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사정칼날,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MB 실세 겨냥 대우조선 끝내 사장 공백 사태철강·조선경기 침체 벗어나려 애쓰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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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대우조선해양 등 대표적인 오너 없는 우량 기업들이 각종 외풍에 수난을 겪는 모습이다. 최근 수년간 철강 및 조선경기가 침체일로를 걷는 상황에서 이를 벗어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에 또 한 번 제동이 걸렸다는 우려도 나온다.
17일 검찰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건설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시작된 포스코에 대한 검찰의 고강도 수사는 그룹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칼날은 대표적인 MB맨으로 분류되던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으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검찰은 포스코건설의 100억원대 비자금이 개인 차원이 아닌 정 전 회장 등 상부 지시로 발생한 그룹차원의 조직적 비리일 수도 있다는 사실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정 전 회장 재임 시절 포스코그룹 계열사가 31개에서 70개까지 2배 넘게 늘어났다는 점에도 검찰은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회장이 성진지오텍, 삼창기업 원자력 부분 등 부실기업을 대거 인수해 회사에 큰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다.
포스코는 지난 2010년 포스코플랜텍을 통해 성진지오텍 지분 40%를 주가 대비 약 2배 비싼 1600억원에 사들인 바 있다. 포스코는 인수 전 부터 적자 늪에 빠져있던 이 회사를 살려내기 위해 최근까지 약 5000억원을 투입하는 등 애를 쓰는 모습이지만 여전히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만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 2012년 경영상 어려움에 처한 삼창기업 원자력부문을 1000억원에 인수해 포뉴텍을 세운 사실도 구설수에 올라있다.
문제는 이러한 부실기업들이 MB정권 실세였던 이상득 전 의원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과도 연관이 있다는 의혹이 함께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성진지오텍 전 경영자는 박 전 차관과 가까운 사이이며, 삼창기업 이두철 회장은 경주 이 씨 종친회장 등을 맡으며 이 전 의원과 관계를 맺어온 인물이라는 소문들이 그럴듯하게 포장돼 나돌고 있다. 이 전 의원과 박 전 차관은 정 전 회장의 선임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비자금 문제를 넘어서 전 회장과 과거 정관계 인물들에 대한 각종 의혹이 불거지며 지난해 3월 권오준 회장 취임 후부터 곧바로 시작된 포스코의 고강도 재무구조개선책에도 비상이 걸렸다.
당장 이달 말 사우디국부펀드(PIF)에 포스코건설 지분 40% 매각을 마무리해 약 1조원의 현금을 확보할 계획이었는데 이부터 장담 못하는 상황이 됐다는 평이다.
이로 인한 어수선한 분위기가 포스코건설에서 그룹 전체로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자 전날 권 회장은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 조기에 의혹을 해소 하겠다"며 "포스코 임직원은 본연의 업무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차기 사장 인선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다. 고재호 현 사장의 임기가 이 달 말로 만료돼 연임이든 신규선임이든 오는 31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차기 사장을 선임해야 경영공백을 없앨 수 있다.
상법 규정상 주총 2주 전인 지난 16일까지 이사회를 열어 차기 사장 후보를 확정해야했는데, 사내외이사 선임 안건 등만 논의되고 고 사장을 차기 주총까지 유임키로 했다. 임시 주총까지 약 2달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 고 사장이 사실상 사장 직무대행을 맡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상황에 대우조선의 상반기 영업활동에 사실상 경고등이 들어왔다고 보고 있다. 신뢰를 최우선시하는 선사들이 언제 어떻게 대표이사가 바뀔지 모르는 상황의 조선사와 과연 계약하려 들겠냐는 것이다. 실제 대우조선은 사장 선임 이슈가 불거진 지난 2월 이후 별다른 수주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LNG운반선 37척 등 총 149억 달러치 물량을 수주하며, 단일 조선소 기준 수주잔량 세계 1위를 기록 중이다.
대우조선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측은 이 같은 상황에 "대우조선 경영을 책임질 최고의 적임자를 찾기 위해 광범위한 검증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시일이 소요되는 것"이라는 해명만 내놓고 있다. 산업은행은 이사회에 앞서 사장 후보군을 가려내는 사장추천위원회 조차 구성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이 대우조선 인사에 개입하려는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청와대의 눈치를 살피느라 인선이 늦어지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력 후보로 꼽히는 박동혁, 고영렬, 이병모 등 대우조선 부회장 3명을 누가 밀고 있고, 누가 점찍었다는 식의 얘기들이다. 외부인사로는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의 경기고 동문인 김연신 전 성동조선 사장이 거론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불황에 빠진 철강, 조선 등 글로벌 제조업체들의 경우 1년 잘못 삐끗했다가 10년, 20년이 뒤쳐질 수 있다"며 "세계를 주름잡던 소니, 노키아 같은 기업들이 한번 멈칫하더니 순식간에 몰락할 줄 누가 알았겠느냐, 단지 이런 상황이 자체 경쟁력 문제가 아닌 외풍에 의해 벌어지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