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활성화·저금리 상황에 타이밍 놓쳐…시장 여건상 사업추진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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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야심 차게 추진했던 연 1%대 초저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수익공유형 은행 모기지' 출시가 잠정 연기되면서 정부 정책 신뢰도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토부는 16일 은행 재원을 활용한 수익공유형 모기지 상품 출시를 잠정 연기한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상품 계획을 접은 것은 아니라는 태도지만, 주택·금융시장 환경변화를 이유로 앞으로의 출시 일정을 밝히지 않아 사실상 사업추진이 불투명한 상태다.
수익공유형 모기지는 지난 3월에 이미 한 차례 출시가 연기된 바 있다. 3월 말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안심전환대출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출시가 미뤄졌다.
국토부는 애초 수익공유형 모기지를 우리은행을 통해 3000가구에 시범 판매할 계획이었다.
이 상품은 정책대출 상품인 공유형 모기지와 비슷하지만, 국민주택기금 대신 은행 자금을 재원으로 삼고 무주택자 여부와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누구나 대출받을 수 있다는 게 차이다.
대신 대출 후 주택을 팔거나 7년 뒤 대출만기가 돌아오면 집값 상승에 따른 수익을 집주인과 은행이 나눠 갖게 돼 있다.
대출금리는 애초 주택담보대출의 기준 금리로 이용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보다 1%포인트 낮게 변동금리형으로 출시될 계획이었다. 국토부가 상품출시를 발표했던 지난 1월 중순께 코픽스 금리를 기준으로 하면 대출이자가 1.1%에 불과한 초저금리 상품이었다.
국토부는 수익공유형 모기지 출시 잠정 연기 이유로 우선 주택시장 회복세를 꼽았다.
지난 3월 주택매매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4% 증가한 11만1869건, 4월에는 29.3% 많은 12만488건, 5월에는 40.5% 늘어난 10만9872건이었다. 지난달까지 누적 주택매매거래량은 50만413건으로 지난해보다 25.2% 증가했다.
금융시장 상황도 고려됐다. 국내 가계부채가 1100조원대를 넘어선 상황에서 가계부채가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위주로 늘어났다는 것도 국토부로서는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현재 전국 주택담보대출은 477조8452억원으로 3월보다 7조9735억원 늘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애초 수익공유형 모기지가 주택시장을 활성화하는 불쏘시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시장 상황이 변했다"며 "이제는 상품을 내놨을 때 인기가 없을 수도 있고 반대로 인기가 있어도 주택시장에 활기가 도는 상황이어서 가계에 빚을 더 내서 집을 사라고 권하는 모양새가 된다"고 말했다.
시범사업 물량을 고려할 때 판매액은 총 6000억원쯤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지만, 현재의 가계부채 증가를 부채질할 수 있음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코픽스가 1.7% 수준인데 차감 포인트를 기존 1.0%포인트에서 0.6%포인트로 낮춰도 금리가 1.1%대로 자칫 0%대 금리가 나올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한국은행이 올해 들어서만 기준금리를 두 차례 낮춰 상품 가치가 떨어졌다는 점도 연기 결정에 영향을 줬다. 이 상품의 최대 장점이 초저금리임을 강조해왔는데 기준금리가 현재 1.50%까지 내려갔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언제든 시장 상황에 따라 상품을 출시할 수 있다는 태도다.
하지만 주택시장 회복세가 적어도 연말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금리가 앞으로 더 떨어질 여지도 없어 사실상 상품 출시가 어렵지 않겠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했던 주택시장 활성화 사업이 시작도 못 해보고 수포로 돌아가면서 정부 정책 신뢰도에 악영향이 우려된다는 견해를 제기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부동산시장을 활성화하겠다며 준비한 사업이 빛도 못 보고 사장된 셈"이라며 "정부가 책임질 테니 빚을 안고서라도 주택을 장만하라고 했다가 갑자기 나 몰라라 하면 누가 정부 정책을 믿고 따라가겠느냐"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정책 신뢰도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주택기금을 활용한 모기지 인기도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상품을 내놓을) 타이밍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시장에서는 낮은 고정금리를 원하는데 은행은 고정금리를 꺼리는 등 금융시장 여건도 고려해야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