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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 이끄는 리딩 공기업] "농식품 산업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은 농식품 산업 분야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세계의 지도자들도 농업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 중입니다. 프랑스 사르코지 전 대통령도, 독일 메르켈 총리도. 미국의 유명 투자가 짐 로저스는 서울대를 방문해 '농과대를 가라'고 말했습니다. 농업 분야의 미래 가능성을 두고 한 이야기입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도 한국의 식량 생산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우리나라 1977년도 전체 수출이 100억 불이었는데, 현재는 농식품 수출만 100억 불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농업의 다원적인 기능이 평가받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지난 9일 본지는 김재수 aT 사장과 인터뷰를 갖고 농식품·유통산업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 사장은 4년째 aT에서 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그는 1957년 경북 영양에서 출생한 후 1977년 제21회 행정고시에 합격, 오랫동안 농림부에서 근무했으며 농산물 유통국 국장,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원장, 농촌진흥청 청장 등을 거쳐 농림수산식품부 제1차관을 지냈다.
인터뷰를 이끌어가는 그의 말 하나하나에서 오랫동안 한 분야를 이끌어 온 리더의 면모가 엿보였다.
걸으면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기에 등산을 즐긴다는 그는 고은 선생의 시 '그 꽃'을 좋아한다며 "문화는 균형된 감각을 얻기 위한 우리 삶의 노력"이라고 말했다.
가벼운 이야기로 서두를 뗀 김 사장은 인터뷰 내내 그동안 고민해 온 한국 농식품 산업의 나아갈 길을 힘주어 설명했다.
대담 = 김문신 산업부장 kms188@newdailybiz.co.kr -
- 올해 aT의 사업 계획은 어떤가?
"수출에 더 신경 쓸 것이다. (식품 분야에서는) 중동 할랄 식품 쪽에서 성과를 내고, 올해 내로 한중 FTA가 비준될 테니 중국 거점도 만들어 놓겠다. 그리고 앞으로 원재료를 받아서 가공식품을 수출하는 쪽으로 (수출 구조를) 정착시키고 싶다. 우리 산업이 중국 일차농산물을 막고 못 들어오게 하는 데에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수입된 농산물을 재가공해서 부가가치를 높여 수출하는 그런 구조로 가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 임기를 마치고 또 1년이 연장됐는데, 그동안 가장 중점을 둔 사업은?
"유통개선, 식품산업발전, 수출 촉진 세 가지다. 분야별로 제도를 개선하고 국민들과 소통하기 위한 시도를 계속했다.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서 직거래를 확대하고' 민관합동 수급조절위원회'를 구성해 수급관리시스템을 개선했으며 중국, 중동 시장 개척에도 힘썼다."
"(소통 부분에 있어서는) 특히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 농식품, 유통과 관련해서 홈페이지에 공시 자료가 잔뜩 있지만 너무 복잡하다. 그래서 그걸 고쳤다. 필요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줘야 한다. 예를 들어 농산물 중요 품목 10개 가격 정보를 주요 관련자들에게 배포하는 식이다. 더불어 지방 이전에 대비해 '원스톱 민원센터'도 만들어 소통 채널을 강화했다."
-그러고 보니 최근 본사가 나주로 이전했다.
"수도권에 집중된 공공기관을 분산시키기 위해서다. 지방 이전을 계기로 지역과의 동반성장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또 농어촌공사와 농촌경제연구원, 농식품공무원교육원 등 3개 농업 관련 주요 기관이 함께 이전했고 농림수산식품기술평가원도 곧 이주할 예정이라 집적 효과가 기대된다."
"본사 나주 이전 후 직원들이 힘들어하긴 한다. 신도시라 도시기반이 좀 모자라기 때문이다. 특히 업무상 세종시에도, 행사가 자주 있는 서울에도 가야 하고 국회 등 관계기관과도 만나야 하는데 이동이 불편하다. 그래도 KTX가 있어 서울에서 나주까지 두 시간 안에 간다. 고생은 좀 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지역 균형 발전에도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당장 우리 세대는 불편하고 피곤하지만 그런 것쯤은 각오해야 한다."
- 지난해 aT는 중국 시장 개척에 힘써온 것으로 안다.
