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가격 강세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실적 상향 기대감 확산노트북·스마트폰 가격 인상 본격화 … 완제품 업계 원가 부담 가중상반기 선구매 수요 버티지만 하반기엔 소비 둔화 가능성 커져
  • ▲ ⓒ챗GPT
    ▲ ⓒ챗GPT
    메모리 가격 강세가 반도체와 전자업계의 희비를 갈라놓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업체에는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노트북과 스마트폰, 태블릿을 만드는 세트업체에는 원가 부담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반도체 업황 회복이 곧바로 산업 전반의 훈풍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다.

    15일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영업일 평균 메모리 반도체 수출금액이 전년동기대비 162% 늘어난 6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DRAM은 3억7000만달러로 287%, NAND는 5736만달러로 193%, MCP(멀티칩패키지)는 1억6000만달러로 55% 증가했다. 메모리 가격 강세가 수출 지표로 확인되면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실적 상향 기대도 커지는 흐름이다.

    업계는 최근 NAND 가격 상승폭 확대와 하반기 LPDDR(저전력 D램) 수급 긴축 가능성을 2분기 실적 상향의 배경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메모리값 급등의 청구서가 세트업체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북6 시리즈 가격을 사양에 따라 최대 90만원 인상했고, 갤럭시북6 프로는 1월 출시가 351만원에서 현재 419만원으로 뛰었다. LG전자도 2026년형 16인치 그램 프로 가격을 314만원에서 354만원으로 올렸다. 메모리발 원가 압박이 더 이상 부품시장 내부에 머무르지 않고 완제품 가격으로 번지고 있다는 의미다.

    태블릿과 스마트폰 일부 모델 가격도 이미 오름세를 탔다. 해외에서는 에이수스가 일부 PC 가격을15~25% 인상했고, HP와 델도 가격 조정에 나섰거나 예고했다. 업계에서는 PC 평균 가격이 연말까지 추가로 20% 이상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AI(인공지능) 서버 수요 확대에 따라 HBM(고대역폭메모리)과 고용량 메모리 생산이 늘면서 소비자용 범용 메모리 공급이 줄어든 여파라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이 과정에서 완제품 원가 구조도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고 본다. 노트북과 스마트폰, 게임기 등에서는 메모리 비중이 예년보다 크게 높아졌고, 이는 세트업체 입장에선 가격 경쟁력 약화로 직결된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체에는 ASP(평균판매단가) 상승의 호재지만, 전자업계에는 원가 부담과 가격 경쟁력 훼손이라는 이중 압박으로 돌아오는 구조"라고 말했다. 

    당장 상반기에는 수요가 급격히 꺾이기보다 선구매가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미리 사두려는 개인과 기업 수요가 일부 앞당겨질 수 있어서다. 실제 메모리값 인상 우려 속에 PC와 노트북 구매가 상반기에 쏠리는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이 흐름이 길게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상반기에 수요를 당겨 쓰면 하반기에는 기저가 비게 된다. 여기에 완제품 가격이 계속 오르면 소비자는 구매를 미루고, 기업도 교체 수요를 늦출 가능성이 커진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가 커질수록 전자업계에서는 오히려 수요절벽 우려가 함께 커지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가격 강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장비·소재업체에는 실적 개선 기대를 키우지만, 전자업계 전반에는 비용 부담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며 “상반기 선구매 뒤 하반기 최종 수요가 얼마나 버티는지가 이번 국면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