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 '은행' 대하는 태도 우려... 돈 안되면 서비스 중단, 사용자 배려없어
  • ▲ 인터넷 은행 1호 타이틀을 노리는 다음카카오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곱지않다ⓒ뉴데일리 DB
    ▲ 인터넷 은행 1호 타이틀을 노리는 다음카카오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곱지않다ⓒ뉴데일리 DB


    "인터넷은행도 금융이다. 금융은 신뢰가 생명인데, 최근 IT기업의 오락가락 행태는 영 미덥지 못하다"
    ICT 기업들이 주도하는 인터넷은행 짝짓기가 마뜩지않은 한 금융권 간부의 투덜거림이다.

    어차피 정부가 굼뜬 은행권에 혁신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고 시작한 게 인터넷은행이니 그 혁신의 중심에 ICT기업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컨소시엄을 주도하고 있는 일부 IT기업의 '뻣뻣함'이 도가 지나치다 보니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가장 도드라진 행태로 도마에 오른 곳은 '다음카카오'다.

     

  • ▲ 다음카카오는 이미 대주주가 된 양 컨소시엄 등에서 전횡을 일삼아 눈총을 사고 있다ⓒ뉴데일리 DB
    ▲ 다음카카오는 이미 대주주가 된 양 컨소시엄 등에서 전횡을 일삼아 눈총을 사고 있다ⓒ뉴데일리 DB


    다음카카오는 시작부터 금융권에 '미운 털'이 박혔다. 애초 신한은행과 미래에셋증권을 파트너 삼아 컨소시엄 구성을 기획했다가 돌연 한국투자금융지주, 국민은행으로 바꿨다.

    사연인즉 지분율을 비롯한 모든 의사결정 구조는 카카오가 다 만들어 놓고 은행권을 들러리 삼으려 했기 때문이다. 모바일과 온라인 자산을 활용해 이용자와 파트너사들에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가치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립 서비스였다.

    사실 카카오톡이라는 광범위한 고객층을 확보한 카카오는 금융권으로서는 IT업체 중 가장 매력적인 파트너였다. 그래서 초기 하나은행이나 신한은행 등은 카카오의 참여제안에 마음이 흔들렸다. 10%라는 굴욕적인 제안도 마다하지 않았다.

    어차피 카카오뱅크도 은행권의 조력이 필요한 만큼 세부 지분구조나 의사결정권 등은 추후 논의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카카오의 배려는 딱 거기까지였다.

    은산규제가 풀리면 단박에 50%의 지분을 확보해 1대 주주가 되겠다는 카카오는 아예 은행권과의 협업이나 공생 개념은 없었다. 우리은행이 30% 지분을 가진 KT 컨소시엄 등과는 비교가 됐다.

     

  • ▲ 카카오는 금융권과의 협업과정에서이미 '미운 털'이 박혔다 ⓒ뉴데일리 DB
    ▲ 카카오는 금융권과의 협업과정에서이미 '미운 털'이 박혔다 ⓒ뉴데일리 DB

     


    기실 카카오의 독단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대박을 친 '뱅크월렛카카오'도 마찬가지다. 금융결제원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뱅크월렛에 다음카카오의 간편송금 서비스가 더해진 '뱅카'는 국내 모든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참여했다.

    은행들은 수천만명의 카카오톡 가입자 신규 유치를 기대하며 뱅카 대중화를 위해 전국 영업점, 편의점 등에서 대대적인 홍보 마케팅을 벌였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돈 한푼 쓰지않은 카카오는 이윽고 유료화 전향계획까지 일방적으로 미뤄 금융회사들과 완전히 척을 지게 됐다.

    카카오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공공재 성격의 은행을 대하는 태도가 미덥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1년전 다음과 합병했던 카카오는 23일 다음을 완전히 버린다. 우스개로 새우가 고래를 삼킨 격이라고 했지만 실제가 됐다.

    30대 새 CEO를 내세운 카카오는 다음이 갖고 있던 서비스 중 돈안되는 것은 과감히 버리거나 중단할 예정이다. 사용자가 천만이 넘었던 다음 클라우드와 국내를 대표하는 유아 콘텐츠였던 다음 키즈짱 같은 인기 서비스들을 일방적으로 종료했다.

