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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 도급화에 반대하던 한 노조원의 분신사망 사건을 계기로 '도급화 철회'의 목소리를 높이던 금호타이어 노동조합이 끝내 파업에 돌입했다. 지난해부터 8개월여 끌어오던 '임금 및 단체협상'을 힘겹게 매듭 지은지 한 달만의 일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노조는 24일부터 3일간 4시간 연속 부분파업을 강행하기로 결의, 이날 오전 근무조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도급화 철회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시 지속 파업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사측은 이번 사태를 두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을 위반한 명백한 불법파업이라는 입장이다. 사측 관계자는 "노측이 현재 주장하는 도급화 반대는 쟁의행위의 정당한 목적이 될 수 없으며 법률이 정한 교섭절차와 조정신청, 조합원 찬반투표 등을 통한 정당한 쟁의권의 행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노사는 회사가 지난 2010년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에 돌입하기 전 597개 직무에 대해 단계적으로 도급화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타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수개 직무를 하청회사로 넘겨, 생산비와 운영비를 절감하는 등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에서 진행됐다.
지난해 말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을 졸업하기 전까지 총 521개 직무가 도급 완료됐다. 협의 과정 중 28개 직무는 도급을 취소하기로하고, 48개 직무 만을 순차 도급하기로 남겨둔 상태다.
회사가 점차 경영정상화 궤도를 그리는 과정에서 노조는 돌연 도급화 철회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곡성공장 노조원 김재기 씨가 분신사망 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노측은 이를 '도급화 철회 요구 분신항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A씨가 도급 전환 대상자였고, 평소 도급화에 적극 반대해왔다는 것이 그 근거다.
허용대 노조 위원장은 "열사(김 씨)의 죽음의 모든 책임은 회사에 있다"며 "워크아웃을 졸업을 했기에 도급화를 추진할 이유가 없음에도 노사관계의 주도권과 노동자의 마지막 피땀마저 가져 가려고 회사가 48개 직무에 대한 도급화를 강행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측의 입장은 다르다. 직무 도급화 계획은 워크아웃에 돌입하기 전부터 노사 양측이 합의했던 내용인데다, 워크아웃 졸업과 관계없이 진행키로 예정되어있었다는 것이다. 또 도급화를 사망의 단편적 원인으로 일축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고 사측은 말하고 있다. 고인의 유서에 도급문제가 직접 언급되지 않았고, 도급이 진행되더라도 김 씨의 신분이 비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사측은 이번 사건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하며, 김창규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이 설 연휴기간 2차례 빈소를 방문하는 등 최대한 유가족과의 대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그러나 노조와 상부단체인 금속노조에 의해 유가족과의 직접적 소통이 원할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이 회사는 설명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회사는 이번 사고로 인한 고인의 죽음을 진심으로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으며 노사가 함께 적극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나 조합은 대화보다는 불법파업을 선택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노조가 유가족의 빠른 안정을 진심으로 위한다면 불법파업을 즉시 철회하고 대화를 통해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