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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내년 1월 우리나라에 대해 불법 어업국 지정 여부를 결정하는 가운데 마지막 양자 간 회의가 오는 20~2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다.
현재 우리나라의 예비 불법 어업국 지정 해제와 유예 가능성은 반반으로, EU가 도입을 요구한 '이로그북'이 유예 결정의 열쇠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21일 브뤼셀에서 개최되는 이번 회의는 EU의 불법 어업국 지정에 대한 분위기를 공식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전망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내년 1월 불법 어업국 지정 결정을 앞두고 열리는 한·EU 간 마지막 양자회의가 될 것"이라며 "다만 불법어업 근절을 위한 EU 권고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실무적인 회의가 추가로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일단 해수부는 이번 회의에서 새로운 쟁점이 부각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 정부의 불법어업 근절 노력을 점검하는 선에서 회의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아직 우리나라의 예비 불법 어업국 지정 해제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말했다.
예비 불법 어업국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최종 결정이 또다시 유예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유예 결정을 좌우할 열쇠는 이로그북 도입이 될 전망이다.
이로그북은 선장이 선박 위치와 조업실적을 매일 이메일 등을 통해 보고하는 시스템이다.
EU 수산총국 실사단은 지난 6월 불법 어업국 지정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방한했을 때 우리 정부에 몇 가지 보완사항을 제시하며 이로그북 도입을 우선하여 요구했다.
문해남 해양정책실장은 "조업감시센터(FMC) 운영에 관해 외국 사례를 비교하면서 이로그북 도입을 검토했었는데 실사단 방한 때 도입을 권유받았다"고 부연했다.
당시 실사단은 다각적인 교차 감시망이 구축되어 있지 않아 우리나라 FMC 운영에 누수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발급해준 어획증명서에 기재된 어획량과 실제 가공돼 수출된 물량 사이에 수 톤 규모의 차이가 있는 사례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해수부는 EU 권고에 따라 이로그북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시기다.
해수부 관계자는 "이로그북 도입은 일러야 내년 6월"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 EU의 불법 어업국 지정 결정이 한 차례 더 유예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해수부 관계자는 "EU가 이로그북 도입까지 두고 보겠다는 태도면 내년 6월까지 결정이 다시 유예될 것이고 우리 정부를 신뢰한다면 1월에 해제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로그북 도입이 유예 결정의 주요 판단 근거로 떠오른 가운데 그동안 우리 정부와 EU가 불법어업 근절과 관련해 얼마큼 신뢰관계를 구축했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1월에 있을 미국의 불법 어업국 지정 최종평가도 변수다.
아직 정확한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미국은 2012년 1월10일 우리나라를 불법 어업국으로 1차 지정했기에 2년 뒤인 내년 1월 초쯤 최종평가가 발표될 예정이다. 1월 말로 알려진 EU 결정보다 다소 앞선다.
한 나라에 대한 불법 어업국 지정과 관련해 미국과 EU가 비슷한 시기에 상반된 결과를 내놓을 가능성은 많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다행히 미국은 지난달 15일 예비판정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불법어업 근절 노력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