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 능력'에 대한 검증과 면접 강화…'인문학적 지식' 비중도 높아져
  • # 지난 3월 청년위가 주최한 '톡톡 스펙초월'에서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준 삼성전자 신입사원 김형석 씨. 그는 작년 스펙초월방식으로 별도의 서류전형 없이 SSAT 응시 기회를 얻었다. 그는 기회를 얻은 이후 여러 관문 중에서도 '면접'이 가장 중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면접에서 자신을 그 자리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고 유머와 위트를 가지는 것이 포인트며 직무역량 면접을 위해 4년간 배운 전공 내용을 요약 정리해 둘 것을 조언했다. 또 독서를 통해 인문학적 소양을 쌓고 신문 읽기로 사고력을 키우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상반기 주요 대기업 대졸 공채 트렌드가 '스펙초월' 채용으로 변화하고 있다. 기업들은 어학점수나 학력, 평균학점 등 스펙 문턱을 낮추는 대신 '직무 능력'에 대한 검증과 면접을 강화하고 있다. 창조적이고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한 '인문학적 지식'의 비중도 높아졌다. 

    필기시험을 위한 '벼락치기' 공부가 아닌, 평소 자신이 원하는 회사와 직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준비된 인재'가 치열한 취업시장을 뚫을 수 있을 전망이다. 주요 기업의 구체적인 올해 채용 계획과 방식 어떻게 달려졌는지 살펴보자.

    지난 12~13일 국내 양대 그룹인 삼성과 현대자동차그룹은 예년과 전혀 다른 필기시험 유형으로 수험생들을 당혹케 했다. 삼성의 직무적성검사(SSAT)에서는 '토르·수퍼맨·울버린·아이언맨 중 성격이 다른 수퍼히어로는 누구인가'라는 문제가 나왔다. 최근 '어벤져스2' 서울 촬영 소식을 접하지 못한 수험생이라면 답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현대의 인·적성검사(HMAT)는에서는 '세종 때 과거시험에 출제된 현명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을 들이고 내치는 방법에 대한 본인의 답변'을 문제로 냈다. 기본적인 역사 지식을 토대로 논리적인 답변을 요하는 문제였다.

    평소 다방면에 걸친 독서는 물론 신문을 통해 최근 트렌드도 충분히 알고 자신만의 가치관을 정립해온 지원자들이 유리한 시험이었다는 평가다. 이런 인문학을 중시하는 분위기는 면접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두 그룹은 면접을 강화해 지원자의 역량을 집중적으로 검증한다는 계획이다. 삼성그룹은 상반기 약 4000여 명을 채용하며 현대차그룹의 올해 지난해보다 100명 가량 늘어난 8600명을 채용한다.

    SK그룹은 그룹의 성장동력을 책임질 '스티브 잡스'형 창의적 인재 확보에 초점을 맞췄다. 이에 오디션 방식으로 인턴을 선발하는 '바이킹 챌린지'를 실시한다. 자기소개서만으로 서류전형을 하고 필기시험 대신 자신이 지원한 직무에 대해 어떤 역량을 쌓아왔는지 발표하는 방식이다. 개인별 15분 정도의 자기소개 프레젠테이션을 평가해 인턴으로 채용한다. 특히 프레젠테이션 실력이 뛰어난 지원자들은 하반기 공채 때 서류전형이 면제된다. SK그룹은 올해 8000여명을 채용한다.

    포스코그룹은 채용 연계형 '챌린지 인턴십' 제도를 실시한다. 지원자들은 지원서에 학력과 학점, 어학 점수, 사진 대신 자신을 설명하는 에세이를 써내면 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창의 도전 글로벌 인재 채용'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특허자격 보유자나 국내 공모전 수상자는 우대한다. 아울러 벤처‧창업경험이 있거나 재학 시 문·이과 교차계열 복수전공 이수자, 한국사 관련 자격 소지자도 유리하다. 또 군 전역장교를 대상으로 한 특별채용도 병행한다. 포스코그룹은 인턴 800명을 포함해 올해 6400여명을 뽑는다.

    올해 1만2000여명을 채용할 계획인 LG그룹은 사무직 신입사원 3500명에 대해서는 입사지원서에 사진이나 가족관계 기재란을 없애고 전공지식과 소양 중심으로 선발할 계획이다. 올해 1만5600여명을 채용하는 롯데그룹은 학력과 연령, 학점, 외국어 점수 등에 대한 제한을 두지 않는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인적성 검사를 개발해 직무역량평가 중심의 채용을 실시할 계획이며 1600여명을 선발한다. GS그룹은 자기소개서 등을 통한 블라인드 면접을 실시하며 색다른 경력을 보유한 지원자를 우대해 스펙을 초월한 우수한 인재들을 채용할 예정이다. 올해 신입 및 경력사원으로 3200여명을 채용한다.

    올해 2200여명을 뽑는 한진그룹은 지원서에 병역사항과 해외연수 여부 등의 항목을 삭제할 예정이다. 한화그룹은 인적성 검사 폐지, 이력서 상 가족관계, 종교 항목 폐지 등 작년부터 이미 시작한 스펙초월 채용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며 올해 5500여명을 채용한다.

    두산그룹 역시 스펙 대신 실력 중심 인재 채용에 역점을 두고 있다. 두산그룹 인사담당 관계자는 자체 테스트인 두산바이오데이타서베이(DBS)를 중시하는 만큼 지원자 본인과 두산그룹의 인재상이 맞는지 사전에 파악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10대 대기업의 한 인사담당자는 "스펙초월 채용은 회사와 직무에 가장 적합한 인재를 찾기 위한 채용제도"라며 "기업별로 자신만의 강점을 나타내 자기소개서에 공을 들이는 것이 1순위이며 자신의 흥미·가치관·적성·성격·지식에 가장 적합한 기업과 직군 직무를 파악해 지원하면 합격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