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편법으로 수요자들 유혹'하우스 푸어' 가능성 높아 세심한 주의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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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축빌라 물량이 증가하면서 터무니없는 실입주금을 내세우며 소비자를 현혹하는 광고가 증가하고 있다.ⓒ뉴데일리
서대문구에 사는 회사원 A씨는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 마련에 골치를 썩고 있다. 치솟는 전세값에 대한 고충으로 자본금 내에서 집을 구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어서다.
그는 "자본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저렴한 실입주금으로 매매가 가능하다는 광고에 눈길이 간다"고 말했다.
최근 신축빌라 공급이 우후죽순 늘어나는 서울 몇몇 지역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전단지와 현수막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 광고에선 '실입주금 0원'이란 문구로 수요자들을 유혹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상담결과는 광고와는 다른 상황으로 전개되는 실정이다.
A씨는 "실제 상담을 진행해보니 실입주금 0원 물량은 매매가 이뤄졌다며 다른 물량을 추천해주는, 속칭 '낚시'광고였다"며 "자본금이 부족한 서민들을 우롱하는 처사같은 느낌이 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최근 은평뉴타운 개발로 지역 땅값이 상승한 은평구에서는 실입주금 0∼5000만원 정도로 신축빌라 매매가 가능하다는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
은평구에 사는 30대 B씨도 이러한 광고에 불쾌감을 느꼈다.
그는 "집 근처에서 광고를 보고 전화해 보니 실제 물량은 일산에 있었다"며 "은평구 시세보다 약 5000만원 저렴한 분양가를 제시했지만 결국 대출금으로 집을 사라는 내용"이었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실제 빌라 분양사무실 관계자는 입주금이 부족한 고객들에게 편법을 제시하며 구매를 부추기는 상황이었다.
그는 "법무사와 짜고 은행에 분양가를 실거래가보다 높게 신고한다"며 "신용등급이 낮아도 대출금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매매를 부추겼다.
그러나 이같은 방법으로 빌라를 매매를 진행한 경우 금전적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 집값에서 실입주금을 제외한 나머지 비용은 융자로 충당해야 한다. 실입주금이 적으면 그만큼 융자와 이자 부담도 불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또 자신의 상환능력보다 과한 대출을 받을 경우 '하우스 푸어'로 전락할 수 있어 전문가들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곽창석 ERA코리아부동산연구소장은 "실거래가 신고제이기에 그 기록은 등기부에 기재될 수 밖에 없다"며 "은행에서 실거래가 확인 후 대출을 축소 하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실제 발표된 분양가에서 할인분양이 가능하다며 신축빌라의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신축빌라 관계자는 "신축빌라 관행상 실제 발표된 분양가로 집을 사는 경우는 드물다"며 "많게는 1000∼2000만원까지 집값을 낮출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은평구 K 공인중개사 대표는 "신혼부부같이 집 매매경험이 없는 경우라면 특히 주의해야한다"며 "꼼꼼하게 자신의 대출 상환능력과 이자액을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몇년 후 다시 집을 되팔 경우 시세차익도 고려한 신중한 구매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부동산 규제완화는 이같은 상황을 부채질하기도 한다.
분양사무소 관계자는 "분양사 입장에서 자본금이 적은 고객들은 빌라 선택의 폭이 좁아 거래하기 편하다"며 "대출금 증가로 당장 금전적 부담을 덜 수 있다며 그들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월세이익을 위한 투자시에도 확인절차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곽 연구소장은 "신축빌라 매매의 경우 월세수익을 목표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며 "낮은 실투자금액을 제시하는 경우 전세금을 부풀릴 수 있어 주변 시세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