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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가 예상과 달리 1분기에 호실적을 보이며, 전분기 대비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철강 부문에서는 중국의 공급과잉 해소와 제품 가격 상승이 실적을 견인했다. 포스코대우를 비롯한 트레이딩 계열사가 선전했고, 해외 철강법인도 적자 폭을 줄였다.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올해 배당금은 전년 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2차전지 사업은 통합을 추진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일관제철소에 대한 유상증자는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
포스코가 1분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12조4612억원, 영업이익 6598억원, 당기순이익 3525억원을 기록했다고 21일 밝혔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5%, 9.8%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5.1% 증가했다.
고무적인 것은 전분기에 비해서는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는 점이다. 현 상황에서는 분기 흐름이 더 중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분기 대비로는 매출이 10.3% 감소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93.7%, 221.9% 급증했다.
철강부문에서는 중국 철강사의 구조조정 가시화와 탄소강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인한 시황 개선 덕분이다. 포스코 고유의 고부가가치 제품인 월드프리미엄(WP)제품 판매량이 증가한 것도 한 몫을 했다
이외에 포스코대우, 포스코차이나 등 트레이딩 부문에서도 실적이 호전됐다. 해외 철강법인들의 실적 개선도 두드러졌다.
컨퍼런스콜에서는 여러가지 이슈들이 언급됐다.
◇ 올해 배당금 축소 가능성...“미래 위한 투자해야”
우선 포스코는 올해 배당금을 전년보다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
최정우 포스코 가치경영실장(부사장)은 “올해 연간 배당금이 전년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이사회 논의를 통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1분기 실적이 전분기 대비 개선됐음에도 배당금 축소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최 부사장은 “글로벌 철강경기가 계속 상승할지, 그룹사 전체 실적이 좋을지 등도 고려해야 된다”며 “내년까지 진행될 강력한 구조조정에 따른 리스크 대응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배당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가 주주가치 제고에 더 중요하다”며 “지난 2년간 구조조정을 하면서 투자를 약간 미뤄뒀기 때문에 내년 이후에 신소재 사업 등에 투자할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연간으로 주당 8000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 분산된 2차전지 사업 통합 추진
부진을 겪고 있는 2차전지 사업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통합을 추진 중이다.
정기섭 포스코 국내사업관리실장(상무)은 “2차전지 사업의 통합은 내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문제와 아직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장기적으로 통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시기와 위치, 규모 등을 계속해서 검토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포스코는 2차전지 관련해서 리튬 소재는 포스코 자체에서, 음극재는 포스코켐텍이, 양극재는 포스코ESM이 각각 나눠서 맡고 있다.
◇ 월별계약 비중 10~15%...“중국만큼 가격 인상 못해”
포스코가 고객사들과 장기계약을 통한 안정적인 가격구조를 갖추고 있어 중국만큼 제품가격을 단시간에 확 올릴 수 없다. 다만 시황을 반영해 가격 인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손창환 포스코 철강사업전략실장(전무)은 “시황에 따라 급변하는 월별 계약은 전체의 10~15%에 불과하다”며 “나머지는 분기 이상으로 계약을 하기 때문에 중국만큼 가격 인상폭이 크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중국은 4월 들어 철강 제품 가격이 100달러 이상 급등했다. 물론 포스코를 비롯한 국내 업체들도 1분기에 제품 가격을 올렸지만, 중국만큼의 수준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손 전무는 “우리도 4월에 제품 가격을 1~2월 대비 5만원 인상했다”며 “원료가격과 시황은 좋지만 업황(고객사)이 나쁘기 때문에 추가 인상이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특히 고객사 가운데 조선업체 상황이 최악이기 때문에 이들로부터 오히려 가격 인하 요구를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가전업체들은 거의 인하 없이 유지됐다. 손 전무는 “조선업체들과의 협상도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시황 분위기가 반영돼서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에서 가격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인도네시아 제철소, 아직 유상증자 고려 안해”
포스코가 인도네시아 일관제철소에 당장 자금 수혈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임승규 포스코 해외사업관리실장(상무)은 “PT.KP(크라카타우 포스코)는 자본금이 줄어들었지만, 아직 초기 납입자본금이 남아있는 상태”라며 “최근 시황 변동을 고려하면 자본잠식 시기는 더 늦춰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스코의 출자금액은 8267억원이다. 업계에서는 자본잠식이 임박한 인도네시아 법인에 조만간 유상증자를 할 것으로 보고 있었다. 이에 임 상무는 “아직 유상증자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향후 시황을 지켜본 뒤에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PT.크라카타우 포스코는 인도네시아에서 슬라브와 후판을 생산하고 있다. 작년까지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하지만 글로벌 철강 가격이 회복하면서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다. 임 상무는 “지난해 4분기보다 올 1분기 실적이 좋아졌다”며 “슬라브는 6월이 되면 BEP(손익분기점)에 거의 근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