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CUS, 구글·메타·아마존 프로젝트 공급 확대5조원대 장기계약 확보…AI 인프라 기업으로 변신전력 부족 시대 핵심 설비 부상…“레퍼런스가 경쟁력”
  • ▲ 가온전선이 미국 AI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잇따라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전통적인 전선업체를 넘어 AI 전력 인프라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LSCUS
    ▲ 가온전선이 미국 AI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잇따라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전통적인 전선업체를 넘어 AI 전력 인프라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LSCUS
    가온전선이 미국 AI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잇따라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전통적인 전선업체를 넘어 AI 전력 인프라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가온전선의 미국 자회사 LSCUS는 최근 구글, 메타,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추진하는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버스덕트(Busduct)를 공급하며 북미 시장 공략을 확대하고 있다.

    LSCUS는 지난해부터 미국 AI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공급 계약을 확보해 왔으며 최근에는 약 4조원 규모의 신규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확보한 장기 공급계약 규모는 5조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시장 관심은 버스덕트에 집중되고 있다. 전선과 변압기, 개폐기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제품이지만 AI 데이터센터 시대를 맞아 핵심 전력 인프라 설비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버스덕트는 대용량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배전 시스템이다. 일반 전선이 여러 가닥의 케이블을 통해 전기를 전달하는 방식이라면 버스덕트는 금속 외함 내부에 구리 또는 알루미늄 도체를 수납해 대전류를 효율적으로 전달한다. 업계에서는 이를 ‘데이터센터 내부의 전력 고속도로’라고 부른다.

    AI 데이터센터는 수천~수만 개의 GPU 서버가 동시에 가동되면서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높은 전력 밀도를 요구한다. 최근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건설 중인 차세대 AI 데이터센터는 단일 시설 기준 수백 메가와트(MW)에서 1기가와트(GW)를 웃도는 전력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I 산업의 성장과 함께 전력 확보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면서 데이터센터 내부 전력 분배 설비인 버스덕트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드마켓은 글로벌 데이터센터 버스덕트 시장 규모가 2025년 53억달러에서 2032년 96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버스덕트 시장은 일반 전선 시장과 성격이 다르다. 전선 시장이 전력회사와 EPC, 건설사 중심이라면 버스덕트 시장은 데이터센터 운영사와 반도체 기업, 전기설계 업체 등이 주요 고객이다. 특히 데이터센터는 전력 공급 장애가 곧 서비스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가격보다 신뢰성과 공급 실적을 우선시한다.

    이 때문에 글로벌 시장은 Siemens, ABB, Schneider Electric, Eaton 등 글로벌 전력기기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단순 제조 역량보다 설계 능력과 시공 경험, 운영 실적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장으로 평가된다.

    국내에서는 LS전선이 수십 년간 버스덕트 사업을 영위하며 시장을 개척해 왔다. 서울 롯데월드타워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두바이 부르즈 알 아랍 등 국내외 주요 프로젝트에 공급한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공급 실적 자체가 버스덕트 시장의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고 본다. 데이터센터 사업자는 전력 공급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만큼 신규 업체보다 검증된 공급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LSCUS 역시 LS전선이 축적한 버스덕트 기술력과 프로젝트 수행 경험을 기반으로 미국 현지 생산체계와 고객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 최근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수주 역시 이러한 경쟁력이 뒷받침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주가 단순한 신규 계약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가온전선이 전력케이블 중심의 전통 제조기업으로 평가받았다면 이제는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공급 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적 측면에서도 변화의 폭은 크다. 가온전선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약 2조6000억원 규모다. 반면 LSCUS가 확보한 장기 공급계약 규모는 5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레임 계약 특성상 향후 데이터센터 건설이 확대될 경우 공급 물량도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수익성 역시 기존 전선 사업과 차별화된다. 범용 전선은 원재료 비중이 높아 영업이익률이 한 자릿수에 머무는 경우가 많지만 버스덕트는 설계와 엔지니어링 역량이 핵심 경쟁력인 만큼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사업으로 꼽힌다.

    가온전선은 미국 시장을 겨냥한 배전케이블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송배전망에 사용되는 전력케이블과 데이터센터 내부 전력 분배를 담당하는 버스덕트를 모두 공급할 수 있어 AI 데이터센터의 외부 전력망부터 내부 배전 시스템까지 아우르는 사업 구조를 갖추게 됐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AI 시대에는 반도체뿐 아니라 전력 인프라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가온전선은 전통적인 전선 제조업체에서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기업으로 체질 변화를 진행하는 대표 사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