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내정자(사진)가 향후 대우조선의 인력구조조정은 없다는 뜻을 노조 측에 전달했다.
10일 대우조선 노조 한 관계자는 "지난 8일 부산 인근에서 노조 집행부와 정성립 사장 내정자의 만남이 있었다"며 "인력구조조정, STX조선해양의 위탁경영, 매각 관련 문제 등 노조의 우려사항에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라고 전했다.
특히 정 내정자는 노조가 가장 민감해 하는 인력구조조정 문제에 대해 "확실히 없을 것"이라고 못박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모든 대화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우려가 상당부분 불식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 내정자와 노조의 이번 만남은 정 내정자 측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사장 내정과 동시에 노 측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자 직접 스킨십을 통해 문제해결에 나선 것이다.
노조는 지난 6일 대주주 산업은행이 "정성립 STX조선 사장을 대우조선의 후임 대표로 추천한다"고 밝히자 즉각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노조는 내부출신 인사를 차기 사장으로 선임해야한다는 입장인데, 외부인사인 정 내정자는 이에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정 사장은 과거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대우조선 대표직을 역임한 바 있다.
노조는 인력조정 및 STX조선의 위탁경영 가능성, 대우조선 매각 문제 등에 우려를 표했다. 정 내정자는 지난 2013년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자본잠식에 처한 STX조선의 구원투수로 임명된 바 있다. 과거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빠진 대우조선을 조기 졸업시킨 전력을 인정받아서다. 당시 정 내정자는 사장 취임과 동시에 강도높은 인력구조조정을 진행한 바 있는데 이 부분을 노조가 의식한 것이다.
또 STX조선 경영정상화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았음에도 정 내정자가 대우조선으로 자리를 옮긴다는 것은 STX조선을 대우조선에 떠넘기려는 것(위탁경영)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대우조선은 지난 2011년 워크아웃 상태였던 대한조선을 채권단으로부터 넘겨받아 현재까지 위탁운영 중에 있는데, 회사경영에 많은 부담이 간다는 것이 노조 측 설명이다.
아울러 정 내정자가 산업은행을 대변해 대우조선의 부실매각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신도 나타냈었다.
노조 집행부는 지난 9일 산업은행 측과도 만남을 갖고 내부가 아닌 외부인사를 사장으로 추천한 것에 대한 해명도 직접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측은 "당초 내부인사를 후임 대표로 선임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으나, 사장 인선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다른 적임자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력조정과 관련해서는 "산은이 관여할 문제는 아니지만, 계획된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라고 덧붙였다.
노조는 각종 의혹에 대해 정 내정자와 산업은행이 해명하지 못할 시 총력투쟁도 불사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이번 만남 후 상당수 누그러진 모습이다. 노조 관계자는 "향후 정 내정자와 몇 번 더 만남을 갖고 이야기 해봐야 할 문제지만, 당장 투쟁을 펼친다든지 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대우조선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정 내정자를 신임 사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정 내정자는 다음달 29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대우조선 대표로 공식 취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