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목표주가 7~10만원 제시

  • 오는 18일 증시 상장을 앞두고 있는 제일모직(옛 에버랜드)의 일반 청약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투자시장에 활기가 기대된다. 특히 지난달 먼저 상장한 삼성SDS의 기록을 뛰어넘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SDS는 공모청약에서 15조6000억원의 돈이 쏠려 역대 2위 규모(1위는 2010년5월 삼성생명이 기록한 19조8444억원)를 기록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제일모직은 오는 9~10일 이틀간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주 청약을 진행한다. 일반 투자자에게 배정되는 물량은 전체 공모주(2874만주)의 20%인 575만주다.

    이번에 모집·매출하는 주식 수는 모두 2874만9950주(액면가 100원)다. 구주 매출에선 삼성SDI가 갖고 있는 1000만주 중에 500만주를, 삼성카드는 624만9950주 전량, KCC는 2125만주 가운데 750만주를 내놓는다. 또 1000만주를 추가 모집해 전체 공모 규모는 희망공모가 기준 1조2937억~1조5237억원 수준이다.

    KDB대우증권이 217만9000주, 우리투자증권이 176만2000주, 삼성증권이 139만1000주, 신한금융투자·하나대투증권·KB투자증권이 각 13만9000주의 물량을 배정받아 오는 10일 공모에 들어간다.

    시장 전문가들은 그룹 지배구조 최하단에 위치한 삼성SDS와 달리 순환출자 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제일모직의 투자매력이 좀 더 높다는 데에 동의하는 눈치다.

    삼성그룹은 제일모직을 정점으로 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제일모직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고리를 갖고 있다. 현재 시중에 유력하게 떠오르는 삼성그룹의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에 따르면 삼성그룹이 향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시 제일모직이 지주회사가 될 확률이 높다.

    특히 제일모직은 현재 이재용 부회장이 25.10%,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 각각 8.37%, 이건희 회장이 3.72%를 보유하는 등 오너 일가의 지분이 45.6%에 달한다. 때문에 지배구조 개편 시 최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일모직 상장으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변환이 보다 더 탄력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용이해질 것"이라며 "지배구조 변환이 어떤 시나리오로 전개가 되든 동사의 기업가치를 상승시켜야 하는 당위성을 갖고 있어 매 사업구조 개편 때마다 이 회사의 지주회사 역할이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증권사들은 제일모직에 대한 목표주가를 공모가(5만3000원)보다 높은 7만~10만원대를 제시하고 있다.

    우선 하이투자증권은 제일모직의 사업부문별 성장성 등을 고려해 14~25배의 EV/EBITDA를 적용해 6조2552억원으로 산출, 투자지분가치는 삼성생명 등의 지분을 반영해 4조6425억원으로 추정해 목표주가를 10만원으로 제시했다.

    이상헌 연구원은 "당장은 아니지만 향후 지주회사로서 로열티, 배당수익 등의 수취도 가능할 것이므로 지배구조 변환속도에 따라서는 지주회사 프리미엄 적용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LIG투자증권은 영업가치와 자산가치를 반영해 SOTP 방식으로 7만원의 목표주가를 산정했다. 양형모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너 일가의 지분이 가장 많은 기업으로, 삼성그룹 최정점에서 계열사를 지배할 제일모직의 주가는 상장 이후 우상향될 것"이라며 "또 예상치 못했던 이벤트(인수합병 등)도 발생 가능하기 때문에 매수 후 장기 보유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반면에 이미 공모가에 기대감이 반영된 만큼 폭발적인 주가 상승은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 제일모직의 공모가격을 1년 뒤 주당순이익 전망치로 나눈 비율은 34배에 달해 SK그룹 지주사인 SK C&C(4.6배)나 현대차그룹 지주회사 격인 현대글로비스(11.9배)보다 훨씬 높다.

    오진원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모가대비 주가 상승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과거 SK와 현대차그룹의 지주회사격 회사의 상장 시점과 비교하면 충분한 기대감이 이미 주가에 투영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제일모직의 상장 후 시가총액은 희망공모가 기준으로 최대 7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지만, 앞서 지난달 코스피시장에 입성한 삼성SDS처럼 공모가의 2배 이상으로 시초가가 형성될 경우 시가총액은 1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코스피시장에서 시가총액 15조원대를 기록하고 있는 곳은 KB금융(14위)과 삼성화재(15위)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