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경제강국 흐름에 역행…규제 강화보다는 친환경 기술 지원해야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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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시행과 관련해 정부에 2020년 이후로 시행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른바 탄소배출권 거래제라고도 불리는 이 제도는 당장 내년 1월에 시행하기로 예정 되어있어, 가뜩이나 경기불황에 허덕이는 산업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예정대로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될 시 산업계는 2015~2017년 동안 최대 27조5000억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철강협회 등 23개 경제단체는 15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에 대한 경제계 의견'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각 단체는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될 시 산업경쟁력이 심각하게 저하될 것"이라며 "제도 시행을 2020년 이후 연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업체별로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할당해 그 범위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여분이나 부족분은 다른 업체와 거래할 수 있도록 해 전체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여나가자는게 제도의 취지다. 현재 이 제도를 택한 국가는 유럽연합(EU) 28개국과 뉴질랜드, 스위스, 카자흐스탄 등 28개 국이다.
문제는 이산화탄소 배출상위국인 중국(배출비중 28.6%), 미국(15.1%), 일본(3.8%) 등은 이 제도를 아직 시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 배출비중은 1.8%에 불과하다. 산업계는 "기후변화는 전세계가 협력해야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음에도 우리가 먼저 시행하는 것은 오염물질을 뿜어내는 공장 옆에 공기청정기를 트는격"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산화탄소를 줄이자는 정부의 의욕만 앞설 뿐, 산출근거도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산업계는 "배출권 거래비용은 기업 입장에서는 준조세 성격의 부담금이기 때문에 명확한 산출근거가 제시돼야 한다"며 "배출권거래제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국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의 뚜렷한 산정 근거를 공개해달라"고 주장했다. -
실제 정부는 지난 2009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배출전망치를 산정한 바 있으나, 2013년 전망치는 발표하지 않고 있다. 경제지표, 에너지 설비 비중, 산업 구조 등 많은 부분에 변화가 있었음에도 정부는 2009년 산정된 배출전망치를 고수하고 있다.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를 과소 산정함으로써, 산업계가 짊어져야 할 부담은 실제 훨씬 클 것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산업계는 "전세계가 본격적인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지 않고 있는 지금은 규제를 강화하는게 아니라 신재생 에너지, 친환경차,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기술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친환경 기술 개발에 더 많은 지원을 해야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찬호 전경련 전무는 "그동안 업종 대표 단체와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여러 차례 간담회를 했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제도 시행이 임박한 시점에서 마지막으로 정부 당국에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종희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정부가 규제를 개혁하고 개선하는데에만 힘을 쏟을게 아니라, 준조세 성격을 지닌 새로운 규제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올바른 정책을 시행해야 할 것"이라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