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로그인 없고, 복수응답도"의결권 위임에 탄원서까지... "'국익' 최우선 고려해야할 국민연금에 엉터리 결과로 압박"
  • ▲ 삼성물산 소액주주 연대가 탄원서에 포함시킨 설문조사 내용이다. ⓒ팍스넷 캡쳐.
    ▲ 삼성물산 소액주주 연대가 탄원서에 포함시킨 설문조사 내용이다. ⓒ팍스넷 캡쳐.


    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을 두고 반대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네이버의 한 좌파 인터넷 카페가 국민연금 측에 합병 반대 탄원서를 보낼 계획인 가운데, 탄원서 내용 중 핵심 내용 일부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증권정보 사이트 '팍스넷'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탄원서에 포함시켰는데 미심쩍은 부분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카페 차원에서 회원들에게 여론조사 참여를 독려하는 등 의심스러운 정확이 다수 포착됐다. 만약 조작된 여론조사 결과를 탄원서에 넣었다면, 먹튀 엘리엇과 커넥션 의혹을 받고 있는 합병 반대 카페가 국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할 국민연금을 농락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7일 '삼성물산 소액주주 연대' 인터넷 카페에 따르면 지난 6일 이 카페는 국민연금에 보낼 탄원서를 만들어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탄원서 제목은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 가입자 의견'이다. 본문에는 합병에 반대한다는 주장을 빼곡히 담았다.

    그러나 반대 취지를 설명하기 위해 내세운 모두 10가지 근거 중 2번째로 제시된 항목의 경우 합병 반대를 외치기 위해 노골적으로 왜곡된 사실을 인용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문제의 항목에는 팍스넷이 지난 12일부터 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에 대해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의 중간 집계 결과가 소개돼 있다.

    카페 측은 이번 조사에 3600여명이 넘는 개인 투자자가 참가한 가운데 10명 중 8명이 합병에 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탄원서에 "국민연금의 주인인 국민 대부분이 합병에 반대하고 있음을 꼭 참고해달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해당 설문 조사 자체가 조작 가능성에 크게 노출돼 있는 것으로 확인되는 등 사실상 조사 결과로 사용할 수 없는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별도의 회원가입이나 로그인 절차가 없어 누구나 투표 참여가 가능했다. 한 사람이 수차례 표를 던져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합병 반대 카페가 이런 허점을 적극 활용한 것으로 추론된다.

    투표 시작 당일 이 카페에는 설문 참가를 유도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왔다. 투표창으로 바로 넘어갈 수 있도록 링크까지 걸어두는 등 적극성을 보였다. 투표 참여자 수와 카페 회원수는 4422명 대 3227명으로 큰 차이가 없다.

    아울러 설문조사 내용을 안내하는 문구에서 엘리엇을 해외 펀드로만 표한 점도 논란거리다. 투기자본을 뜻하는 헤지펀드라는 사실을 정확히 기록했다면 투표 결과가 상당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카페는 엘리엇과의 커넥션 의혹을 받고 있다"면서 "목표 투자수익을 챙기기 위해 한국에 건너온 엘리엇의 실체를 숨긴 채 정보력이 취약한 소액주주를 속이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국민연금까지 우롱하려 한다"고 힐난했다.

    한편, 이 카페는 지난달 25일부터 의결권 위임에 대한 글을 올리며 회원들에게 구애를 보내고 있다. 의결권 위임 서류를 엘리엇 담당 변호사에게 우편으로 보내라는 식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오는 17일 임시 주총에서 성사 여부가 '표 대결'로 결정난다. 삼성물산의 1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지분을 11.61% 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