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용 벗어나 스페셜티 변화 모색"
  • 롯데가 삼성그룹의 화학 계열사를 모조리 인수하며 석유화학업계에서 연간 17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회사로 규모를 키우는데 성공했다. 롯데케미칼은 이번 인수로 매출 규모로 LG화학과 한화그룹에 버금가는 회사가 됐다. 

    지난해 14조8500억원의 매출을 일으킨 롯데케미칼은 30일 삼성의 화학 계열사인 삼성SDI의 케미칼 사업부문과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에 대한 인수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1조3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삼성SDI의 케미칼 사업과 1조21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삼성정밀화학, 41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삼성BP화학까지 세 회사를 인수하는데 롯데케미칼은 3조원에 달하는 거금을 투입했다.

    이번 인수 가격은 국내 화학업계 최대 빅딜에 해당하며 롯데그룹 창립이래 최대 규모의 M&A다. 롯데케미칼이 이런 대규모 M&A에 나선 이유는 생존을 위함이다. 석유화학 사업에서 범용 제품 생산에 집중했던 롯데케미칼이 삼성의 화학 계열사를 인수하며 정밀화학과 고부가가치 제품이라는 새로운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회사는 LG화학이다. 지난해 22조5700억원의 매출을 올린 LG화학은 단연 국내 No.1이다. 국내 매출 2위는 한화그룹이다. 지난해 삼성에서 정유와 석유화학 사업 계열사를 인수해 매출 규모 19조3000억원이 예상되는 거대 케미칼 그룹으로 올라섰다.

    LG화학은 최근 리튬이온 배터리 부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며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을 조금씩 해결하고 있다. 특히 LG화학의 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는 현재 독보적인 위치를 유지하며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 가장 높은 품질의 제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한화그룹도 한화토탈을 출범하며 원유 정제에 필요한 설비를 갖췄고 한화케미칼을 통한 범용 제품 생산, 한화첨단소재를 통한 고부가가치 소재 생산 및 R&D 투자까지 석유화학에 있어서 완전한 수직계열화를 이뤄냈다.

    또 이번 롯데케미칼롸 삼성그룹의 빅딜은 정부의 시장 개입이 아닌 국내 화학업계가 자발적인 사업 재편을 통해 각자 주력사업의 산업 경쟁력을 강화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생산품의 50%를 중국에 수출하며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연평균 22.1%씩 성장했던 대중 수출에 힘입어 호황기를 누렸다. 하지만 2008년 이후 조금씩 감소하기 시작한 대중 수출은 지난해 -1.5%를 기록했다.

    대중 수출이 줄어든 것은 중국의 경제가 성장 둔화세를 보이는 것도 하나의 이유지만 석유화학 범용 제품의 자급률이 상승한 것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윤상직 장관은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위기를 언급하며 해결방안으로 기업들간의 합병을 통한 산업 구조의 변화를 제안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