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사진)이 "최근 대표이사 미선임 이슈로 각종 혼란이 초래되며 회사가 미증유의 위기를 겪고 있다"며 "사장으로서 현재의 상황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이러한 상황이 빠른 시일 내 정리되기를 간곡히 소망한다"라고 말했다.
고 사장은 1일 사내포털을 통해 이같이 말하며 "작금의 혼란 상황을 직시해 신뢰와 열정을 지닌 진정한 주인의 자리로 돌아가자"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최근 대우조선은 차기 사장 인선 문제를 놓고 각종 내홍을 겪고 있다. 고재호 사장의 임기는 지난달 29일자로 만료됐으나,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별 다른 이유 없이 후임 사장 인선을 차일피일 미루는 중이다.
고 사장이 차기 사장이 선임되기 까지 임시로 대표직을 이어가기로 했으나, 최고경영자(CEO) 공백 장기화를 우려하는 해외 선사들은 선박 건조 작업에도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이 회사에 표하고 있다. 사내 분위기마저 뒤숭숭해지는 모습을 보이자 고 사장이 직접 나서 조직원들에게 안정을 주문한 것.
고 사장은 "글로벌 에너지 메이저들도 예산삭감과 구조조정을 시행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디플레이션의 우려가 대두되는 등 국내외 상황이 매우엄정하다"며 "회사 내부에서는 영업, 생산, 재무 등 큰 축들이 일제히 경고음을 내고 있고, 상대적 우위를 보였던 상선 수주도 경갱국 및 동종업계의 사활을 건 도전으로 '승자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상황을 진단했다.
이어 "가장 큰 위기는 우리 모두가 은연중에 회사의 존속가능성을 너무 당연히 여기는 막연한 낙관주의"라며 "우리의 소중한 일터인 대우조선은 지속적으로 안정적 고용과 수익을 실현해야 하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 같은 존재인데, 임금은 생산성과 물가에 연계되어야 한다는 상식이 무시되고 동종업계와의 단순비교를 통한 적당한 타협만 반복된다면 '거위의 배'를 갈라 버리는 성급함의 우를 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고 사장은 "우리 임직원들이 단연 회사의 제 1의 주인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으나, 주인이 주인다운 생각과 행동을 하지 않을 때 종국에는 다른 사람들이 대신 주인 행세를 하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우조선은 침체된 사내 분위기 쇄신, 해외선주들의 불신을 제거하는 차원에서 이날부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3총괄(사업, 생산, 기술) 1본부(특수선) 3실(전략기획, 인사지원, 재경)로 운영하던 조직을 1총괄(사업) 3본부(상선, 해양, 특수선) 3실로 재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