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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과 한국사회는 타성(inertia), 저성장, 한계비용 제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인식의 프레임을 바꾸고 블루오션을 개척해야한다. 앞으로 삼성은 공간(Space)과 인체(Bio) 즉 SB Electronics를 지향해 나가야 한다"
7일 삼성 수요 사장단 회의에 강연자로 나선 송호근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가 삼성 사장단을 향해 던진 화두다.
이 날 송 교수는 '2015년 한국사회'를 주제로 강단에 올라 삼성그룹과 한국사회가 직면한 메가트렌드 3가지를 설명한 뒤 삼성이 지향해야 할 방향성을 제시했다.
송 교수는 삼성그룹뿐만 아니라 한국사회가 직면한 3가지 메가 트렌드를 '한국사회에 단단히 자리잡은 타성', '21세기 저성장', '한계비용 제로'라고 설명했다.
그는 먼저 한국인의 타성에 관해 '진정한 시민의 부재(不在)'라고 표현했다.
송 교수는 "한국은 유럽과 비교했을 때 진정한 시민의식과 진정한 시민계층이 제대로 형성될 기회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유럽의 시민 계층은 귀족 계층의 퇴폐적이고 방탕한 모습과 대비되는 검소, 근면, 평등, 자유, 절약 등 나름대로의 생존적 시민코드를 만들어 역사적으로 발전과정을 거쳐왔다. 반면 한국사회는 해방 이후 지배계층 자체가 무너지면서 우리 사회에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층들이 오히려 지배층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만을 벌이다보니 진정한 시민의식을 체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했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세월호 사건도 그렇고 지난해 일어난 여러 사건을 되돌아 볼 때 한국사회의 타성을 깨기 위해서는 '국민'에서 세계 시민으로 발전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사회를 비롯해 21세기는 구조적인 저성장 시대로 진입한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토마 피케티 교수가 예언했듯 저성장 시대가 되면 사회나 국가로부터의 요구가 증대하게 된다"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그 요구가 자유로운 경제활동에 제약을 거는 하나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하며 그 부담을 뛰어 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 번째로 송 교수는 기업이 기존 방식으로는 자본 창출을 할 수 없는 '한계비용 제로 사회'에 직면해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기업과 공유사회 비즈니스 모델 등을 예로 들며 기업들이 인식의 프레임을 바꾸고 블루오션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송 교수는 2050년이라는 가상의 시대를 예로 들며 그 때가 되면 문명의 대전환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재는 소유권, 부의 축적, 가치 평가 등 모든 역사가 땅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그 시대가 되면 땅의 역사가 땅 위로 올라가고, 땅 밑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쉽게 말해, 현재는 땅을 기본으로 한 인식체계 속에 살아가고 있지만 몇 십 년 뒤에는 공간을 뛰어넘는 인식체계와 새로운 문명이 탄생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땅 위'라는 개념은 땅으로부터 수 백 미터 위에 있는 근거리 공간(space)에 문명이 건설되는 것을 뜻하고 '땅 아래'는 인체(bio) 속에서 바이오 문명이 새롭게 만들어지게 되는 것을 뜻한다.
송 교수는 이같은 개념을 이야기하며 "앞으로 삼성이 지향해야 할 것은 삼성 SB Electronics"라며 "SB를 통해 무궁무진한 사업기회를 발굴하는 것은 물론, 단순 비즈니스를 뛰어 넘는 새로운 인식체계와 새로운 문명이 전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삼성 관계자는 이날 "계열사별로 경영 실적과 전망 등을 토대로 투자 계획과 사업 계획 등을 짜고 있다"면서 "그룹 차원의 투자 계획은 없고 삼성전자가 90% 가량의 투자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건강상태는 지난해에 비해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삼성은 오는 9일 이건희 회장의 74세 생일에도 별다른 행사 없이 조용히 보낸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