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가 일찌감치 '불공정 종합선물세트'라고 지목했던 TV 홈쇼핑에 대해 초강경 대응방안을 들고 나왔다. 공정위를 중심으로 중소기업청과 미래창조과학부 등이 범정부 TF까지 구성해 TV 홈쇼핑 등의 갑질 횡포에 대해 재허가취소 등 끝장 제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공정당국의 잇단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던 홈쇼핑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공정위는 또 불공정 거래의 3대 손톱 밑 가시로 꼽히는 하도급과 유통, 가맹분야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관행 근절을 올 한해 중점과제로 추진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의 요구를 수용해 익명제보를 활성화하고 보복행위에 대해서는 일벌백계에 처하기로 했다. 0.1%의 대기업이 99.9%의 중소기업들을 쥐고 흔드는 왜곡된 시장경제질서를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공정위는 13일 이러한 내용의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중소기업들이 대-중소기업간 불공정 거래관행 개선의 성과를 확실히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골자는 △불공정거래 빈발분야 시장감시 강화 △중소기업에 대한 부당한 차별·배제 시정 △신고․제보 및 현장점검의 실효성 제고 △자율개선 및 상생협력 확산 등이다.
-
◇ 불공정 종합선물세트 '홈쇼핑'...범정부 TF, 재허가 취소도 검토
도무지 근절되지 않는 TV홈쇼핑을 위시한 대형 유통업체들의 갑질 횡포에 대한 대응은 2015년 공정위 제 1의 중점과제로 제시됐다. 공정위는 'TV홈쇼핑 거래관행 정상화 정부합동 TF'까지 만들겠다고 보고했다.
중기청이 피해사례를 접수해 공정위에 신고하면 공정위는 조사와 함께 시정명령을 내리고 미래부는 추후 재심사시 재허가 취소까지 포함한 불이익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초강력 대응이다.
-
방송시작 후 2시간 이내 주문에 대한 사은품 비용 등 판매촉진비용을 납품업체에 떠넘기거나 근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정식계약 체결없이 구두로 발주하는 행위 등이 집중 감시대상이다.
일방적인 방송 취소나 특정 택배업체 이용 강요, ARS나 모바일 할인비용 전가행위도 포함된다. 홈쇼핑업체들은 일벌백계의 망신살을 당하지 않으려면 서둘러 불공정 행위를 시정하는게 좋을 듯 싶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이 기본장려금 폐지에 따른 각종 명목의 비용을 전가하거나 부당한 판촉사원 파견을 강요하는 행위도 중점 감시대상에 포함됐다. 공정위 조사결과 지난해 대형유통업체들은 149개 납품업체에 시식행사 비용을 떠넘겼으며 180개 납품업체들에게는 경쟁업체 공급가격과 마진율 등 경영정보를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3대 갑질 분야 중 하나인 가맹-대리점 부문에선 심야영업과 매장 리뉴얼, 밀어내기, 반품거부, 판촉사원 인건비 부담 등의 행태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가 이뤄진다.
-
◇ 3000개의 甲...335만개의 乙...우리나라 기업생태계는 철저한 갑을 관계가 존재한다. 전체 335만4000개의 기업 중 99.9%인 335만1000개의 중소기업이 0.1%인 3000여 대기업에 철저히 종속돼 있다.
특히 하도급과 유통, 가맹분야는 대기업 의존도가 높아 늘 갑질횡포에 시달리곤 한다. 중소기업 중 하도급업체 비율이 절반이 넘고 매출액 중 원사업자 납품액 비중은 무려 83%에 달한다.
유통분야는 3만9000여개의 납품업체들이 64개의 대형유통업체에 목을 메고 있다. 19만4000여개에 달하는 가맹점들은 3482개의 가맹본부의 눈칫밥을 먹고 산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99.9%의 乙들은 0.1% 갑의 각종 불공정거래 요구에도 늘 입을 닫고 귀를 막고 눈을 감고 지내야 했다. 공정위가 불공정거래 빈발분야로 이들 분야를 콕 찝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
◇ 안주고 늦게주고 깎고...'하도급 대금'
대-중소기업간 거래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하도급 대금 관련이다. 안주거나 늦추거나 깍는게 다반사다. 경기가 나빠진 최근에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하다.
공정위 전체 제보 중 48.1%가 하도급 대금 신고건으로 지난해 한햇동안 128개 업체가 적발됐다. 특히 건설, 의류, 기계, 자동차, 선박 분야 원청업체들의 횡포가 두드러진다.
공정위는 우선 "못 받아서 못 주는" 순차적 미지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불만이 주로 제기되는 1∼2차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윗 물꼬 트기' 조사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발주처로부터 현금을 받고도 하청업체에는 어음을 끊어주거나 관련 수수료나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못된 관행도 철저히 감시하기로 했다.
지자체와 공공기관 등 공공발주자들이 모범을 보이도록 기재부, 행자부, 산업부, 조달청 등과 공동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
◇ 보복우려없는 익명 신고 활성화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1월 조사한 결과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보복을 우려해 신고를 기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공정행위 대책의 1순위 49%가 신고자의 비밀보장을 요구했다.
공정위는 이같이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기피하는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3월 안에 홈페이지에 '익명 불공정제보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현재 15개 업종별 중기협동조합에 설치된 익명제보센터를 확대하고 익명제보된 사건도 기명 신고사건에 준해 처리하기로 했다.
시정조치 이후 해당 중소기업에 대해 발주량을 줄이거나 거래를 중단하는 보복조치를 못하도록 6개월마다 2~3회씩 주기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또 중소기업의 진입을 차단하는 대기업과 공기업의 부당한 내부 일감몰아주기나 독점력 남용, 중기기술을 빼가는 얌체짓에 대해서도 대상을 지방공기업까지 넓혀 감시하기로 했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중소기업이 살아야 경제가 살고 불공정 관행이 없어져야 시장이 바로선다"며 "2015년을 중소기업인들이 거래관행 개선의 성과를 체감하는 元年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