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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에 겨울이 찾아왔다. 분양시장이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공급이 줄고 있는 것은 물론 해외건설 수주 역시 올 목표 달성이 요원하다. 수도권 아파트 가격 약세도 이어져 부동산시장 기대심리 역시 낮아지는 모습이다.
10일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2월 주택사업환경 전망치(HBSI)는 105.3을 기록, 전월 대비 11.1포인트 하락했다. 서울은 109.0(-13.4포인트), 수도권 102.6(-21.5포인트), 지방 115.1(0.5포인트)을 기록했다.
이달 분양계획지수는 전월보다 21.4포인트 하락한 99.0을 기록했다. 분양실적지수도 20.7포인트 추락한 107.2에 머물렀다. 미분양도 12.4포인트 상승한 62.4를 보였다.
분양시장의 겨울 비수기와 2015년 분양계획 연기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연말에 들어가면서 주택건설수주 항목 역시 전월대비 하락했다. 재개발지수는 7.5포인트 하락한 94.5를, 재건축지수는 8.2포인트 떨어진 98.9, 공공택지지수는 15포인트 준 109.5를 기록했다.
김지은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건설업계가 겨울 비수기에 들어서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영향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며 "지난해의 경우 정책효과 등으로 상승하는 분위기가 나타났지만 올해는 부동산3법 통과가 요원해지면서 정책 효과에 대한 기대심리가 가라앉았다. 이에 건설업계에는 올해로 예정됐던 분양을 내년으로 넘기며 시기를 조율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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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부동산 가격 약세 흐름도 지속되고 있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격 주간 증감률은 10월 이후 지속적으로 마이너스 영역에 머물고 있고 재건축을 제외한 아파트 가격 상승률 역시 둔화되고 있다.
올해 분양이 쏟아지면서 미분양도 증가하고 있다. 10월 기준 전국 미분양은 4만92가구로 전월 대비 소폭 늘었다.
이처럼 건설업계에 단비가 됐던 국내 분위기가 가라앉은 상황에서 연말이면 들려오던 대형 해외 프로젝트 수주 소식도 감감하다.
대형 프로젝트 수주가 기대됐던 중동지역은 이라크 내전상황 장기화를 비롯한 불안요소가 확산됐고 유가마저 폭락해 추가 수주가 요원하다.
아시아지역 역시 태국 물관리 프로젝트 수주 지연 등 대형 프로젝트 수주가 없어 수주액이 급감했다.
현재까지 우리 건설사들의 총해외수주액은 594억달러다. 이는 전년 대비 91.1%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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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해외수주액이 전년 대비 낮은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주 소식도 뜸해 올해 수주 목표액인 700억달러 달성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연말에 수주가 몰리는 해외시장 특성상 추가 수주 가능성이 있지만 보수적 시각으로 보면 지난해 수주액(652억달러)을 넘어서기는 힘들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노기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올해 해외수주는 사우디와 아시아지역 수주가 부진한 상황"이라며 "연말까지 추가 수주는 이어지겠으나 지난해 수주액인 652억달러 초과 달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700억달러 목표 달성 가능성은 끝까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현재 10여건의 추가 수주가 유럽, 중동 등에서 가능성이 있다. 이달 안에 계약 체결이 예상되는 프로젝트도 5~6건 있어 최소 예년 수준은 맞출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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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건설업계에 대한 기대요소가 줄면서 대형 건설주들의 약세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 한달간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현대산업개발, 삼성엔지니어링 등의 주가는 평균 11.6% 하락했다. 특히 삼성엔지니어링은 합병 실패 여파로 34.1%나 떨어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대형 건설주는 해외사업 수익성 악화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으로 해외사업 원가율 상승 불안감이 여전하다"며 "유가 하락 등으로 EPC 업체들이 타격이 불가피해 건설주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이 차갑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