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 동참 조합원에게 상품권 지급" 구설수
  • ▲ 정병모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연합뉴스DB
    ▲ 정병모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연합뉴스DB


    [취재수첩] 정병모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위원장이 최근 21대 노조위원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연임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회사의 잘못된 노사정책을 바로 잡기 위해서 민주노조의 정착이 필요하다"는 명분을 들며 고심 끝에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 위원장의 연임 도전을 바라보는 시선은 업계 안팎은 물론 현장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싸늘하기만 하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조2000억원대 손실을 내고 올들어서도 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이 회사 뿐 아니라 조선산업 전체가 침체일로를 겪는 상황에서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소모적 파업을 지속 주도, 회사와 조합원 모두를 지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위원장을 필두로 한 현대중공업 노조 집행부는 기본급 12만7560원 인상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직원의 지난해 평균연봉은 7500만원 수준인데, 열악한 환경에서 힘겹게 일하고 있음에도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투쟁동력을 높이기 위해 올초 국내 9개 조선사 노조로 구성된 조선업종노조연대를 주도적으로 꾸리기도 했다.

    그러나 현장 조합원들은 물론 현대중공업 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있는 중소조선사들 또한 이를 외면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전체 조합원 숫자는 약 1만7000여명인데, 파업이 진행될 때 마다 이에 참여하는 인원은 지속 줄어들고 있다. 지난달 26일 첫 파업에는 3000여명이 참여했고 이후 2000여명, 1700여명까지 감소했다.

    한진중공업 STX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 등 중견업체들도 회사의 어려운 경영상황을 감안해 대부분이 임금동결에 합의했고, 조선노연의 공동파업에는 불참했다. 심지어 경쟁사인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역시 최근 0.5% 기본급 인상에 합의하며 사측과 함께 경영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보이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 위원장은 지속 '무리수'를 강행하며, 조합원들을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일단 그는 저조한 파업참여율을 높이고자 투쟁에 동참하는 조합원에게 상품권을 지급한다는 방침을 세웠는데, 오히려 파업참가자는 더 줄어 버렸다. 거둔 것 없이 전대미문의 '상품권 파업'이라는 오명만 남긴 셈이다.

    이제는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에 도전하는 정몽준 대주주의 낙선운동을 위해 스위스 원정에 까지 나서겠다는 게 이들 생각이다. 대주주를 압박해 올 임금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 가겠다는 속내인데, 세계 1등 조선소가 국제적 망신을 자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흘러 나오는 판국이다.

    울산조선소에서 근무하는 한 협력업체 직원은 "현장 근로자는 물론 국민 전체가 알고 있을 정도로 조선소 경영환경이 극도로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라며 "임금협상과 관련해 여론 자체가 곱지 않은 상황에서 '상품권 파업' 등을 강행하며 무리수를 펴고 있는 정 위원장에 대한 조합원들의 신뢰 또한 많이 무너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조의 정착을 위해 재선에 나선다는 정 위원장을 보며, 문득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과거 연설을 통해 날렸던 일침이 떠오른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