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34·하나 8 … 1분기 주요 시중은행 분쟁조정 30~70% 감소홍콩 ELS 분쟁 해소 영향, 대형 투자상품 민원 사실상 정리과징금 1.4조 논의 지연 … 은행권 ELS 판매 철수 기류 뚜렷보이스피싱 민원 125%↑ … ‘투자형→생활형’ 분쟁 구조 전환
  • ▲ ⓒ연합
    ▲ ⓒ연합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여파가 잦아들면서 시중은행 분쟁조정이 1년 새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투자상품 관련 분쟁이 빠지며 민원 규모는 빠르게 축소됐지만, 비대면 거래와 금융사기 대응 과정에서 발생하는 '생활형 민원'은 오히려 존재감을 키우는 흐름이다.

    7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전체 은행권 민원분쟁·소제기(중복 제외) 건수는 161건으로, 전년 동기(307건) 대비 47.6% 감소했다. 이 가운데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 민원은 121건으로 전년(217건)보다 44.2% 줄었다.

    개별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은 74건에서 34건으로 54.1% 감소했고, 하나은행은 26건에서 8건으로 69.2% 줄며 감소폭이 가장 컸다. 신한은행도 49건에서 34건으로 30.6% 감소했고, 우리은행은 27건에서 17건으로 37.0% 줄었다. NH농협은행 역시 41건에서 28건으로 31.7% 감소했다.

    5대 시중은행 기준으로 민원 규모가 은행별로 30~70% 수준 줄어든 셈이다. 이는 2024년 홍콩 ELS 사태로 급증했던 민원이 손실 확정과 배상 절차를 거치며 빠르게 해소된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에는 특정 투자상품 손실과 관련된 대형 분쟁이 민원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면, 최근에는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무적 이슈가 중심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ELS를 둘러싼 제재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점도 은행권 기류에 영향을 주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홍콩 ELS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약 1조 4000억원 수준의 과징금 부과를 검토 중이지만, 세부 기준을 둘러싼 이견으로 금융위원회 최종 의결이 지연되고 있다. 이달 중 관련 논의가 예정돼 있는 가운데,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권은 판매 재개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분위기다.

    실제 은행 내부에서는 ELS를 둘러싼 전략 수정 움직임이 감지된다. 전면 판매 재개보다는 거점 점포 중심의 제한적 취급이나 금융그룹 내 증권사 채널 활용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수익성은 유지되지만 민원과 제재 리스크가 큰 '계륵 상품'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인터넷전문은행의 흐름은 다소 다르다. 2026년 1분기 기준 토스뱅크 민원은 11건으로 전년(21건) 대비 감소했지만 여전히 인터넷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수준을 유지했다. 카카오뱅크는 8건으로 전년과 동일했고, 케이뱅크도 2건으로 변화가 없었다. 시중은행과 달리 민원 감소 폭이 제한적인 가운데, 비대면 거래 관련 민원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민원 성격도 뚜렷하게 달라지고 있다. 시중은행은 ELS 등 투자상품 분쟁이 줄면서 전체 건수가 감소한 반면, 인터넷은행은 지급정지 확인·해제, 계좌 이용 제한 등 금융사기 대응 과정에서 발생하는 민원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관련 민원은 전년 대비 125% 이상 증가했으며, 이러한 생활형 분쟁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는 흐름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흐름을 단순한 감소가 아닌 구조 변화의 신호로 보고 있다. ELS 사태로 촉발된 투자형 분쟁은 빠르게 줄었지만, 비대면 금융 확산과 금융사기 대응이라는 새로운 리스크가 민원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는 것.

    금융권 관계자는 "대형 투자상품 분쟁이 줄어들면서 민원 규모는 축소됐지만, 디지털 금융 환경에서는 생활형 민원이 구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민원 관리의 초점도 상품 판매에서 거래 과정 통제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