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2011년 독과점 산업 59개… 1년간 12개 늘어시장지배력 통한 수익률 높아지고 R&D는 줄고영업활동 내수 집중 국내 소비자 피해 가중도


  • 정유, 승용차, 화물차, 담배, 이동전화기, 설탕, 맥주, 위스키, 청주, 플라스터(석고 등 건축용마감재) 등 독과점구조 유지 산업이 지난 1년만에 12개 늘어난 59개로 집계되는 등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독과점구조 유지 산업의 경우 전반적으로 순부가가치비율은 높은 반면, R&D비율은 낮았고, 내수집중도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독과점이라는 시장 지배력을 기반으로 엽업을 하다보니 높은 수익을 보장 받을 수 있었으며, 자연스럽게 기술개발 투자는 줄어든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또 독과점 기업들의 영업활동이 수출이 아닌 내수에 집중되면서 그 피혜가 국내 소비자들에게 집중된 것으로 분석됐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노대래)는 '2011년 기준 광업·제조업 분야'에 대한 시장구조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16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국내 광업·제조업 출하액을 기준으로 분석, 수출 및 수입품은 반영하지 않아 소비자가 체감하는 시장점유율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갈수록 심화하는 산업 독과점 구조의 문제점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상위 1개사가 5년 연속 출하액 점유율 50%를 넘거나 상위 3개사가 75%를 넘는 '독과점 구조 유지 산업'은 정유, 승용차, 화물차, 담배, 설탕, 인삼, 맥주 등 59개에 달했다.

    전체 광업·제조업에 속한 476개 산업 중 12.4%로, 한해 전인 2010년보다 12개나 늘어난 셈이다.


  • 수프 및 균질화식품, 천연수지 및 나무화학물질, 인조모피, 열간 압연 및 압출제품, 기타발효주, 가정용유리, 코크스 등 7개 산업은 독과점 산업에 새로 포함됐다.

    철광업, 복합비료, 화약, 타이어 등 4개 산업은 독과점 산업에서 한동안 빠졌다가 재진입했다.

    이동전화, 주방 가전, TV, 전투용 차량, 금·은·백금, 기타 광업지원 서비스업, 편조제품 등 7개 산업은 2008년 통계청이 산업 분류를 세분화하면서 새로 독과점구조 유지 산업으로 편입됐다.

    커피, 소주, 재생섬유, 타이어재생 등 6개 산업은 독과점 산업에서 제외됐다.

    이와 함께 전체 광업·제조업에서 상위 기업에 생산이 쏠리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도 높아졌다.

    산업별 상위 3개사의 시장점유율을 가중평균한 산업집중도(CR3)는 2011년 56.1%로 2010년(54.9%)보다 1.2%P 상승했다. 매출액 가중치를 고려하지 않고 산업별 집중도를 단순 평균한 CR3 역시 45.2%로 0.2%P 높아졌다.

    상위 10대 기업의 출하액, 종사자 수가 전체 광업·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일반집중도)은 26.8%로 전년보다 0.5%P 늘었고, 상위 50대와 100대 기업의 일반집중도는 45.2%, 51.7%로 각각 1.1%P씩 올랐다.

    산업집중도와 일반집중도는 1980년대 이후 전반적으로 하락 추세였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상승 곡선을 타고 있다.

    경기가 호황일 때는 하위 기업의 생산활동이 증가해 산업집중도와 일반집중도가 하락하지만, 불황일 때는 하위기업의 퇴출이나 생산감소로 집중도가 상승하는 게 일반적이라는 설명이다.


  • 특히 2000년대 초반 벤처 붐이 가라앉고 반도체, 정유, 자동차, 조선 등 수출주도형 대기업이 상대적으로 고성장을 지속한 결과도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아울러 독과점 구조의 산업일수록 수익률과 내수집중도는 높아지지만, R&D 투자는 소홀해 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율은 평균 1.5%로 전체 평균(1.8%)보다 오히려 낮았으며, 정유(0.23%), 담배(0.78%), 위스키(0.27%), 맥주(0.27%) 등의 R&D 투자비율이 저조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정유, 승용차, 화물차, 설탕 등 대규모 장치산업의 경우 사실상 신규 진입이 어려워 소수기업에 의한 시장지배력 행사 우려가 크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산업집중도가 높아졌다는 것은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출하액이 더 늘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