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국정원, 통일부 잘하고 있다  
     원세훈 원장과 현인택 장관을 바꾸지 않은 것은 정말 잘한 일이다.
    북한은 길게 보고 우직하게 대응하면 이긴다. 
    장진성    
     
    나는 북한의 대남정책 기획 부서인 통전부 출신 탈북자로서 현 정부의 국내 중도정책과 별도로 대북정책만은 정말 잘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싶다. 좌익들은 현 정부의 대북핵심 부서들인 국정원과 통일부가 과연 뭘 했는가?고 추궁하는데 바로 그래서 잘한 것이다.  

    대북정책은 결과주의가 되서는 안 된다. 그 이유는 남한 정부는 5년에 한번씩 바뀌지만 북한은 3대까지 세습이 이어지는 장기독재 정권이기 때문이다. 이런 체제차이로 우리가 결과를 원할수록 북한의 전략적 요구는 더 높아질 뿐이며, 우리가 단기성 욕구에 집착할수록 북한에겐 전략적 다양성만 넓혀주는 꼴이 된다.

      지난 십년 동안은 우리 정부가 스스로의 5년 근성으로 북한의 5년만 보려 했기 때문에 금강산관광이요, 개성공단이요, 하며 벌려놓은 것도, 퍼준 것도 많았지만 그렇게 짝사랑 하고도 얻어맞기만 했다. 천안함, 연평도 포격이야말로 우리가 북한의 5년만 계산해선 안 된다는 반증이며, 또 뼈아픈 체험인 셈이다.

      우리는 북한이란 상대 실정에 맞게 멀리 보고, 멀리 가야 한다. 북한은 독재가 장기적이라면 우리는 안목이 장기적이어야 한다. 노화된 김정일정권은 과거가 길었던 만큼 대신 오늘은 매우 조급하다. 대북정책에서 빨리! 빨리! 하는 것은 이런 김정일과 장단을 맞추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즉 출세에 눈이 어두운 일부 솔직하지 못한 북한학 학자들과 정치인들의 비과학적인 술책에 불과하다.

      대북핵심 부서들인 국정원과 통일부가 잘한 점은 바로 성급하게 질주만 알던 그동안의 대북정책에서 속도조절이란 이성을 찾게 해주었다는 것이다. 하여 평양으로 가는 길에 도중 도중 휴계소도 만들고 돈을 내지 않으면 통과할 수 없는 톨게이트도 설치하고, 필요하다면 경고문도 보이는 새로운 남북도로를 구축했다.

     시간이 급한 김정일에겐 그 하나하나의 구간들이 참을 수 없을만큼 가증스러울 것이다. 북핵을 고집하면 쌀을 안 주고, 포격까지 했는데도 사죄하라고? 아니 도대체 대한민국이 언제부터 이렇게 인내가 심했나 싶을 것이다. 다른 해결 방안을 찾아 노심초사할 김정일이 보이는 듯하다. 이렇듯 남한이 이성을 갖는다는 것은 곧 북한에도 이성을 가르치는 과정으로 된다. 결국 물질의 상호주의만이 아니라 이성의 상호주의로도 이어지게 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그 사례 중 가장 모범적인 국가가 바로 중국이다. 정작 대화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싶으면 우직한 북한보다 더 우직한 중국, 거기에 만만디 성격까지 더해져서 북한은 세계경제 2위인 큰 형님을 하늘처럼 모시면서도 항상 배고픈 신세다. 덩치가 커서가 아니라 도저히 속일 수 없는 비슷한 그 놈의 성질 때문이다.

     주석만 바뀌었을 뿐이지 일당 장기집권이란 몸체는 쌍둥이가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이명박 정부가 이번 개각에서도 원세훈원장과 현인택 장관을 바꾸지 않은 점은 참으로 잘 한 일이라 본다. 시종일관한 대북정책을 유지하자면 우선 그들의 장관직부터 담보해주는 것이 그 전제가 아니겠는가.

     남한은 이대로도 좋지만 북한은 절대 이대로는 못 살 지경이다. 그래서 남한에는 세월이란 오고가는 개념이지만 김정일에겐 하루하루가 소멸성이다. 우리는 전혀 급할게 없다. 대북정책도 지금처럼 딱 두마디면 된다. 북핵 포기! 천안함 폭침 사죄!
     장진성/탈북시인/'내딸을 백원에 팝니다'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