"중국의 온라인 인구와 거래량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그래서 (온라인 시장을 개척하고자) 세계적 업체인 알리바바 등에 입점을 많이 시켜놨다. 현재 29개 업체 1008개 품목이 입점해있다. 알리바바 채널을 이용하면 물품이 신속하게 배달되고 물류비 부담도 줄어든다. 앞으로도 협력 사업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또한, 중국 안에 우리 농산물 물류센터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많아 2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대형 종합물류창고 개설에 들어갔다. 지금 청도에 있는데 5월 말쯤 가동될 전망이다. 그럼 일차적으로 물류 부담이 덜어지고 산둥성 청도는 대중 무역 기지가 될 것이다. 중서부 내륙(시안, 충칭 등)에서도 틈새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현재는 서로 관습도 다르고, 중국에서 우리 식품을 잘 모르기도 한다. 대형 몰에서나 한국 식품이 판매되고 있다. 그런데 중국 사람들은 몸에 좋은 음식, 건강식품을 선호한다. 그러니 앞으로는 우리 식품의 효능, '어디에 좋다'와 같이 구체적인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후 그것을 알리는 방향으로 마케팅 전략을 삼아야 한다. 그러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 '할랄 식품' 사업에도 본격적으로 시도하려 한다고 들었다. 할랄 식품이란 무엇인가?
"할랄 식품은 '할랄 인증'을 받은 식품이다. 할랄은 식품을 지정하는 경우도 있고 제조 방법을 지정하는 경우도 있는데, 일단 알코올과 돼지고기는 안 되고 도축 방법도 정해져 있다. '5km 내에 돼지 사육장이 없어야 된다', 이런 조건도 있는데 나라마다 다르다. 인증기관도 300개가량으로 대단히 많다. 인증 방법이 통일됐으면 좋겠지만, 이것은 나라 주권과도 관계가 있어 어려울 것이라고들 말한다. 대체로 기업이 각 나라에 찾아가서 직접 제품 인증을 받는 수밖에 없다."
"이슬람권 사람 수가 18억, 세계 인구의 25%가량이다. 아주 큰 시장이다. 그곳에 진출하고자 2013년 7월 인도네시아 지사를 설치했다. 동남아에서 제일 큰 이슬람 국가, 전초기지다."
- 대통령 순방을 계기로 중동 시장이 떴는데 거의 개척자가 아닌가?
"(웃음) 사람은 현지에 벌써 가 있다. 준비를 3년 전부터 했다. 말레이시아는 한국에서도 할랄 인증을 받을 수 있게 만들어놨고 현지 박람회도 참가하는 중이다. 그 중 '무이(MUI ; 인도네시아 할랄)'라는 할랄인증기관이 굉장히 까다롭다. 인도네시아가 크고 중요한 시장인데 그동안 우리가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 싱가포르 지사를 인도네시아로 옮기고 기반을 다져가는 중이다."
"이를 통해 수출이 많이 증가했다. 농수산식품 중동권 수출이 약 7억 불이다. 현지 지사를 설치하고 정보 수집과 연구를 진행하면서 현지 업체와 MOU 추진도 하는 등 앞으로도 (수출을) 대대적으로 늘려나갈 것이다."
- 최근 한국 춘란 고가경매도 화제가 됐는데?
"춘란 경매는 지난 연말부터 시작했다. 지금까지 경매가 비공식적으로, 애호가들을 중심으로 열려 가격이 천차만별이라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불만이 많았다. 이번에는 공개 경매에 부쳐 억대 시장도 나왔다."
"소위 말하는 고추, 양파 이런 '먹는 농업' 말고 이제 '보는 농업', '기능성 농업' 등 6차 산업으로 나가야 한다. 춘란과 같은 화훼산업이 그 가운데 하나다. 거래가 활성화되면 1조 대 시장으로도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우선 춘란 시장을 정착시킨 다음 분재라든지 임산물 공개시장을 계획하고 있다."
- 작년에 '얍(대한민국 농식품 미래기획단 ; YAFF)'을 발족시킨 것으로 안다.
"농식품 분야 인재 육성을 위한 네트워크다. 젊은이들의 눈높이를 높여주는 것이 목표로, 얍 활동을 하면서 세상과 사물을 보는 눈이 달라지길 바란다. 얼마 전 2기 발대식을 개최했는데, 참가자들의 전공 분야가 아주 다양하다. 생산 현장에는 농업 종사자, 식품 산업 전공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연구원도 있고 IT 기술자도 있다. 현대의 농업은 과학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설계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해외 회원들도 '글로벌 얍'으로 활동하고 있고, 이들을 위한 취업 상담과 식품 기업 연계 프로그램도 추진하고 있다. 현장 견학을 통해 고용 기회에 대한 시야를 넓혀주려 한다."
-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면?
"농업의 중요성과 성장 가능성을 국민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먹는 농업에서 미래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농업의 고급화를 고민해야 한다. 과거에 비해 한 달에 소비하는 쌀의 양이 반 넘게 줄었다. 이제 변화와 발전이 필요하다."
정리=권지현 기자, 사진=정상윤 기자, TV 촬영=이기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