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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 통신 다단계 판매원들이 대거 SK텔레콤으로 일터를 옮기고 있다. SK텔레콤과 관련한 다단계 업체가 최근 파격적인 유인책을 내걸고 판매원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단계 후폭풍으로 LG유플러스가 나홀로 여론의 뭇매를 맞는 형국이지만, 사실상 이통3사 모두가 자유로울 수 없는 셈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 간판을 내건 통신 다단계 업체 '엔이엑스티(NEXT)'는 현재 3만명에 달하는 스마트폰 판매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가족과 친구, 지인 등을 상대로 저인망식 영업을 펼치고 있다. 스마트폰은 물론 인터넷과 같은 통신상품도 판매한다.
이 회사는 올해 1월쯤 문을 열었다. 유명 다단계 전문 판매업자가 사업을 벌인다는 입소문이 번지면서 이전까지 난립해 있던 다단계 회사들이 대부분 이 업체 밑으로 들어왔다.
게다가 스마트폰 1대를 팔 경우 지급하는 인센티브를 40%나 더 얹혀 주겠다는 말에 판매원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우르르 몰려 들었다. 덕분에 설립 초기 1만5000명이던 판매원 수가 석달 만에 3만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패권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더 센 강자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막대한 자본력을 갖은 것으로 알려진 B업체은 최근 엔이엑스티에 맞서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관계회사로 건설사까지 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통신분야 다단계에도 잠깐 손을 댓다가 접은 이력이 있다. 그러다 올해 4월쯤 다시 도전장을 냈다. 시련 속에서 절치부심한 탓에 업계를 깜짝 놀라게 할 만큼 파격적인 조건을 들고 등장했다.
판매원이 사업자로 승격할 수 있는 진입장벽을 크게 낮췄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예를 들어 엔이엑스티가 40만 포인트를 모아야 사업자 자격을 주는 반면 이 업체는 20만 포인트만 얻으면 된다.
사업자가 되면 일반 판매원보다 비교적 수월하게 돈을 챙길 수 있다. 때문에 판매원들은 포인트를 맞추기 위해 사비를 털기도 한다. 삼성의 '갤럭시노트5'나 LG의 'V10'처럼 최신폰을 유치하면 보통 30만 포인트가 떨어진다. 최신폰이어도 TG앤컴퍼니의 '루나(LUNA)'처럼 중저폰이라면 20만 포인트에 불과하다.
엔이엑스티 판매원이 40만 포인트를 얻으려면 고가형 최신 스마트폰에 더해 또 다른 기기를 추가로 팔아야 한다. 반면 이 업체를 통하면 스마트폰 한 대만으로도 사업자 명부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사업자가 되기 위해 필요 없는 기기를 추가로 구입해야 하는 부작용을 없앤 것이다.
결국 기존 판매원들 중 상당수가 조건이 유리한 이 업체로 갈아타기 위해 새 명함을 만들었다. 다만 통신 다단계의 특성한 판매원 한 명이 반드시 한 곳에서만 일해야 하는 게 아니다 보니 이들 대다수가 LG유플러스에도 몸을 담고 있다.
LG유플러스가 다단계의 숙주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며 몸살을 앓았지만,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해 보면 SK텔레콤과 KT도 비슷한 상황인 셈이다.
일각에서 제기된 LG유플러스의 특정 제조사 밀어주기 의혹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복수의 다단계 판매원들은 삼성전자, LG전자와 같은 제조사와 관계 없이 재고 수량에 비례해 수당이 올라간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 엔이엑스티와 이 업체가 서로 다른 통신사를 위해 일하고 있지만 판매수당 만큼은 다를 게 없다. 통신사와 제조사 간 연관성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지난 8월 말과 이달 초 각각 판매를 시작한 갤럭시노트5와 V10를 놓고 두 회사 모두 요금제에 따라 6~12만원 안팎으로 수당을 내걸었다. 루나폰도 3~8만원으로 범위가 동일했다. 고가 요금제 일수록 판매수당은 올라간다.
올해 초 출시한 LG전자의 G플렉스2가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한다는 점도 공통 분모다. G플렉스2 한 대에 매겨진 최대 수당은 30만원이다.
심지어 지난해 10월에 선보인 아이폰6에 붙은 수당도 4~8만원으로 일치했다. 아이폰은 국내로 들어오는 물량 자체가 적은데다 인기가 높아 다단계 수당이 많이 붙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수 판매원들은 이동통신 3사에 모두 가입해 일하기 때문에 특정 통신사를 나무랄 수 없다"면서 "대리점별 판매수당도 큰 차이가 없어 제조사 밀어주기는 앞뒤가 안 맞는 소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다단계는 상위 몇 퍼센트 이외에는 실제 수익을 올리기 어려운 판매 방식인데도 불구하고, 이통사들이 나서 고객 확보를 위해 소비자들을 속이고 있다"면서 "지나친 인센티브는 일반 유통점과의 차별을 불러일으키게 돼 초기에만 반짝할 뿐 사실상 오래갈 수 있는 유통구조가 아닌 만큼 부작용 해결을 위해서는 제조사나 이동통신사에 초점을 맞추는 것보다 우후죽순으로 난립한 뒤 사라지는 다단계업체와 기형적인 생태계에 대한 구조적인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