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폭증에 대용량 배전 설비 부상美 빅테크 장기 공급망 진입…2030년까지 최대 4조원 전망LS전선·가온전선·LS일렉트릭, 북미 전력 인프라 공략 속도
  • ▲ LS전선의 자회사인 가온전선이 석 달 새 주가가 300% 넘게 올랐다.사진은 LS전선 동해 해저케이블 공장. ⓒLS전선
    ▲ LS전선의 자회사인 가온전선이 석 달 새 주가가 300% 넘게 올랐다.사진은 LS전선 동해 해저케이블 공장. ⓒLS전선
    가온전선 주가가 석 달 만에 300%가량 뛰었다. 미국 빅테크의 AI 데이터센터 전력망 공급사로 낙점되면서다. 가온전선은 미국 자회사 LSCUS를 통해 2030년까지 최대 4조원대 버스덕트 공급하게 된다. 버스덕트는 데이터센터 내부에서 대용량 전기를 서버실 곳곳으로 보내는 배전 설비다. AI 서버가 늘수록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는 만큼, 전선업계에서도 버스덕트가 새로운 성장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19일 전선업계에 따르면 가온전선의 미국 자회사 LSCUS는 미국 빅테크 기업과 향후 5년간 버스덕트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약 500억원 규모로 공급을 시작해 2030년까지 누적 공급 규모가 최대 4조원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번 계약에 따라 가온전선은 매년 미국 내 AI 데이터센터 수십 곳에 버스덕트를 공급하게 된다.

    버스덕트는 건물 내부에서 대용량 전기를 보내는 배전 시스템이다. 수백·수천 가닥의 전선을 까는 대신 금속 외함 안에 구리나 알루미늄 판형 도체를 넣어 전력을 전달한다. 쉽게 말해 데이터센터 안에 까는 '전력 고속도로'에 가깝다.

    AI 데이터센터에서 버스덕트가 주목받는 이유는 전력 수요 때문이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가 늘면서 데이터센터 한 곳이 쓰는 전력 규모도 커지고 있다. 서버 랙 밀도가 높아질수록 전기를 안정적으로 나눠 보내는 설비가 중요해진다. 기존 케이블 방식은 전선 다발이 복잡해지고 증설 때마다 배선 공사가 뒤따른다. 반면 버스덕트는 조립식 모듈 구조라 설치와 이동이 상대적으로 쉽다.

    기술력은 대전류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보내느냐에서 갈린다. 버스덕트는 여러 모듈을 길게 연결해 쓰는 구조인 만큼 접속부 설계가 중요하다. 연결부 저항이 높아지면 발열과 전력 손실이 커진다. 전력 사용량이 큰 AI 데이터센터에서는 손실, 발열, 화재 위험을 줄이는 설계가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공간 효율도 장점이다. 데이터센터는 전력 설비와 냉각 설비가 촘촘히 들어가는 시설이다. 케이블을 많이 깔수록 케이블 트레이와 바닥 공간, 냉각 동선이 복잡해진다. 버스덕트는 천장이나 상부 구조물에 설치할 수 있어 바닥 공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서버 랙 배치가 바뀌거나 전력 수요가 늘어날 때 필요한 위치에서 전원을 분기하기도 쉽다.

    LS전선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전용 버스덕트는 기존 전선보다 부피를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 전력 사용량도 전선보다 약 30% 낮춰 운영비 절감에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력비가 곧 운영비로 이어지는 데이터센터 입장에서는 배전 설비 효율이 비용 경쟁력과 직결된다.

    이번 계약의 의미는 LS전선의 북미 사상 최대 공급 규모보다 장기 공급망 진입에 있다. 글로벌 빅테크 데이터센터는 납기, 품질, 안전성, 현지 대응 능력에 대한 심사가 까다롭다. 한 번 공급망에 들어가면 추가 프로젝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가온전선이 이번 계약으로 미국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시장에서 장기 공급 기반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LS그룹 차원의 시너지도 부각되고 있다. 가온전선은 미국 현지 법인 LSCUS를 통해 북미 대응 속도를 높이고 있다. LS전선은 글로벌 영업망과 버스덕트 기술력을 앞세워 미국 AI 데이터센터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LS에코에너지도 베트남 등 동남아 데이터센터 전력망 공급을 늘리고 있다.

    LS일렉트릭도 북미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시장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최근 미국 빅테크 기업의 대형 데이터센터에 약 7000만달러, 한화 약 1050억원 규모의 배전 기기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변압기와 배전반이 데이터센터 외부 전력을 받아 나누고, 버스덕트가 내부 서버실 곳곳으로 전기를 전달하는 구조에서 LS 계열사들의 사업 영역이 맞물리고 있다.

    가온전선 실적도 개선세다. 가온전선은 올해 1분기 매출 7636억원, 영업이익 27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4%, 27.2% 늘어난 수치로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미국 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수출 증가와 미국 생산법인 LSCUS 성장세가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이번 수주는 가온전선의 체급을 바꾸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전선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는 전기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빠르게, 효율적으로 공급하느냐가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며 "버스덕트는 단순 배전 설비를 넘어 데이터센터 증설 속도와 운영비를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