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일 ECB 통화정책회의서 추가 완화책 도입 기대감韓 금리 인하 가능성도 수면 위로
  • ▲ 유럽중앙은행(ECB) ⓒ연합뉴스 DB
    ▲ 유럽중앙은행(ECB) ⓒ연합뉴스 DB



    오는 6일(현지시간)로 예정된 유럽 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 완화정책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일본에 이어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럽 18개국)마저 양적완화(QE)에 돌입하면 국내 금리에 대한 추가 인하 압박이 커져 환율전쟁 2라운드가 본격적으로 개막할 것으로 보인다.

    ◇유로존 성장률 전망치 하향…ECB, 추가 양적완화 카드 꺼낼까

    시장에서 ECB의 추가 양적완화 기대감이 확산된 이유는 유로존 경제 상황이 일본에 비해 전혀 나을 게 없기 때문이다.

    4일(현지시간) EU집행위원회는 유로존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0.8%로 하향했다. 이는 지난 5월 전망치인 1.2%에서 0.4%p 내린 것이다. 또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1.1%로 내렸다.

    이와 함께 EU집행위원회는 당초 발표했던 올해와 내년도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 전망치도 각각 0.3%p, 0.4%p 내린 0.5%, 0.8%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ECB의 목표치인 2%에 절반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또 지난달 31일 유럽연합(EU) 통계국이 발표한 10월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0.4% 상승에 그쳐 디플레이션(장기 물가 하락) 우려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달 31일 일본 중앙은행(JOB)이 발표한 추가 양적완화로 엔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는 중이다.

    BOJ는 추가 완화를 통해 연간 자산매입 규모를 현재보다 30%가량 늘려 최대 80조엔(원화 약 763조원)까지 확대키로 했다. 엔화를 시장에 대폭적으로 풀어 엔저현상을 통한 수출을 늘린다는 복안이다. 엔화가치가 하락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유로존도 추가 완화책을 통해 유로화 가치를 떨어트림으로써 일본에 맞대응할 것이란 기대가 시장에서 확산되고 있다.

    앞서 ECB는 '낮은 단계의 양적완화'로 볼 수 있는 정책을 펼치면서 유로화 약세를 유도했다. 지난달 커버드본드(금융기관의 담보부채권)를 사들였고, 이달 들어 자산유동화증권(ABS)도 매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기존 조치들이 시장에서 충분한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미국과 일본 식의 양적완화와 같은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시장은 내다봤다. 만약 ECB가 추가 양적완화를 전격 실시한다면 통화 약세 경쟁이 촉발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예상치 못한 일본의 양적완화 확대가 통화정책에 다소 소극적이었던 ECB의 추가 통화정책 확대를 자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ECB가 채권을 직접 사들이는 미국식 양적 완화 도입 여부를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당장에 추가 완화책을 내놓진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유럽의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이 ECB의 양적완화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지난 2년간 주요국들이 일본의 엔화 약세 유도에 대응을 자제했지만 보복은 시간문제"라며 "그러나 오는 6일 예정된 ECB의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 부양책이 당장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미국과 일본 등과 같은 양적완화 실시가 필요하다는 데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다.

    ◇엔低 확산에 韓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감 수면 위로

    기습적인 엔저 공습과 유럽 등에서도 통화 약세 움직임이 일고 있어 국내 금리 추가 인하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타 국가들의 통화가 약세 기조를 이어간다면 국내 수출기업들에게 부담으로 작용, 투자 심리마저 위축되기 때문이다. 이를 부양하기 위한 한국은행의 행보에도 주목되고 있다.

  • ▲ 엔화 환율추이 ⓒ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 엔화 환율추이 ⓒ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대비 7.1원 오른 1083.6원에 거래를 마쳤다. 일본 중앙은행(BOJ)이 양적완화를 발표했던 지난 31일 13원 폭등한 이후로 꾸준히 상승해 4거래일 만에 28.1원이나 올랐다. 엔화가 약세를 보이고 미국 달러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이 폭등한 것이다.

    원·엔 환율은 이미 950원 선이 붕괴됐다. 원·엔 환율이 950원을 밑돈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6년여 만이다. 이날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47.95원으로 밀려났다.

    또 금융투자협회에 딷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3일 전장대비 0.018%p 하락해 연 2.120%를 기록, 사상 최저치를 3거래일 연속 경신했다.

    BOJ의 추가 양적완화에 이어 유로존마저 양적완화를 확실시 한다면 국내 증시에 미치는 파장이 보다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 경기부양을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선임 연구원은 "한은의 입장에서는 부진한 경기회복 모멘텀과 더불어 재차 엔저 부담이 높아짐에 따라 추가 기준금리 인하 시행 압력이 한층 높아졌다"고 말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도 "유럽의 경제상황과 일본의 양적추가완화와 더불어 오는 13일 예정된 금통위의 통화정책 결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이 부상하면서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 형성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HSBC는 "단기적인 환율 동향만으로 한국 통화당국의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면서도 "그러나 엔화약세 지속이 국내 잠재성장률 하락으로까지 이어질 경우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에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채현기 KTB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2%대 금리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장기간 현 수준의 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며 "담뱃값 및 공공요금 인상분을 포함하더라도 내년도 물가 수준은 한은의 물가 목표치(2.5~3.5%) 하단에 머물 가능성이 높아 금리의 정상화를 서두를 필요는 없어 보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