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질 후판 생산으로 위기 극복
세계 최고 수준 정밀제어 시스템도 '눈길'
  • ▲ 동국제강 당진공장 전경. 사진제공=동국제강
    ▲ 동국제강 당진공장 전경. 사진제공=동국제강


    7일 오전 충남 당진 송악읍에 위치한 동국제강 후판공장. 공장 안은 그 어느 곳보다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후판 제조를 위해 1200도까지 가열 온도를 높였음은 물론, '후판 명가'의 재건을 꿈꾸는 동국제강의 열정 때문이다.

    공장 안에 들어서자 슬라브(후판의 반제품)가 가열로, 압연기, 냉각대, 가공 등 총 1.2km에 달하는 공정을 거쳐 해양 설비 건조에 투입되는 후판으로 재탄생 하고 있었다. 

    동국제강은 국내 후판 생산에 있어 '원조'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경쟁 업체들보다 한발 앞서 후판 시장에 발을 들여 명성을 쌓아왔으나, 최근들어 후발주자들의 거센 추격과 중국 업체들의 미친 듯한 공급물량에 한풀 기가 꺾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랬던 동국제강이 지난 2010년 당진에 최신 후판 전용공장을 건설하고 재도약에 나선 것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후판은 연 150만t 규모로, 포항공장을 합치면 동국제강은 1년에 최대 340만t까지 후판을 제작할 수 있다.

    동국제강은 당진공장의 컨셉트를 '양보다 질'로 삼았다. 후판의 주고객사인 조선사들은 최근 수년간 상선보다는 해양플랜트 수주에 주력하고 있다. 해양플랜트에 투입되는 후판은 일반 상선 대비 제작하기 훨씬 더 까다롭고 어렵다. 만들기 어려운 만큼 제작에 성공만 한다면 비싸게 판매할 수 있는데다, 확실한 기술경쟁력을 갖춰 향후 수주에도 유리하다는 장점도 생긴다. 이에 동국제강은 최고난도, 최고급 후판 제조에 올인 하기로 했다.

    남윤영 사장은 "과거와 같이 일반·보통강 위주의 제품만 생산해서는 차별화되지 않는다고 판단, 까다롭고 힘들지만 고급·특수강 후판의 비율을 늘리는 전략을 세웠다"며 "이러한 어려운 과정을 통해 최고의 명품이 나온다는 원리가 있다. 힘이 들면 들수록 땀을 많이 내면 낼수록 당진공장의 위상이 올라갈 것"이라 말했다.

  • ▲ 동국제강 당진공장 내부 모습. 슬라브가 가열로 및 압연기를 통과하고 있다. 사진제공=동국제강
    ▲ 동국제강 당진공장 내부 모습. 슬라브가 가열로 및 압연기를 통과하고 있다. 사진제공=동국제강


    동국제강 당진공장의 최고 무기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정밀 제어 시스템이다. 해양플랜트용 후판과 같은 특수 용도의 후판은 기존 정밀 압연 과정 후 열처리 과정을 더 거쳐야 한다. 겉보기에는 토스토기에 식빵을 넣으면 토스트가 튀어나오듯,  가열로에 슬라브를 투입하면 후판이 쉽게 생산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수백도를 오르내리는 가열과 냉각, 그리고 재가열 등 일련의 과정에서 철강의 미세 조직과 상태를 예측해 온도·시간을 완벽히 제어해야만 원하는 최종 제품을 얻을 수 있다.

    특히 해양구조물 상부에 사용되는 후판은 열처리 과정이 완벽하지 않으면 절대 만들 수 업다 이 후판은 혹독한 해양환경에서 대용량 원유 등을 저장 처리하는 시설인 만큼 해양구조물 중에서도 최고급 후판으로 불린다.

    이러한 정밀 제어 시스템 덕에 당진공장은 2013년 이후 엑슨모빌, 토탈, 쉐브론 등 8개 오일 메이저에 신규 후판 공급사로 이름을 올리게됐다. 또 총 10개의 프로젝트에 해양플랜트용 후판 11만8000t을 공급하는 등 '후판 명가' 재건에 조금씩 가까워 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