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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6일,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는 대한민국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발했다. 이 사고로 실종된 304명 가운데 295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9명은 여전히 실종상태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은 검찰 조사 결과 선사측의 무리한 증톤 및 과적과 조타미숙으로 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월호 참사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 이달 17일에는 16명의 목숨을 앗아간 판교 테크노배리 환풍구 붕괴로 인한 대형 참사가 터졌다. 두 사건 모두 안전불감증과 안전수칙 부재로 인한 '인재(人災)'로, 사회 안전망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국력은 분열되고 내수 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 잇따른 인재에 발목잡힌 대한민국 경제 -
세월호 참사와 판교 참사 등 잇따른 인재로 국내 소비 심리는 꽁꽁 얼어붙었고 대한민국 경제는 뒷걸음질치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발발한 4월부터 9월까지 약 6개월 간 국내 소비심리는 회복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실제로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소비자 동향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9월 소비자심리지수(CCSI-Composite Consumer Sentiment Index)는 107로 지난달과 같았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 중 6개 주요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지표로 CCSI가 기준값 100보다 크면 경기에 대한 소비자 기대심리가 과거 평균치(2003∼2013년)에 비해 낙관적임을,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임을 뜻한다.
CCSI는 올해 2∼4월 108을 유지하다가 세월호 참사 여파에 5월 105로 떨어졌다. 이후 6월 107로 올랐다가 7월에 다시 105로 떨어지는 등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최경환 경제팀이 강력한 경기부양 의지를 드러내며 경기부양책을 발표하고 한은도 기준금리를 내린 영향으로 지난 8월 107로 상승했지만 9월에도 제자리에 머물렀다.
정문갑 한은 통계조사팀 차장은 "경기부양책의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야 소비심리가 좋아질 수 있다"며 "경기활성화 법안의 국회 통과가 늦어지고 있는 점이 향후경기전망CSI를 떨어뜨린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5월 발표한 신용카드 사용액 추이 결과, 세월호 사고 직전 전년 대비 25%나 늘었던 카드 사용액은 사고 직후 증가율이 6.9%에 머물렀고, 5월 들어서도 오히려 4.2%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의 '2014년 상반기 중 지급결제 동향'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신용카드는 9371만장(국민 1인당 1.9장)으로 831만장이 줄었다. 결제액 또한 대폭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신용카드 건당 결제액은 4만8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만1000원)보다 6.1%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마음과 지갑이 꽁꽁 닫혀있다보니 이와 직결된 내수 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내수 시장이 악화되면서 기업 생산의 악화, 소비 감소, 국내기업의 침체, 고용시장 침체 등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 세월호로 마비된 '식물국회', 민생은 '뒷전' -
내수 경제뿐만 아니라 세월호 참사로 국회도 한때 마비됐다. 야당이 특별법과 다른 법안을 연계하기로 해 하는 사이 민생은 계속 뒷전으로 밀렸기 때문이다.
'세월호특별법'의 여야합의 결렬로 인한 국회파행과 그에 따른 민생법안 처리 지연 등으로 무려 151일간 국회가 멈춰서면서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 썼다. '세월호 특별법'을 두고 강경한 세월호 유가족과 그를 둘러싼 각종 정치세력들의 정치공세에 밀려 국회 본연의 업무가 밀리면서 위기 국면이 초래됐다는 지적까지 일고 있다.
이를 두고 유호열 고려대학교 교수는 "세월호 유가족 둘러싼 일부 정치세력이 민주국가의 본질을 역행하려고 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지난달 말 정부는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개인정보유출방지법, 전자금융거래법 등 90개 안건을 처리하며 정상 궤도에 오르는 듯한 모양새를 보였다. 올해 국정 감사도 7일부터 27일까지 20일간 진행됐다.
일단 국회는 정상화됐지만 논란의 불씨는 아직까지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여야가 극적으로 세월호특별법 최종 타결안을 제시했으나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가 이를 공식 거부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유경근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지난달 말 "최종적으로 나온 것을 보면 가족들은 완전히 배제한채 거꾸로 야당이 한발 더 특검의 중립성을 해치는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고 판단한다"며 "결론적으로 합의안에 대해서 저희들은 이 자리에서 받아들일 수 없음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 국력 결집이 선진국 도약의 발판 -
세월호 참사 이후 대한민국 사회 전체가 큰 충격에 빠지면서 애도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사건의 실체 규명보다는 이를 이용한 정치적 싸움만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세월호 수습의 난맥은 경제의 심리와 흐름에 결정적 악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경제의 맥박과 불씨가 점차 꺼져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정부는 경제심리 불안으로 꺼진 소비 불씨를 살리는 동시에, 국회는 기초생활법안을 빨리 통과시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쪼그라든 내수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사회 안전망을 빠르게 구축하는 것이 글로벌 선진국 도약의 시급한 과제로 꼽히고 있다. 분열된 국력을 하나로 집결하는 것이 선진국 도약의 첫 발판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분단과 6·25전쟁으로 인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70년간 전세계에서 유래 없는 놀라운 국가 발전을 이뤄왔다. 현재 세계 15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한 가운데 G20 선진국으로 도약했다. 뿐만 아니라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변한 곳도 전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지난 1997년 불어닥친 IMF 외환 위기 속에서도 국민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금 모으기 운동'을 펼치며 이를 극복해냈다. 이는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이를 극복해내고자 하는 우수한 국민성과 하나로 집결된 국력에서부터 비롯됐다.
최근 세계 경제는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경제 저성장 장기화, 뉴욕의 에볼라 바이러스 등의 사태에 직면해 어려운 시기를 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국내 이슈에 치우쳐 세계경제에 뒤쳐지는 우를 범하기 보다는 분열된 국력을 집결해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한국인의 저력을 다시 한 번 증명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