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품셈·플랜트 중심 구조, 투자 유인 떨어뜨려인천대교·롯데월드타워, 외국 기술 대거 도입
-
-
-
▲ 대형 건설사들의 연구개발 투자액이 매출액의 1%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롯데건설이 건립하고 있는 롯데월드타워 현장 모습ⓒ뉴데일리
대형 건설사들의 연구개발 투자액이 매출액의 1%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이 고부가가치 생산을 위해 꼭 필요한 연구개발 투자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투자액 비중이 1%가 넘는 건설사는 아무도 없으며 그나마 △현대건설(0.9%) △대림산업(0.9%) △포스코건설(0.9%) △SK건설(0.8%) 정도가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연구개발 투자액은 △현대건설 225억원 △대림산업 198억원 △대우건설 135억원 △SK건설 130억원 △포스코건설 113억원 △GS건설 99억원 △삼성물산 85억원 △롯데건설 44억원 △한화건설 33억원 △현대산업개발 7억원 △현대엔지니어링 7300만원 순이다.
이는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 등 매출액의 7~12%까지 연구개발에 쏟아붓는 전자 대기업은 차치하고 제조업의 평균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인 2.8%에도 크게 미달한 수준이다.
이처럼 건설사의 연구개발 투자가 부족한 이유는 건설업 특성상 연구개발로 시장에서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 어려운 데다 공공공사 발주 시 가격 산출 방법으로 쓰이고 있는 표준품셈으로 인해 신기술·신공법 개발 필요성이 덜해서다.
표준품셈은 정부가 표준 공법을 기준으로 공사비를 △자재 △노무 △장비 등 2416개 항목으로 나눠 산출하는 방식이다. 건설사들은 정부 고시가격을 보고 공사 예정가를 쉽게 파악할 수 있지만 표준 공법이 전제돼 있으므로 가격 산출이 어려운 신기술·신공법 개발을 꺼리게 된다.
해외 사업에서 플랜트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것도 건설사의 연구개발 투자가 부진한 요인으로 꼽힌다. 해외건설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 건설사의 해외 신규 수주액 461억달러 중 플랜트가 264억 달러로 비중이 57%에 이른다. 2014년에는 해외 수주에서 플랜트 비중이 78%에 달했었다. 이 때문에 결국 연구개발 투자도 플랜트 위주로 몰리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들어진 건축물은 찾아보기 어렵다. 국내 건설 기술력을 세계에 과시한 상징으로 평가받는 인천대교와 롯데월드타워도 많은 부분 외국 기술이 도입됐다.
송도와 영종도를 연결하는 총 길이 21.38㎞의 인천대교는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긴 다리로 삼성물산 조인트벤처(△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한화건설 △금호산업 △한진중공업 참여)가 시공사였다. 하지만 설계는 일본 기업 조다이가 맡았다. 케이블 제작과 설치도 외국 기업이 가져갔다. 겉으로는 국내 건설사만으로 세계적인 교량을 만들었지만 실제론 외국 기업에 비싼 기술료를 줬던 셈이다.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높은 555m, 123층 규모를 자랑하는 롯데월드타워도 마찬가지다. 롯데건설이 시공사지만 △영국 △미국 △일본 업체가 터파기와 빌딩 설계, 외벽 공사 등을 담당하고 있다.
건설업계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건설사가 적극적인 연구개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설사가 연구개발에 돈을 넣을 수 있는 유인 체계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명목상 연구소를 만들어 놓고 현장 업무를 시키는 건설사도 많다"며 "연구개발에 대한 인식 개선과 함께 플랜트 외 다양한 공종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환표 건설기술연구원 위원은 "건설사가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려면 연구 개발에 투자해야 한다"며 "정부도 기술 위주의 입찰 시스템을 대폭 확대해 건설사가 연구개발에 투자할 만한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건설사의 연구개발 투자 이전에 사회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빈재익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아파트의 이산화탄소 절감 등 환경 쪽은 건설사들이 연구개발을 할 만한 분야"라며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주택을 자산으로 보는 경향이 계속되면 건설사가 굳이 이산화탄소 절감에 투자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