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CJ 등 재벌 총수 같은 죄목 법정구속"변제 및 위험 현실화 안돼 참작?" 봐주기 논란도
  • ▲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뉴데일리경제
    ▲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뉴데일리경제


    200억대 횡령·배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이 24일 열린 항소심에서 1심의 징역 2년 6월, 집행유예 4년보다 형이 가중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던 2건을 유죄로 뒤집으며 형을 대폭 늘렸다.

    당황한 금호석화 측은 '예상치 못한 결과'라며 큰 아쉬움을 드러냈으나, 재계에서는 앞서 같은 혐의로 법정구속 된 재벌 총수들과의 '형평성'을 지적하며 금호석화 측의 항소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벌 총수들의 사면의 필요성에 대한 여론이 조심스럽게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자칫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김승연 한화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현 CJ 회장 등은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법정구속된 바 있다. 배임으로 지난해 징역 3년을 받고 법정 구속된 김승연 회장은 지난 2월 11일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났으며,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된 이재현 회장은 집행유예 없는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450억원 횡령 혐의를 받은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1월 법정구속된 뒤 1년 9개월째 복역 중이다.

    배임과 횡령 등 같은 혐의에도 집행유예가 선고된 것과 관련, 재판부는 항소심에서 박 회장의 경우 "아들 박준경 상무의 대여금(107억원)과 약속어음(31억9880만원) 등 채무를 모두 변제하고, 회사의 손해발생 위험이 현실화 되지 않았다는 점, 박찬구 회장의 위법성 인식이 다소 낮았던 점, 임직원들이 박 회장의 선처를 탄원하고 벌금을 초과하는 형사처벌을 과거에 받은 적이 없다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 ▲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뉴데일리경제

     

    그러나 일부에서는 재판부의 이같은 양형 참작 사유는 '형평성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엄연한 불법을 저질러놓고도 금액을 모두 변제하고 회사의 손해발생 위험이 현실화되지 않았다는 점을 참작해준 것은 도덕적으로 다소 문제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배임과 횡령을 저질러놓고도 사후처리만 잘 하면 사법부의 양형 참작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안좋은 선례를 남긴 꼴"이라면서 "앞서 법정구속된 재벌 총수들과의 형평성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물론 법정구속된 기업 총수들에 비해 박 회장의 배임·횡령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고, 회사에 실질적인 피해를 입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들을 모두 일선상에 놓고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자칫 양형의 참작 사유를 잘못 해석할 경우 위법의 '의도'보다 '결과'를 더 중시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서울을 기존으로 통상 판결문의 도착 시기는 3일 정도가 걸린다"면서 "판결문을 받은 후 일주일 내 항소를 하지 않으면 박찬구 회장측이 2심 판결을 받아 들이는 것으로 재판이 끝난다"고 설명했다.

    항소심에서 박 회장에 대한 형량이 늘어난 만큼 검찰측이 상고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박 회장 측에서 항소를 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체면상 항소 카드를 선택할 수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 형량이 단 하루만 늘어나도 바로 구치소에 수감되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형법 제62조(집행유예의 요건)제 1항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의 형을 선고할 경우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을 때에는 '1년 이상 5년 이하'의 기간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또 항소심 재판부가 선고형량을 1심 재판부에 6개월 늘렸지만, 검찰의 1심 구형량이 '7년'인 점을 감안하면 검찰 상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
    히 박 회장측에서 상고를 하게 되면, 검찰 역시 그에 대응해 반드시 상고를 할 수 밖에 없다. 박 회장 변호인 등이 부담을 갖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번 항소심의 어두운 결과 역시 박 회장 변호인과 법무팀 등이 자초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1심 판결 후 박 회장이 깊이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사회공헌이나 사과문 등을 빠르게 발표했다면 이렇게까지 안좋은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2심 판결에 대해 금호석화 측에서 섣불리 항소를 제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을 전했다.

    이번 2심에 대한 상고 기간은 오는 11월 5일이다.

    이 기간 동안 박 회장이 상고를 하지 않을 경우, 모든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 도덕성에 치명타를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재벌 총수의 도덕성에 대한 기대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회장직 사퇴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 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이날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황병하)는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박 회장에게 "거대 기업인 금호의 대주주이자 금호석유화학, 금호PNB화학의 지배주주인 박찬구 회장이 회사로 하여금 아들인 박준경 금호석화 상무에게 2년 2개월 간 총 23회에 거쳐 107억여원을 대여하도록 했다. 또 주식매수 자금 마련을 위해 금호석화에 31억9880만원 상당의 전자약속어음 채무를 부담하게 했다"면서 1심에서 무죄로 판결났던 2건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박 회장이 회사 경영상 필요나 회사의 이익과 무관하게 특수관계인(아들) 등 지극히 개인적 필요에 의해 이같은 대여를 진행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기업가의 도덕적 책임이 커진 상황에서 박찬구 회장이 보여준 행태는 실망스럽다"고 강하게 질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