    서비스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카카오토픽과 카카오픽 역시 수익성에 문제가 있다며 중단했다. 서비스 중지 결정 과정 어디에서도 불편을 겪어야 할 사용자들을 위한 배려는 없었다.

  • ▲ 천만명이 넘는 사용자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서비스를 중단한 다음 클라우드 ⓒ뉴데일리 DB
    ▲ 천만명이 넘는 사용자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서비스를 중단한 다음 클라우드 ⓒ뉴데일리 DB

     

    이뿐만이 아니다. 카카오 택시로 공전의 히트를 친 카카오는 고급택시와 대리운전, 배달앱, 퀵서비스까지 넘보고 있다. '만물상'이라는 비아냥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골목상권 침해라는 곱지않는 시선에도 불구하고 '돈되는 일이면 무조건 한다'는 식이다. 카카오는 돈되는 생활형 플랫폼에만 꽂혀 있다.

    이런 카카오가 은행의 1대 주주가 된다고 하니 염려가 든다. 금융위는 재벌의 사금고화를 막겠다며 이번 인터넷은행 출범과정에서 철저히 진입을 막았다.

    산업자본이 자기산업자본 사업 자체를 갖고 있는 상태에서 은행을 소유하게 되면 반드시 그 은행의 돈을 필요한 시기에 사금고처럼 이용하려고 하는 유인을 강력하게 느낄 수 밖에 없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그렇다면 이미 대기업 반열에 오른 카카오에 대해서도 산업자본 일반의 취지를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 중견기업, 중소기업의 사금고화도 똑같은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 ▲ 공전의 히트를 친 카카오택시 ⓒ뉴데일리 DB
    ▲ 공전의 히트를 친 카카오택시 ⓒ뉴데일리 DB


    카카오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현행 은행법상 컨소시엄은 동일인에 해당한다. 컨소시엄 자체의 비금융주력자 여부 판단이 필요한데 자산 총액이 3조에 육박하는 다음카카오의 경우 은행의 의결권이 있는 발행주식의 4%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 4% 초과분은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조건으로 10%까지만 보유해야 한다.

    그런데도 다음카카오는 컨소시엄을 좌지우지하며 공공연히 대주주임을 내세운다. 최세훈 다음카카오 공동대표는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은행법이 바뀌면 일반 기업도 지분을 훨씬 많이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최대주주가 되는 것을 가정하고 파트너십을 짜는 중"이라고 말했다.

    비단 카카오만의 일은 아니지만 대주주 심사과정 통과를 위한 눈속임이나 탈법의 개연성이 높다. 예컨대 4% 초과분에 대해서는 의결권 불행사 확약서를 제출하고 은행법 개정이 이루어질 경우 컨소시엄 내에서 자신을 최대주주로 변경하는 별도의 약정을 맺는 식이다.

    은행법이 개정될 때까지의 과도기 동안 이사회 구성 등의 경영지배구조와 관련한 사항에 대해서도 따로 약정을 맺을 것은 불문가지다. 어차피 금융당국이 IT기업을 특별 배려할 모양이니 통과는 하겠지만 두고두고 시빗거리가 될 수도 있다.

     

  • ▲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컨소시엄 동일인 논란과 관련해 대책을 세우겠다고 했다ⓒ뉴데일리 DB
    ▲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컨소시엄 동일인 논란과 관련해 대책을 세우겠다고 했다ⓒ뉴데일리 DB


    다음카카오는 과거 포털 인지도를 바탕으로 신용카드와 자동차보험 사업에 진출했지만 큰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금융업 특성상 당국의 규제가 많고, 경쟁 업체에 비해 노하우도 적어 적응에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또 한때 HK저축은행의 인수도 적극 검토하기도 했다.

    그런 카카오가 이번에 라이센스를 따낸다면 오랜 염원을 이루게 된다. 중국의 마이뱅크나 위뱅크 스타일의 새로운 모바일뱅크 서비스가 탄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카카오에 대한 앞선 우려의 시선들을 거둬내지 못한다면 또 한번의 실패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콕' 찝어 카카오에 대한 비판을 쏟아낸 것은 그만큼 걱정이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