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比 두 배…일각에선 "삼성 프리미엄 낙관론 경계"


  • 제일모직의 유가증권시장 입성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 증권사들이 공모가의 두 배에 가까운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국내 증권사 9곳이 제시한 제일모직의 목표가 평균은 9만5000원이었다.

    목표주가를 가장 높게 제시한 곳은 유진투자증권으로, 이 증권사는 제일모직의 주가가 12만5000원까지 오를 것으로 낙관했다.

    한국투자증권은 10만7000원, HMC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등 3곳은 목표가를 10만원으로 제시했다. 교보증권(9만5000원)과 키움증권(9만1000원)도 10만원대에 가까운 목표가를 내놨다.

    제일 낮게 제시한 곳은 LIG투자증권과 KTB투자증권으로, 이 2곳이 제시한 제일모직의 목표가는 7만원이다.

    이들 9개 증권사가 제시한 제일모직 목표주가 평균치는 9만5000원으로, 공모가인 5만3000원보다 80%가량 높은 수준이다.

    증권가가 제일모직의 주가 전망을 낙관하는 주된 이유는 지난달 코스피 시장에 입성한 계열사 삼성SDS와 마찬가지로 그룹 지배구조 이슈 때문이다.

    가장 높은 목표주가를 제시한 유진투자증권의 김인 연구원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의 핵심은 대주주의 경영권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3세로의 경영권 이전을 확립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과정에서 대주주의 지분구조와 향후 지배구조 변화의 핵심역할이 예상되는 제일모직의 가치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특히 제일모직이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이자, 대주주 지분율이 가장 많은 회사인 점에 주목했다.

    삼성그룹은 제일모직을 정점으로 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제일모직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고리를 갖고 있다. 현재 시중에 유력하게 떠오르는 삼성그룹의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에 따르면 삼성그룹이 향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시 제일모직이 지주회사가 될 확률이 높다.

  • 특히 제일모직은 현재 이재용 부회장이 25.10%,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 각각 8.37%, 이건희 회장이 3.72%를 보유하는 등 오너 일가의 지분이 45.6%에 달한다. 때문에 지배구조 개편 시 최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향후 지주회사로의 전환 및 삼성전자홀딩스와 합병 등이 불가피해 대주주 입장에서는 기업가치 증대에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주가 또한 기업가치 증가에 따라 지속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지주사 전환에 따른 사업구조 개편 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영업가치가 목표주가 산출 근거가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주 전환에 따른 삼성전자의 배당, 계열사 브랜드 로열티, 제일모직의 사업구조 개편 등이 핵심 포인트"라며 "지배구조의 핵심은 오너일가의 자비 지출을 통한 지분 확보가 아닌 계열사를 통한 지배이기 때문에 오너일가가 대부분의 지분을 보유한 제일모직의 삼성전자 지배가 유력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이어 "오너일가가 보유한 삼성SDS 지분은 궁극적으로 해소될 가능성이 높지만 삼성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제일모직은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오너일가가 계속 보유할 회사"라며 "지배구조 최하단에 있는 삼성SDS는 오너일가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활용되거나,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쓰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다만, 같은 지배구조 이슈로 주목을 받다가 전날까지 상장 한 달만에 연일 신저가를 경신하는 등 주가 폭락세를 거듭한 삼성SDS를 선례로 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됐다. 지배구조 이슈 등으로 인한 프리미엄보다는 기업 펀더멘털(기업가치)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윤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삼성SDS의 전례에서처럼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수급적인 환경과 맞물리면서 주가 급등도 가능해 보인다"면서도 "미래가치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숙성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높은 프리미엄에 대한 낙관적 시각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과 SK그룹의 지주격 회사(현대글로비스와 SK C&C)의 상장시점과 비교했을 때, P/B가 3.0배 내외이지만 ROE가 제일모직에 비해 매우 높아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조 연구원은 "삼성그룹 내 다른 기업과의 합종연횡을 대비해 오너 지분율이 높은 제일몾기의 가치 상승이 필요해 보이지만, 주식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프리미엄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판단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오진원 KTB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공모가대비 주가 상승 가능성이 충분하고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라는 점에서 현수익 창출 능력 대비 고평가가 가능하지만, 과거 현대차그룹과 SK그룹의 지주격 회사의 상장시점과 비교하면 충분한 기대감이 이미 주가에 투영됐다"고 분석했다.

    김준섭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도 "지배구조와 최대주주가 직접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wn추가 상승은 기대되지만,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만 놓고 보면 현재 공모가 수준이 정답"이라고 판단했다.

  • ▲ 현재 삼성그룹 지배구조 ⓒ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본부
    ▲ 현재 삼성그룹 지배구조 ⓒ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