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銀 사외이사 사의표명 잇따라… "도의적 책임 질 터""은행 이사 사퇴는 그 쪽 사정"… 이경재, 사실상 사퇴 거부

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 문제를 놓고 이건호 전 행장과 갈등을 일으켜 온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이 순차적으로 자진 사퇴할 전망이다. 26일 임기가 만료된 오갑수 이사가 연임 포기를 선언하고, 김중웅 국민은행 이사회 의장 역시 "경영정상화 이후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국민은행의 지주사인 KB금융지주 이사들은 아직 사퇴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경재 의장 부터가 "거취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발언한 상태다.

KB금융 안팎은 물론 금융당국에서도 ‘이사회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사외이사들이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경우, 여론의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 국민은행 사외이사 연임 포기… 줄사퇴로 이어지나

오갑수 국민은행 사외이사가 연임 포기를 선언하면서 가장 먼저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오 이사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이사회를 마친 후, "국민은행과 KB금융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이사직 연임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은행경영이 안정 되고 새 은행장이 선임될 때까지 사퇴를 미루어 달라는 주변의 만류도 있었지만 이런 때일수록 멈출 줄 아는 자의 지혜를 본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은행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리딩뱅크로 재도약하길 바란다. 저 역시 이사직을 떠난 후에도 계속 노력하겠다, 이사들과의 마지막 대화에서도 잘 부탁드린다고 했다"고 말을 이었다.

금융감독원 부원장 출신의 오 이사는 KB금융의 차기 회장 관련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이다. 회장직에 도전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엔 "아직 소문에 나도는 정도일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에 앞선 지난 25일, 김중웅 국민은행 이사회 의장도 "KB 사태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자진 사퇴의 뜻을 밝혔다. 사퇴 시기에 대해서는 "경영 정상화가 되는대로 물러나겠다"고 했다.

국민은행 사외이사 중 2명이 사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나머지 사외이사들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김 의장과 오 이사의 사퇴 표명이 국민은행 이사회의 줄사퇴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사퇴의 형태에 대해서는 ‘즉시 사퇴’보다는 오 이사처럼 임기 만료 시 연임을 포기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 이경재 "국민銀 이사 사퇴는 나와 무관"… 사실상 사퇴 거부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이 차례로 물러나면서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의 거취도 주목된다. 

KB 사태의 두 주역인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모두 떠났고, 국민은행 사외이사들도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KB금융 이사들은 거취에 대해 별 다른 말을 하지 않고 있다.

이경재 KB금융 이사회 의장은 지난 25일 거취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사퇴 등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김중웅 국민은행 이사회 의장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는 이야기를 듣자 "그건 그쪽(KB국민은행)의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상 사퇴 거부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의장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금융권 안팎에서는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도 이 의장과 KB금융 이사회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비난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 2010년 신한사태 때 신한금융 이사회가 자발적으로 사퇴 입장표명한 것을 KB금융 이사들은 본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에서는 KB금융 이사회의 책임을 묻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최근 KB금융 사태와 관련해 "사외이사 등 이사회의 책임 부분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것 같다"며 "KB이사회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