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협 등 기관 사채권자, 채무 2년 거치·3년 분할상환 동의 내달 1일도 개인 위주 사채권자 집회 예정

현대상선 사채권자 집회가 순조롭게 마무리 됐다. 상당한 성과를 이룬 용선료 협상에 이어 채무 조정이라는 두 번째 관문도 통과하는 분위기다. 내달 1일 이뤄지는 사채권자 집회는 개인이 상당수 포함돼 있어 오늘보다는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어 방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현대상선은 31일 오전 11시, 오후 2시 ,5시 등 총 3번에 걸쳐 서울 연지동 사옥에서 사채권자 집회를 열었다. 

이날 오전 11시 첫번째로 열린 177-2회차 회사채 2400억원 어치에 대해 참석 채권자 99.9%의 동의로 채무 조정안을 의결했다. 또 오후 2시 179-2회차(600억원)와 오후 5시 180회차(3300억원)이 모두 사채권자 동의를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이날 총 6300억원 어치 회사채 채무 재조정이 가결됐다. 

채무조정안은 회사채를 50% 이상 출자전환하고 잔여 채무를 2년 거치·3년 분할상환하는 내용이 골자다. 오늘 채무재조정안이 가결됨에 따라 남은 내일 집회에서도 가결 가능성이 커졌다. 

현대상선의 회사채 대부분은 신협, 지역농협 등 각 기관이 보유하고 있지만 신주인수권부사채의 경우 개인들이 보유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오늘 보다는 내일 열릴 사채권자 집회가 더욱 고비가 될 전망이다. 

현대상선 한 관계자는 "다섯 차례에 걸친 집회에서 출자전환이 논의되는 전체 채권 규모는 8042억원"이라며 "기관투자보다 개인 투자자가 많은 내일이 더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사채권자들이 모두 채무조정안에 동의할 경우 4000억원 이상이 자본으로 전환되면서 부채가 크게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출자전환이 마무리되면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200%대 수준으로 낮아져 정부가 조성한 12억 달러(1조 4000억원) 규모의 선박펀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용선료 인하 협상과 사채권자 집회 가결 뿐만 아니라 해운동맹 가입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는 점이다. 

해운동맹은 특정 해운사가 전 세계 모든 노선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유력한 해운사와 함께 손을 잡고, 노선과 선박을 공유하는 체제다. 해운동맹에서 퇴출당하면 막대한 영업력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현대상선은 올해 초부터 법정관리 가능성이 제기돼오면서 전세계 해운사들이 새로 구성하기로 한 해운동맹 'THE 얼라이언스'에서 배제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은 사채권자 집회 직후인 6월 2일, 서울에서 열리는 'G6 해운동맹' 회원사 정례회의에서 글로벌 해운동맹 가입을 다시 추진할 계획이다.

해운동맹은 독일 하파그로이드, 일본의 NYK 등이 참여하고 있는 연합체로 2017년 3월까지 유지되며, 이후엔 새로운 해운동맹인 'THE 얼라이언스'로 개편된다.