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노조 3곳 중 2곳, 경영진과 대립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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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의 주주총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28일 열릴 주총은 그 어느 지주사보다도 커다란 풍파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KB금융 안팎의 잇단 사건·사고에 따른 주주들의 질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노조들도 이번 주총에서 반기를 들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새 노조가 최근 지주사와 은행의 경영진에 잇달아 법적조치를 취하는가 하면, 기존 노조도 금융위원회 앞에서 "이번 사외이사 선임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
이처럼 내·외부에서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 탓에, 주총장에서의 잡음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경영진 책임론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 "거수가 인사 안 돼"… 국민은행 기존 노조 반발
KB금융은 이 날 열릴 주총에서 7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3명을 교체한다. 조재목 이사는 5년 임기를 마쳤고, 이영남·배재욱 이사는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따라 조재호 서울대 교수와 김명직 한양대 교수, 신성환 홍익대 교수가 새로 선임된다.
최근 인수절차를 마무리한 우리파이낸셜의 사명을 KB캐피탈로 변경, 자회사로 공식 편입하는 절차도 밟게 된다. KB캐피탈은 KB금융의 11번째 자회사다.
세 명의 신임 사외이사가 내정된 것과 관련, 국민은행의 기존 노동조합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국민은행지부는 26일 아침, 서울 태평로 금융위원회 앞에서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시위를 통해 "경영진의 거수기에 불과한 신임 사외이사 3명의 선임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성낙조 위원장은 이 날 시위에서 "이번 신임 사외이사들은 모두 교수들"이라며 "이들이 어떻게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으며, 나아가 어떻게 국민은행과 KB금융이 처해 있는 위기를 타개할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 "우리사주조합 입 막으려고"… 제3노조도 격노
국민은행의 새 노동조합인 KB국민은행 노동조합도 반기를 들 전망이다. 국민은행의 세 번째 노동조합인 이 조합은 지난 2일 우리사주조합 업무방해로 경영진을 고소한 바 있다. 경영진이 경영진 측 인사를 우리사주조합 조합장으로 임명하고 이사와 감사도 마음대로 정해 조합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 이유다.
새 노조는 "경영진이 자신에 대해 조합원들이 해임 요구할 것을 대비해, 의결권 행사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이 같은 일을 행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사주조합은 종업원이 자기 회사의 주식을 보유해 기업의 경영과 이익분배에 참여하게 하는 제도다. 한마디로 '종업원지주제'의 한 형태로 결성된 조직이다.
국민은행에게 우리사주조합의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 KB금융은 사외이사의 발언권이 유난히 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은행 노조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우리사주조합이 기둥 역할을 해 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내부의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노조 뿐 아니라, 제3노조 역시 주총장에서 경영진 책임론을 주장하며 풍파를 일으킬 것으로 금융권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국민은행 내 3곳의 노조 중, 2곳이 경영진과 대립각을 세우며, 책임을 묻고 있는 상황이다. 주주들 역시 이 날 주총에서 경영진을 질타하는 여론을 형성할 것으로 보이면서, KB금융 주총장은 아수라장 같은 분위기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