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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올해 하반기 글로벌 전략협의회가 시작되는 17일, 계열사 사장단 50여명이 참석하는 수요 사장단 회의에서 '극한의 위기관리 리더십'을 강조했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이 올해 줄줄이 악화된데 따른 위기 의식을 다시 한 번 고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삼성사장단은 윤호일 남극 세종과학기지 월동연구대 대장의 강연을 들었다. 남극 기지에서 대원들을 이끌며 수차례 극한의 상황을 체험한 윤 대장의 강연은 사장단들에게 큰 감동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장은 이날 수요 사장단 회의가 끝난 직후 삼성전자 로비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강연에 대해 "조직이 위기에 처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위기관리 리더십임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위기 관리 리더십의 가장 큰 본질은 원칙과 기본을 잘 지키는 것과 근거없는 낙관주의를 버리고 최악의 상황으로 내려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전략을 짜는 것"이라면서 "최근 삼성이 구조조정을 하고 계열사를 매각하는 것은 굉장히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재빠른 다운사이징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직이 위기에 처했을 때 진정한 리더십은 리더의 비전제시나 자금 능력, 경영철학이 아니라 조직원들이 조직을 위해 진정으로 움직이게끔 만드는 것"며 "이를 위해서는 조직원들을 설득하거나 명령하기에 앞서 먼저 그들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장은 "인간은 자신이 인정받고 있다고 느낄 때 목숨까지도 걸고 움직인다"면서 "이러한 리더십을 통해 조직원을 진정으로 움직이게 만든다면 그 기업은 위기 상황에서 한단계 높은 차원의 패러다임으로 변화해 획기적인 제품과 사업영역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삼성은 20여년 전 프랑크프루트 선언을 통해 '양에서 질'로의 변화에 성공했지만 현재는 신흥국의 추격과 먹거리의 부재 등으로 차원이 다른 리더십이 요구된다"면서 "극한의 상황에서도 실패를 통한 리더십을 갖춰야 위기 상황에서 진정한 리더십이 행동으로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윤 대장은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눈 뒤 환하게 웃으며 "언젠가 남극에서 사장단 회의 한 번 하자고 했더니 사장단에서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삼성전자는 오늘부터 19일까지 3일간 수원디지털시티와 기흥캠퍼스에서 해외법인장과 사업부문장 등 국내외 임원 700여명이 참여하는 하반기 글로벌전략협의회를 진행한다.
17일은 CE(소비자 가전), 18일 전사, DS(부품), 19일 IM(IT·모바일) 부문의 회의가 예정 돼 있으며 회의 주재는 부문별 대표이사인 권오현 부회장과 윤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이 각각 맡는 것으로 전해졌다. DS부문은 기흥사업장에서, CE부문과 IM부문은 수원사업장에서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CE부문은 올해 TV 대표 제품인 커브드 UHD TV에 이은 차세대 혁신제품에 대한 전략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되며 DS부문은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이 내년에도 호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지속적인 수익률 강화와 취약부문인 시스템LSI 쪽의 강화 전략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실적이 급격하게 악화된 IM부문은 내년 출시를 앞둔 갤럭시S6 판매전략과 함께 신흥시장인 중국·인도의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이 논의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글로벌 전략협의회에서는 전사 차원의 판매전략을 가다듬고 제품별 지역특화전략을 세우는 등 새해 전략을 도출하는 한편 본사의 경영상황과 영업, 마케팅, 품질 우수 사례 등을 공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