 노스다코타주의 한 밀밭ⓒ연합뉴스
◇ 한국 비료 38% 호르무즈 통과…비료 수급 변수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로 인한 비료 수급 차질로 올해 2분기 국제곡물(밀·옥수수·콩·쌀) 선물가격지수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2분기 국제곡물 선물가격지수는 로이터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를 반영할 때 전 분기 대비 6.4%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이는 비료 공급 차질로 곡물 재배 면적이 감소하고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곡물을 원료로 하는 바이오연료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비료와 비료 원료 가격은 중동 전쟁으로 인한 공급 불안에 급등했다. 특히 질소 비료 가격이 크게 상승하고 있다.골드만삭스도 최근 보고서에서 비료 가격 상승에 따른 곡물 공급 감소가 곡물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중동전쟁이 길어지면서 전 세계에서 먹거리 쇼크가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한국은 2021년 중국의 요소 수출 규제 이후 수입선을 다변화했지만 중동 지역 요소 비료 의존도가 43.7%에 이른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들여오는 물량이 38.4%를 차지한다.대체재가 될 수 있는 동남아산 요소 가격도 전쟁 이전보다 50% 넘게 상승한 상황이다.국내에서도 비료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 농업계는 비료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영농 활동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다만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월 12일 입찰을 통해 가격이 결정된 이후 비료 가격은 변동이 없다고 밝혔다.농식품부 관계자는 “주요 요소 비료 업체는 이달 말까지 공급 가능한 완제품을 보유하고 있고 추가로 3개월 치를 생산할 수 있는 원자재를 확보하고 있어 7월 말까지 비료 공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비료 공급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과다 사용 관행 개선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