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리조트 지분 뺀 4100억에 금호고속 인수... "계열사 자금 동원 문제 없어"금호산업 인수자금 및 조건 등 '박 회장의 묘수'에 관심 집중
  •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금호아시아나그룹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금호아시아나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고속 인수를 위한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한 가운데 금호산업 인수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그룹 재건에 청신호다.

    11일 투자은행 및 증권 업계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9일 오후 6시가 넘어 IBK펀드로 금호고속을 인수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단, 금호고속이 보유한 금호리조트 지분(48.8%. 약 700억원 상당)은 인수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조건을 내걸면서 향후 금호산업 인수를 위한 자금 확보에 더욱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IBK펀드 측이 금호그룹 측에 제안한 최종 매각가는 4800억원 가량. 이 중 770억원에 가까운 금호리조트 지분(48.8%)을 빼면 약 4100억원에 못미치는 수준에 금호고속을 되찾겠다는 뜻이다.

    사실상 금호고속 인수가격을 낮추겠다는 의지를 확고하게 밝히는 등 금호산업 인수전을 위해 자금을 남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금호그룹은 금호고속의 가격을 2000억∼3000억 수준으로 내다봤다. IBK펀드가 지난 2012년 금호고속을 인수할 당시 3310억원에 사들였지만, 금호고속에 전가한 차입금 2000억원과 배당금을 빼면 실제 인수가격은 910억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아직까지 IBK펀드 측은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IBK펀드에 따르면 금호그룹이 '추후 협상을 통해 결정하겠다'는 취지의 부대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우리와) IBK펀드 측이 서로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실무진들끼리 조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부대조건 등 자세한 내용과 관련해 아는 바는 없다"고 말을 아꼈다.

    만약 IBK펀드 측에서 이같은 금호그룹의 조건을 받아들이게 되면, 금호그룹 측은 계열사를 동원해 약 41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한 후 올 6월까지 매각대금을 치루게 되고, 금호그룹의 모태기업인 금호고속은 3년 만에 박삼구 회장 품으로 돌아온다.

    특히 이번 금호고속 인수가 순조롭게 완료될 경우 금호산업 인수까지 급물살을 타게 될 전망이다.

    현재 산업은행은 향후 5주 동안 금호산업 인수 관련 입찰 적격자로 선정된 호반건설, MBK파트너스, IBKS-케이스톤 컨소시엄, IMM PE, 자베즈파트너스 등 다섯 업체를 상대로 예비실사를 진행한 뒤, 오는 4월 본입찰 제안서를 접수 받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금호산업은 금호고속과 달리 철저히 개인자금을 통해 매입을 해야하는 상황이어서 박 회장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진 자금 마련에 어떤 묘수를 내놓을지, 또 어떠한 조건을 제시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호남 기업의 상징인 금호고속에 이어, 아시아나항공 등 전 계열사를 지배하는 금호산업 인수가 그룹 재건 프로젝트의 정점인 만큼, 그동안 '마부위침(磨斧爲針. 아무리 이루기 힘든 일도 끊임 없는 노력과 끈기로 성공해낸다)'의 자세로 수년간 공을 들여 온 박삼구 회장의 뚝심이 빛을 발할 수 있을지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