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임식 … 통화정책 중심 정책 대응 한계 지적금리·환율·금융위기 넘긴 4년 … “국민 믿음, 결국 실력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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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전하고 있다. ⓒ곽예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이임사를 통해 지난 4년간의 위기 대응을 돌아보며, 통화정책 중심의 정책 대응 한계를 지적하고 구조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이 총재는 이날 이임사에서 “지난 4년은 우리가 예상했던 범위 안에서의 시간이 아니라, 그 경계를 끊임없이 넘어야 했던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취임 직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인플레이션이 급등하면서 “역사상 처음인 두 차례의 빅스텝을 포함해 기준금리를 3.5%까지 끌어올려야 했다”고 밝혔다.이어 부동산 금융 불안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수도권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비상계엄 상황에 따른 역성장 등 복합적인 충격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상치 못한 충격들로 우리 경제는 계속해서 시험대 위에 올랐다”며 “여러분의 헌신과 도움이 없었다면 위기를 관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성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총재는 “높아진 인플레이션을 금리정책을 통해 주요 중앙은행보다 먼저 2%대 목표 수준으로 되돌린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형 포워드 가이던스 도입, 20편 이상의 구조개혁 보고서 발간, 국제결제은행(BIS) 글로벌금융시스템위원회(CGFS) 의장 수행 등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특히 “지난 20여 년간 상승하기만 했던 가계부채 비율을 처음으로 하락세로 이끈 것도 의미 있는 성과”라고 강조했다.다만 임기 종료 시점에도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중동전쟁이 끝나지 않아 외환·금융시장이 충분히 안정되지 못한 채 자리를 넘기게 되어 마음이 무겁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보여준 위기 관리 능력은 어느 선진국에 비해서도 손색이 없다”며 조직에 대한 신뢰를 나타냈다.이 총재는 특히 정책 패러다임 변화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그는 “통화·재정정책만으로 우리 경제의 안정과 성장을 이루어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경제구조 변화로 정책 영향력은 약화되고 있지만 국민 기대는 여전히 높아 괴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외환시장 구조 변화도 짚었다. 과거 외국인 자본 흐름이 중심이던 시장에서 “이제는 국내 기업, 개인, 국민연금 등 거주자의 영향도 크게 확대됐다”며 “외환시장 개입이나 금리정책만으로 환율을 관리하려 하면 더 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저출생·저성장 문제에 대해서도 “통화·재정정책과 같은 단기 처방보다는 노동, 교육 등 구조개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도체 호황은 경기 안정에 도움이 되지만 특정 산업 의존과 양극화 심화라는 구조적 문제도 동시에 보여준다”고 진단했다.이 총재는 한국은행의 역할 확대 필요성도 재차 언급했다. 그는 “통화·금융정책의 울타리를 넘어 국내 최고의 싱크탱크가 되자고 했던 마음은 지금도 같다”며 교육, 주거, 균형발전, 청년고용, 노인빈곤 등 구조적 과제 연구를 지속해 줄 것을 당부했다.조직 구성원에 대한 감사도 이어졌다. 그는 금융통화위원회와 집행간부, 직원들을 향해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았던 시기마다 깊은 논의로 방향을 제시해 줬다”고 했고, “시장 대응과 정책 전달에 노력해 준 임직원과 출입기자들에게도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마지막으로 중앙은행의 신뢰에 대해 “국민의 믿음은 결국 중앙은행의 실력이 결정한다”며 “앞으로도 안주하지 말고 목표를 높게 잡고 더 많은 발전을 이루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이 총재는 가족에 대한 감사 인사와 함께 “이제 이 자리를 떠난다”며 “여러분과 보낸 시간은 제게 보람이자 무엇보다 큰 영광이었다”고 이임사를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